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4일 고구마
그 학자의 입장에 빙의(?)해서 토론을 진행해 보라고 구체적인 설계를 했어야 했다. 내가 없는 동안 진행된 이론 정도는 지나갔으니 대략 알 것으로 생각했다. 일부만 다시 떠올리게 하면 쟁점을 찾아서 토론하고 반론할 수 있을 것으로 착각했다.
코로나 19로 중학교 전 과정을 온라인 수업 등으로 건너뛰듯 지나온 세대라는 것을 떠올리지 못하고 모두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의아했다.
전에 겪었던 유형과 너무 달라서 적응이 안 돼서 한참 버벅거렸다. 퇴근길에 달리는 차 안에서 카플레이로 딸과 통화하면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오류가 난 지점과 내가 더 어쩌려고 애쓰지 말아야할 지점까지 다각도로 자기반성을 하고 보니 마음이 무겁고 쓸쓸하고 우울하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 내 능력밖이다.
*
인간 세상은 돈이 많아지거나 지식이 쌓이기만 해서 나아지는 게 아니라 대중 의식 수준의 진화가 세상을 바꾼다고 매번 말한다. 반려동물을 애완동물로 생각하고 물건으로 취급하던 의식 수준에서 바뀌지 않던 법, 동물을 영혼 없는 기계라고 주장한 베이컨의 생각이 통용되던 시절과 현재 우리의 상식 수준을 비교해서 말하니 그래도 알아듣는다.
넘치게 진심을 담아서 힘주어 말하다보니 약한 목에 실핏줄이 터지고 염증이 생기고 부어올랐다. 곰팡이 천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서 내일 죽을 것처럼 매일 저녁 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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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잊지 말고 가지나 몇 개 사서 튀겨. 빗소리, 곰팡이 냄새, 우울감, 토할 것 같은 역한 세상, 더러운 종족의 무책임함.
다시는 지구에 태어나지 말아야지. 마지막인듯 훑어보고 최소한의 것만 하지. 참 하릴없고 부질없는 쳇바퀴 안이다. Turn it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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