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4>

2.12

by 자 작 나 무 2024. 2. 12.

2024-02-12

월급 받으니까 당연히 내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한다. 그래서 몸이 내 말을 안 듣는다 싶을 만큼 힘들어도 어떻든 노트북 앞에 앉아서 일하는 시늉은 한다. 겨우 어느 선까지 해놓긴 했지만, 오늘 하루 힘들게 몇 시간만 하면 어지간히 끝나지 않을까 하던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오늘은 마침내 이렇게 방 안에 갇혀 있다가 팔다리 힘도 다 빠져서 걷지도 못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지는 않을까 하는 절망적인 생각까지 했다. 지난달엔 딱 한 번 산책했고, 이달엔 마트에 식자재 사러 나간 것 외엔 단 한 발짝도 움직인 적이 없다. 실내에서 박재한 동물처럼 살았다.

 

먹고 싶지도 않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상태. 이렇게는 도무지 그 일을 마무리할 수 없다. 의무감에 짓눌리지 않고 일을 마친 뒤에 어떻게 내 몸을 살려놓을 것인지 슬슬 걱정된다. 이제 잠시 얼굴 보고 밥 먹고 산책하자고 부를 친구도 너무 멀리 있어서 친구라곤 없는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비행선 안에 묶여 있는 기분이다.

 

딸이야 잠을 자거나 밥을 먹거나 내버려 두고, 내 일만 끝나면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 그럴 수 있을까 의문이다. 옛날 일기 옮겨 쓸 기력도 없는데......

한창나이인데 꼭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처럼 마음이 얇다. 의지도 의욕도 없을 때. 하다 못해 바닷가 산책길이라도 걷고 오면 좋을 텐데..... 바닷가에 나서 살면서 눈 떠서 움직이다 보면 내 생활반경에 당연한 듯 보이던 바다가 보이지 않으니 가슴이 답답하다.

 

얼른 나아져서 바다 보러 가야겠다. 어디든 나가야겠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6  (0) 2024.02.26
치유  (0) 2024.02.17
서민이 먹을 수 없는 김밥  (0) 2024.02.10
2월 10일  (0) 2024.02.10
옛날 사진, 기억(2)  (0) 2024.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