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막힌 먼지 같은 것을 털어내야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게 아닌데 그런 척하며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 너무 퍽퍽해서 눈동자에 촉촉하던 물기도 다 마르고 피부도 미라처럼 말라버린 것 같다. 그보단 내 영혼이라고 부를 만한 것에 정나미 떨어지게 묘한 그림자가 생겼다.
여행이라도 종종 다녀야 회복이 되는데, 내 인생에 이 일이 도대체 뭐라고 거기에 시간과 체력을 다 소모하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오늘은 결국 투덜거렸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퍽퍽해졌을까?"
교실에서 쉴 틈 없이 일하고 숨을 헉헉거리다가 내가 나에게 던진 말에 반응하는 학생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았다.
그래도 자연은 아름답다. 진작에 자연휴양림 통나무집 같은 곳에 예약이나 해둘 것을. 이제야 그 생각이 떠오른다. 내일 오후부터 딸과 며칠 지내려면 오늘 청소도 좀 해야 하는데 몸이 힘드니까 손도 까딱하기 싫다.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제 청소하려고 했는데 마침 몸이 안 좋아서 병원 다녀와서 힘들어서 약 먹고 그냥 잤다고. 그리고 오늘도 청소는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내일 만나서 같이 하자고. 내 사정을 아니까 딸이 그러자고는 했지만, 아마도 며칠 동안 나는 무수리처럼 살게 될 것 같다.
2023.09.26.
'아이폰 13 프로'의 시네마틱 비디오와 일반 비디오 촬영의 차이점이 궁금해서 같은 곳에서 두 가지 영상을 찍었다. '시네마틱 비디오'는 줌이 안 된다. 그 외에 풍경 영상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차가 거의 지나가지 않는 한적한 도로여서 차 세워놓고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이렇게 좋은데 왜 그동안 한 번도 못 나오고 집으로 곧장 돌아갔을까. 더워서? 지쳐서?
이유야 어쨌거나 이제 해가 점점 짧아지고, 점점 시원해지다가 추워지겠지. 그 사이에 퇴근길 시간을 농축해서 어떻게든 올해 마지막 삶을 즐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