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12월 중순인데 봄날씨다.
하늘이 맑고 오늘은 시야가 좋아서 출근길이 눈부셨다.
속이 문드러지는 일은 시시각각 생기지만, 그 와중에도 봄날처럼 종종 심장이 뛴다. 빈속에 커피를 마신 탓에 카페인이 들어가서 심장이 발랑거리고, 아무도 없는 빈 사무실에서 이때다 싶어서 더러운 바닥에 빗자루질을 하면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오는 피로감에 온몸이 뻐근해지면서 순식간에 봄날의 꿈속으로 빠져든다.
출근길 신호 대기 중에 혼자 웃기는 상상을 하다가 소리 내어 웃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없을 만큼 잠이 일찍 깨서 내내 몽롱한 상태로 있었더니 급기야 눈 뜨고도 꿈을 꾼다.
날씨 탓이야. 도대체 12월에 이렇게 따뜻하면 어쩌란 말이야. 자꾸만 꽃놀이하러 밖으로 나가고 싶어진다. 나이를 잊고 철없이 연애하고 싶은 12월의 봄날. 꿈 깨고 일해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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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청소하지 않는 이 공간도 그대로 두면 먼지 지옥이 된다. 일주일에 두어 번 내가 빗자루질하고 틈틈이 눈치 보며 창문 열지 않으면 이보다 더한 지옥이 되겠지. 이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청소할 시간이 없다. 다들 업무에 쫓기니까. 나도 그렇지만 너무 더러워서 어쩔 수 없이 허리를 숙인다.
이렇게 기본적인 생활과 건강에 관한 시스템이 아예 없는 곳은 처음 본다. 넘치는 쓰레기통 관리도 안 돼서 비닐봉지 구해서 내가 담아 놓았는데 여전히 그 봉지는 사무실에 오래 남아있다. 이제 쓰레기봉투 들고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가는 일까지 내가 해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