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8
작년 봄에 처음 알게 된 '김서영 베트남 쌀국수'
그때 가게가 이 자리였는데, 코로나 여파로 손님이 줄어서 그런지 넓은 매장에서 시장 골목 작은 가게로 옮겼었다. 올봄에 찾아갔을 때 만삭이었던 몸을 풀고 최근에 예전 가게 자리로 옮겨서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전에 옮겨갔던 시장 골목에 있던 가게는 좁아서 손님 앉을 탁자가 두 개뿐이어서 대부분 배달 장사만 했다. 예전 가게로 옮겨서 자리가 늘었다.
이제 백일 지난 막내 셋째 아들이 작은 방에서 자고 있었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다 먹은 다음에 막내아들을 안고 나와서 보여주셨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가슴이 벅찼다. 다음에 오면 아들이 더 자랐을 거라는 말까지 더해서 아이에게 그냥 손님인 나를 이모라 칭하며 환대해 주셨다.
저 안에 큰 모기장이 있고, 갓 백일 지난 막내가 자고 있다. 나고 자란 나라가 아닌 타국에 와서 아이 셋을 낳고 손님과 소통하며 음식 장사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서영 씨는 참 대단한 사람이다.
딸과 함께 가기도 하고, 직장 동료와 함께 가기도 해서 내 얼굴을 기억하고 계셨다. 딸은 몰라도 나는 알겠다며 자고 있던 아이 방에 나를 안내해서 막내아들을 보여주셨다. 우리가 시끌벅적하게 음식을 먹어도 칭얼거리지도 않고 잘 자다가 우리가 들여다보니 반짝반짝하는 새사람이 뒤집기 신공을 보여준다.
아이를 안고 매장으로 나와서 아이가 낯가리지 않으니 안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고 아이를 내 품에 안겨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아이를 안아보는 게 베트남 문화권에서 실례가 되는지 괜찮은지 알 수가 없어서 머뭇거렸다. 나를 그렇게 알아보고 환대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귀한 아이를 내 품에 안겨주실 생각까지 하신 것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사랑스럽고 예쁜 아기도 또 보고, 맛난 음식도 먹으러 다시 여기 와야겠다.
이 집 반세오는 생망고와 오이를 같이 싸서 먹을 수 있게 썰어서 내준다. 그 맛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반세오, 베트남쌈 2인분, 쌀국수, 고기 덮밥. 셋이 가서 5인분 주문해서 맛있게 먹다 보니 양이 많아서 쌈 몇 개는 포장해 와서 밤참으로 먹었다. 조만간에 또 가고, 기회 닿는 대로 또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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