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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가끔 하늘을 본다

by 자 작 나 무 2024. 3. 26.

2024-03-26

빡빡한 하루 일과에 지쳐서 집에 돌아오면 거의 식물인간 같아진다. 머리를 쓸 여력이 없다. 손발도 까딱하기 싫어진다. 점심시간에 마주 앉아서 밥을 같이 먹은 스무 살 아래 동료도 내 상태와 별 다를 바 없었다. 생존을 위한 숟가락질 이상은 할 수 없는 상태. 과로사하기 딱 좋은 봄날이다.

오늘 처음 목련 핀 것을 봤다. 어제도 피어 있었을 테고, 그전에도 분명 피어 있었을 텐데..... 이곳에서 내 일과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상황이니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난주부터 근처에 수채화 물감 번진 듯 아른거리는 노란빛 산수유 꽃은 더러 보았어도 고개를 살짝 돌이면 보이는 자리에 있는 목련은 처음 발견했다.

 

 

사람 많은 곳에서 시선을 낮은 곳으로 돌리고 걷는다.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내 상태로는 눈빛만 부딪혀도 외상을 입을 것 같다. 유난히 좁은 이곳 교실에서 도무지 피할 수 없는 학생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는 순간, 수많은 눈길 화살에서 쏟아지는 뭔가가 나를 관통하지 않게 조절하는 것만도 기운을 많이 쓰게 된다.

 

온몸의 기운이 바닥날 때까지 열정적으로 매 순간 집중해서 살아내고, 퇴근과 동시에 탈진한 몸을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에너지를 충분히 채워서 가볍게 날아보고 싶다. 쉬어야 산다. 3월엔 늘 사회 초년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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