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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8월 12일

by 자 작 나 무 2023. 8. 12.

하루 중 가장 지친 때에 생각하니 그렇게 감정적이었던 모양이다. 한걸음 물러서서 생각할 여유는 쉬어야 생기는 거지. 어제는 자정이 넘고 또 시간이 흘러도 잠드는 스위치가 듣지 않아서 결국엔 약 먹고 잠들었다. 개학하고 며칠 사이에 체중이 거짓말처럼 빠진다. 힘든 게 사실이니까.

 

엊그제 연이어 출몰한 지네를 보고 식겁해서 구석구석 바퀴벌레 퇴치용 살충제를 뿌렸다. 제주도 친구가 프리즈 스프레이를 사서 쓰라고 알려준다. 처음엔 집에 다른 스프레이 살충제가 있으니 다음에 사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저녁에 방바닥에 있던 양말 한 짝을 털다가 툭 떨어지는 지네를 봤다.

 

살충제 스프레이 가지러 움직인 사이에 후다닥 어디론가 사라진 지네의 행방을 알지 못해서 의자 위에서 내려오지도 못하고 밤샐 뻔했다. 그날 밤에 화학 살충성분이 없고 화학 잔여물이 남지 않는다는 냉각 스프레이를 샀다. 지네는 이 스프레이를 맞고 죽지는 않겠지만 잠시 꼼짝 못 하게 할 수는 있겠지. 일단 냉각제를 뿌려놓고 청소기로 빨아들이고 먼지통을 변기통에 버리는 방법을 생각해 놨다.

 

이런 코스를 정해놓지 않으면 갑자기 생긴 상황에 당황해서 또 살충제를 찾으러 다니고 혼비백산할지도 모른다. 다리 많이 달린 벌레는 너무 예기치 않게 나타나고 빨리 사라지고 내가 인지하지 못한 순간에 어디선가 나타나서 나를 공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끔찍한 부류의 일부 인간의 속성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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