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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결국엔

by 자 작 나 무 2023. 8. 12.

나를 힘들게 하는 환경이 나를 키울 거다. 그렇게 믿어야지. 몸이 힘든 건 예외다.

 

 

*

오전에 문득 계피 설탕맛이 인상적이었던 패스츄리 호떡이 생각나서 쇼핑몰 창을 열었다. 그 상품이 없어서 같은 회사에서 만든 '파전병'이란 것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한 번 먹어보고 한 팩 더 샀어야 했다. 입에 맞는 사람은 한 팩만 산 것이 후회된다고 후기를 썼다. 나도 모르게 그만 상상한 그 맛일 것이라고 믿고 두 팩이나 샀다. 상상한 맛과 거의 비슷하지만, 내 입엔 너무 짜다. 맨입에 간식처럼 먹기는 힘들겠다. 호떡 먹고 싶었는데...... 희한한 걸 샀다.

 

 

*

마치 내 반응의 연결 고리를 치밀하게 설계하고 산 것처럼 냉동식품을 작은 냉동실에 정리하기 위해 냉동실 정리를 했다. 입가심으로 먹을 것도 계산한 것처럼 아삭아삭한 총각김치를 한 통 산 덕분에 정체 모를 음식이 담겨있던 냉장실 반찬통도 다 끌어냈다.

 

옛날 옛적 같은 어느 날 딸이 집에 왔을 때, 더덕구이 해서 반찬통에 모셔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어느 날에 잊었는지도 몰랐다. 더덕장아찌로 변해있었다. 양념이 잘 되어서 썩지는 않고 잘 절여졌지만 먹고 싶진 않다. 애초에 장아찌로 담근 것은 아니어서 양념 맛이 애매모호하다. 

 

냉장고 정리를 하다 보니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았다. 방에 와서 잠시 앉으니 눈이 무겁다. 수면 부족이 식탐으로 이어지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이래서 생긴 모양이다. 나도 보약 좀 먹어야겠다. 

 

파전병 부쳐먹고 총각김치 몇 개를 우적우적 베어 먹고 조금 기운 나는가 싶더니 다시 거실에 나가기가 두렵다. 안경 가지러 들어왔는데 앉으니까 눈이 또 감긴다. 냉장고에서 나온 저 정체불명의 것들을 정리하고 반찬통을 싹 씻어놓고 그다음을 생각하자.

 

저녁에 기필코 일하겠다고 낮에 마음먹은 게 누구더라......ㅋ

 

 

 

 

*

몸이 힘드니까 미룬 거였지. 그럼 더 쉬어야지. 그냥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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