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2
저녁을 평소보다 많이 먹었다. 더는 채울 수 없을 만큼 음식으로 위를 꽉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잠을 덜 잔 탓인지 허기진다. 가짜 허기에 시달린다. 배를 채워도 텅 빈 속이 등짝에 끌려가서 붙어버린 것 같다.
나사를 느슨하게 풀고 채울 수 없는 것을 욕망하여 들끓어 오르는 뜨거운 파도에 휩쓸린다.
낮에 튀겨놓은 가지를 식탁 앞에 서서 접시에 있던 만큼 다 먹어치웠다. 목은 뭔가로 긁어놓은 것처럼 따끔거린다. 굳이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이젠 이 정도는 금세 알아채고 흩어버린다. 뭔가 그럴듯한 핑계나 이유가 있을 것처럼 파헤치는 글이라도 한 편 써야 재밌을 텐데, 시시하다. 무지의 베일을 쓰고 모르는 척하며 눈을 반만 뜨고 살아. 이렇게 살면 재미없잖아......
가짜 허기, 채워도 만족할 수 없고 채울 수도 없다면 바라지 않는 게 편하지 않을까? 아직 가을이라고 이러는 거냐? 일찍 잠들어야겠다.
*
결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 시시콜콜하게 한순간 지나가는 감정을 필요 이상으로 드러내는 사람, 한쪽으로 과한 사람을 보면 나의 부족함을 반성하게 된다. 타인의 삶을 거울삼아 나를 돌아본다. 사람을 만나면 그래서 어떠한 면으로든 배운다. 더 확실하게 인지한다. 나의 부족함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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