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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3>

아무 말 참사

by 자 작 나 무 2023. 10. 6.

점심때 업무를 마치고 연가 쓰고 밖으로 나왔다. 그곳에서 가장 친한 동료와 점심을 먹고 한참 이야기했다. 직장 동료와 폭넓은 따뜻한 대화를 하지 못하고 끝내 그곳에서 겪은 불합리하고 불편한 이야기만 쏟아놓은 게 아쉽다.

오늘 아침에
“요즘 코로나는 쳐주지도 않는다. 뭐 그게 아프다고 난리냐, 너 아프다고 남에게 양해해 달라는 건 안 된다.”가 요지였던 아무 말 대참사를 겪고 교사는 아파죽어도 제 할 일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독선적이고 관료주의적이면서도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말이 결국 내 입을 열게 만들었다.

사람마다 같은 병명이어도 통증의 정도가 다르고 증상도 다를 수 있다. ‘너는 이 일을 위해 인생을 고스란히 바치고 장열히 전사해라!’ 이 따위 뉘앙스로 본인에게 보고도 올라오지 않았는데 권한도 없는 이가 승인한 것을 네가 따르고 감히 나를 무시했느냐는 화풀이를 엉뚱한 내게 하는 거였다.

그 일 담당자가 왜 갑자기 어제 아침에 짜놓은 시간표대로 감독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고 나를 따로 찾아오고 불러서 말했는지 알 수 없다. 전날엔 메신저로 사정을 이야기했을 때 전화로 바로 맞받아서 씨알도 먹히지 않을 일이니 부감독은 꼭 해야 한다로 마무리 됐던 일이다.

수요일 오전에 내 몸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아서 다음날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으니 말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날만 업무 변경이나 경감해주십사 요청했는데 담당자에게 먹히지 않은 일이었다. 갑자기 점심시간에 중간 관리자가 뜬금없이 식판 들고 내 앞에 앉아서 그 일을 바로잡아 나를 배려해 주겠다는 방언을 쏟아내서 놀랐다. 힘들고 아파서 못하면 대타가 하는 거라고 친절하게 말해서 무슨 이상한 약이라도 먹었나 싶었다.

그다음 날인 어제 아침에 예상과는 달리 애초에 예정된 대로 일과가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나를 불러서 그 시간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줬다. 그래서 그 시간에 잠시 쉬었다.

이렇게 기록해놓지 않으면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조금 지나면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눈덩이 굴리듯 작고 작은 일이 겹겹이 구르고 또 굴러서 이상한 방향으로 급기야 향하는 순간에 대비하기 위해 기록해 둔다.

그렇게 해서 생긴 일을 오늘 아침에 관리자 2가 나에게 모멸감 느끼도록 질책하고 눈을 부라렸다. 오십 보, 백 보. 유유상종. 관리자 1, 2 세트로 가지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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