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3>

오후, 바닷가에서

by 자 작 나 무 2023. 10. 30.

2023-10-29
가을볕 쬐러 오후에 나가서 두 번째 나만의 노천카페를 열었다.

 

그 순간뿐인 구름이 하늘과 바다와 어우러져 그림이 된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사람이 앞으로 지나다니는 길목이 아닌 곳, 스피커가 없는 곳을 골랐다. 금세 다 읽어버리면 세상이 그대로 끝나버릴 것만 같은 아쉬운 마음에 빨리 읽기 아까워서 아끼던 책을 들고나갔다. 어릴 땐 그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책 그만 읽고 불 끄라고 하면 이불 안에서 플래시를 켜고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책을 읽곤 했다.
 

 

그런데 나이 좀 든 뒤엔 관심 있는 부분 외엔 그렇게 탐독하지는 않게 됐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잘 모르고 지나왔지만 이젠 좀 더 섬세하게 알고 싶은 것은 집중해서 찾아서 읽는다. 그때만 뇌가 활성화되는 것 같다.
 

근처에서 책 읽다가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가려고 음악당 안에 들어왔더니 2023년 윤이상 콩쿠르 장면이 실시간으로 영상으로도 나온다. 마침 공연장 밖엔 사람이 없어서 피아노 연주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다가 나왔다. 2019년에 윤이상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아우라가 너무나 강해서 상대적으로 시선을 끌거나 오래 나를 붙들지는 못했다.
 

통영에 많은 섬을 오가는 여객선들이 항구로 서둘러 돌아가는 시각
 

집으로 향하지 않고 달아공원으로 달렸다. 오늘 해지는 광경을 보며 달아공원 전망대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갓 걸음마를 뗀 아이가 부모 손을 뿌리치고 나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와서 안긴다. 나를 쳐다보길래 선글라스 낀 모습을 무서워할까 싶어서 선글라스를 벗었다. 눈을 맞추더니 생긋 웃는다. 나를 향해 걸어와서 품에 안긴다. 종종 경험하는 일이다.

 

 

해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곧장 달 뜨는 바닷가로 향했다. 이제 머지않아 고향을 떠날 것을 생각하니 마침 보름에 나왔는데 달 뜨는 것도 보고 들어가야겠다. 일부러 맞추기도 힘든데 일요일이고, 일 없이 밖에 나왔으니 이렇게 적당할 수가 없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3>' 카테고리의 다른 글

머리를 기대고  (0) 2023.10.30
달 뜨는 바닷가  (0) 2023.10.30
답례  (0) 2023.10.29
오천 원짜리 행복  (0) 2023.10.29
가을  (0) 2023.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