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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낯설다

by 자 작 나 무 2023. 9. 25.

*

최근에 발견하는 나는 낯설기 그지없다.

괴롭고 지쳤을 때는 먹지 않다가 낯설고 어색한 자신을 발견한 뒤로 밤늦게 연이어 뭔가 먹는다.

피곤하고 힘들 때 늘 혼자 있다가 일기 쓰면서 온갖 잡다한 생각을 끌어내고 정리하는 게 일상이었다. 말을 하기 시작하니 내 마음이 아닌 말을 자꾸만 한다. 내뱉고 10초 안에 후회할 말은 내 마음이 하는 말이 아니다.

얄팍한 감정이 비틀고 꼬아서 한두 번 해보는 생각을 그대로 훅 뱉는 거다. 쉬고 나면, 밥 먹고 나면 결코 하지 않을 말을 한다.

 

 

*
오늘은 점심시간에 교실에 가서 교탁 옆에 앉아있었다. 그래야 시끄럽게 굴고 아무거나 막 던지는 애들이 우리 반에 들어오지 않는다. 빈번한 학습권 침해가 시험 기간에도 계속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무례하기 짝이 없는 몇몇은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큰소리로 욕설을 내뱉기 일쑤고, 쓰레기통이 눈앞에 있어도 아무 데나 휙 던지는 게 예사다.

10대는 그래도 순수할 때여서 다를 거로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사람마다 개인 차가 크다. 복도에서 큰소리로 욕하는 학생을 붙들고 말했다.
“기분 대로 욕설을 내뱉을 수도 있지만, 욕을 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곳이 학교다. 하지 않는 선택지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봐.”

평소에 나를 보면 장난스럽게 웃던 그 녀석 표정이 굳어졌고 오가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어떤 일로 기분이 그리 상했는지 묻지는 않았다. 습관적인 경우가 더 많으니까. 그냥 관심 끄고 욕을 하거나 말거나 무슨 난리를 치거나 못 본 척해야 했나 하는 후회도 했다.

그런 말도 한마디 하지 않으면 내가 학원 강사보다 돈도 못 벌면서 더럽고 치사하고 굴욕적인 것을 견디면서 이런 일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듣기 싫은 말, 하고 나면 불편할 생활지도를 같은 목소리로 하지 않는 곳이 된 현장에선 나처럼 말하는 게 오히려 별종에 죄인 취급받는다. 제 부모보다 나이 많은 선생을 대하는 태도가 아주 가관이다.

뭔가 불이익을 주는 상대가 아니면 그래도 된다는 얄팍한 생각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에 질린다.

 

 

 

 


*
목이 너무 아파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아닌 것 같아도 안전 확보 차원에서 비싼 검사비를 기꺼이 쓴다. 오늘은 확진 아니어도 내일은 알 수 없다. 약 먹고 자야겠다. 힘들지 않은 척했지만 힘겨워서 숨을 편하게 쉬지 못했다. 그래도 병원에 다녀왔고, 시내에서 밥도 사 먹었다.

지금 이 순간
몸 여기저기 극심한 통증에 시달린다. 다른 약을 더 먹어야 잘 수 있겠다.

 

 

*

잠들었다가 깨면 이 꿈이 끝났으면 좋겠다.

 

푹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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