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에 청치마 입어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까? 그 전후로는 그런 옷을 입어본 기억이 전혀 없다. 그나마 무릎에 달랑 걸쳐지는 길이었는데 좀 짧은 치마를 입어보고 싶어서 가끔 허리 부분을 한 번 접어서 입었다. 그땐 나도 남들 하는 것처럼 미니스커트 입는 아찔함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날씬하고 예쁠 때니까 다리 좀 내놓고 다녀도 별로 부끄럽지 않을 것 같은 나이였다.
고작 허벅지 반절도 보이지 않는 꽤 긴 청치마 외엔.....
갑자기 웬 청치마 타령? 엊그제 일요일에 만난 B 선생님이 입고 나온 청치마는 무릎보다 살짝 짧은데 앞뒤로 트임이 확실한 옷이었다. 아, 갑자기 나도 그런 옷 입어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도대체 그렇게 앞뒤로 확확 트인 옷을 어디에 어떻게 입고 나간단 말인가? 한 번 입고 두 번 다신 입지 않게 된, 내 나이 마흔아홉 살에 샀던 최초의 미니스커트는 어디에서 썩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때 헬스장 다니면서 운동해서 날씬하게 보이는 몸으로 미니스커트를 입어보겠다는 버킷리스트가 있었다. 나이 오십 되기 전에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였다. 입어보고 사진 한 장 남기고 다신 입지 않게 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익숙해지기엔 좀 늦은 나이였다.
그런데 그 선생님의 청치마는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입고 다닐 자신은 없는데 날씬하게 마른 그분의 몸매에 근사하게 어울리는 옷이었다. 앞뒤로 트여도 전혀 야해 보이지 않는 관능적 옷에 내가 왜 이렇게 침을 흘리는 건지..... 아무래도 오늘 진통제를 과하게 먹었나 보다.
*
아, 이제 정말 청소할 기운 없어. 딸, 이해하지? 나 이제 그냥 잘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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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면죄부(?) 써 놓고 땀 뻘뻘 흘리며 청소한다. 딸은 역시 상전이야.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척척~ 냉장고에 과일 준비하고, 집에 오면 매일 먹겠다는 아보카도 비빔밥 만들 재료 쟁여놓고, 힘들어서 그냥 자겠다고 선언하고선 청소한다. 참..... 나는 알다가도 모를 이상한 기질이 있다. 안심하면, 자연스럽게 뭐든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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