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애플워치를 샀다. 기분이나 몸 상태에 따라 심박수 변화가 생기면 알려준다. 그 신호에 따라 내 상태를 알아채고 심호흡하고 내 마음을 돌볼 기회를 챙긴다.
혼자 지내기엔 넓은 집에 곳곳에 널린 짐 투성이다. 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정리할 의지가 생기진 않는다. 들고 다니던 휴대전화를 어디에 뒀는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무음으로 해놓고 생활하니 딸에게 전화 좀 걸어서 내 폰을 찾아달라고 해도 진동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애플 워치로 내 전화기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어서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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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많이 안 좋아서 며칠 연이어 모과차를 달여서 먹을 때는 좀 나아지는가 싶기도 하고, 설탕이 너무 많이 든 것 같아서 모과차 끓여서 마시던 것을 이틀 전에 끊었다. 과식하지 않다가 과식하기 시작한 것도 설탕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 같아서 신경 쓰이고, 평일 근무 기간 동안 피로감에 눌려서 움직이지 못한 것까지 겹쳐서 ET형 체형으로 급격하게 변하는 게 눈에 띈다.
따뜻한 차를 끓여서 자주 마시는 것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은데 그 차의 재료에 쓰인 많은 양의 설탕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내일 아침에 집을 나설 때는 그래도 따뜻한 모과차를 끓여서 보온병에 담아서 나가야겠다.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어려울 만큼 목에 통증이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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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하나로 초저녁에 느끼는 극심한 피로감을 누르고 집 밖으로 나갔다.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만큼 저녁을 많이 먹은 것은 역시 문제였다. 졸리고 몸을 움직이기 싫어졌다. 며칠 내내 저녁을 많이 먹고 움직이지 않고 일찍 잠들기를 반복했더니 몸이 무거워졌다.
레깅스(내가 민망할까? 네가 민망할까? 패션)를 입고 집 근처 운동장에 가서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는데 무릎이 뻑뻑하다. 걸어도 편하지 않다. 지난주에는 조금 괜찮아져서 며칠 열심히 걸었는데 다친 무릎만 그런 게 아니라 양쪽 무릎이 다 뻑뻑하다.
몸을 아껴서 살살 써야 하는데 매번 잊는다. 무난하게 잘 지낸 때도 많지만, 그렇지 못한 세월도 길었던 것을 깜박 잊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몸을 살살 다루면 남보다 오래 살 거라고 요양하듯 편하게 살아라고 말씀해 주셨던 한의사 선생님 생각이 문득 났다. 괜찮아졌지만, 더 잘 살아내려면 몸을 혹사하지 않은 선에서 잘 다뤄야겠다.
운동을 하기엔 오늘 내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아서 억지로 달리는 것도 운동을 핑계로 내 몸을 혹사하는 것에 속한다. 잊지 말자. 천천히 살살. 멀리 보고 가늘고 길게 살 준비를 하자. 단박에 뭔가 저지르듯 살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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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애플 워치가 내게 몇 번이나 경고해 줬다. 진동이 느껴져서 정신 차려보니 내 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가하며 일을 하고 있는 거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오래 밴 습성을 고치는 게 쉽지 않다.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너무 열심히 하지 말자. 좀 모자란 듯이 사는 게 나쁜 게 아닌데 욕심이 많다. 그조차 내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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