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0
오랜만에 딸과 저녁을 먹고 딸을 기숙사에 데려다주는 길에 차 안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작년에 시험 기간에 연가 쓰고 함께 짧은 여행을 다녀왔던 직장 동료가 함께 다녀온 여행 코스를 묻는 문자를 낮에 보내셨다. 퇴근 전에 바빠서 답을 하지 않은 것이 그때서야 떠올랐다.
"우리 그때 갔던 절벽에 선 그 절 있잖아..... 아득하게 보이는 길 아래에 재벌가 아무개의 생가가 있었고, 그 절 이름이 뭐더라?"
그래서 딸이 우리가 함께 다녔던 지리산 주변 고찰 이름을 몇 곳 들먹이다가 문득 지리산 대원사에는 자기가 가봤냐고 묻는다.
지리산 대원사에 몇 번 데리고 간 이야기를 하다가 처음에 함께 갔던 2005년엔 대원사 위에 새재까지 갔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기억하지 못하기에 블로그에 있던 사진을 찾아서 보여줬더니 옛날 사진이 반가운지 갖고 싶다고 한다.
옛 기록을 엠파스에서 이글루스로 옮겼다가 '다음 블로그'로 복사해서 붙이면서 사진이 다 깨졌다. 컴퓨터로 다시 여니까 사진이 배꼽만 보이고 뜨지 않아서 저장할 수가 없었다. 몇 가지 잔꾀를 내서 작은 크기로 줄여서 저장한 그 사진이라도 살렸다.
젖니를 처음 뽑은 날, 나름 기념 여행을 하고 사진을 남겼다. 그 사진은 원본이 남아있는지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나마 블로그에 옮긴 사진이라도 결국 살리지 못하게 될까 하여 아쉬운 마음에 잠시 감정이 일렁거렸다.
저 아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잘 자라줬구나.....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아이를 잘 키웠구나, 잘했다. 나 참 잘 살았구나..... 기특하다.
이 기록을 되살리는 것에 집중하느라 피곤해서 눈이 붙을 것 같던 시간도 쉽게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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