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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서민이 먹을 수 없는 김밥

by 자 작 나 무 2024. 2. 10.

 

어제 가구 하나 조립하고 진이 빠져서 종일 이불속에서 나오지 않는 딸에게 대구전, 새우전, 무나물, 꽃게 된장국 등으로 아침상을 차려줬다. 내내 아프고 바쁘고 힘들어서 내 일도 제대로 못하며 지내서 음식을 제대로 해서 줄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설날이니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어도 그다음 끼니에 주면 딴소리하는 내 딸의 까탈스런 입맛을 잘 아는 터라, 늘어지게 낮잠을 내리 자는 딸이 노래 부르던 연어를 손질해서 연어 초밥 해 줄  준비를 했다.

 

다시마 우린 물에 밥 짓고, 배합 초 만들어서 섞을 준비 하고, 생연어를 소금에 절였다가 씻어서 준비해서 썰었다. 비슷하게 만들어서 한 접시씩 먹었다. 혹시나 김밥을 싸게 될까 싶어서 달걀말이 한 것을 썰어서 초밥에 두어 개 얹어서 맛보더니 맛있단다.

 

단촛물 섞어 놓은 밥이 애매하게 남았고, 연어도 김밥 두 줄 쌀 정도 남아서 김밥도 두 줄 쌌다.

 

며칠 전에는 연어 초밥 노래를 불러서 저런 조합에 연어 없이 새우튀김을 넣고 단무지 없는 김밥을 싸서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명절 특집으로 산 연어로 초밥에 이어, 연어 김밥까지 쌌더니 딸이 말하기를

"서민이 먹을 수 없는 김밥이네."

 

다음엔 저 재료에 새우튀김까지 넣어서 대왕김밥을 싸서 먹어야겠다.

 

'서민'이라는 말을 쓰는 뉘앙스가 씁쓸하고 시대 착오적인 발상 같아서 아직 사회 경험 없는 내 딸에게도 불편했던 모양이다. 사람을 경제적 지표로 구분하고, 달리 대하는 이상한 시대에 산다. 낡은 정신에 물질을 숭상하는 사회라는 의미로, 구석기시대, 신석기시대....... 구정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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