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4>

6월 23일

by 자 작 나 무 2024. 6. 23.

2024-06-23

연이틀 거의 밤잠을 못 잤다.

'신경망에 회로를 갈아 끼우는 작업 중이니 당분간 서비스를 중지합니다.'

꼭 이런 안내문이라도 내걸고 휴식 중인 것처럼 내 몸과 정신이 분리된 상태로 따로 논다. 며칠은 내가 인지하는 것을 과학적으로 탐구해서 풀어놓은 책을 읽었다.

 

내 몸이 자연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을 뇌과학자가 풀어놓은 책인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때론 내가 이해한 것, 혹은 알아낸 것, 깨달은 것을 아는 이를 만나면 많은 대화 없이도 뭔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우리는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 기억의 영역을 이르는 단어이고 개별적 실체가 과연 있을까.....

 

내가 느끼는 것을 동식물에게 내 느낌대로 바로 전달할 수는 없지만, 서로 뭔가 주고 받는 것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오히려 이런 연결이 더 구체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자주 딸의 생각을 그대로 읽어내고 그걸 말없이 실행에 옮기게 된다. 말없이 서로 소통 가능한 부분이 있으니 그걸 극대화하는 훈련을 하면 언어를 빌어서 하는 소통과 다른 차원의 소통이 가능할까?

 

말이 통하지 않는다. 뜻이 통하지 않는다. 생각이 통하지 않는다. 뭔가 통하려면 비워야 가능하겠지.

 

*

 

에어컨 설치 후에 한두 번은 시원한가 했는데 냉매가 새는지 전혀 시원하지 않다. 가만히 지내기엔 그럭저럭 견딜만 하지만 머리 쓰면 온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아서 힘들다. 거실에 새로 들인 서랍장에 물건을 채워 넣고 버릴 것은 버리고 정리를 더 해야 하는데 더워서 꼼지락거리기 싫어서 핑계를 만든다.

 

에어컨 바람 쐴 수 있는 곳에 가서 한낮의 더위는 넘기고 들어와야겠다. 역시 도서관이 최고야! 빌려 놓은 책 중에 가볍게 훑은 책 반납하러 도서관 갔다가 해질 무렵 공원 산책도 좋고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후 일정은 틀이 생긴다. 딸이 가끔 외식하러 나갈 때 외엔 꿈쩍하지 않으니 뭐든 혼자 해야 한다.

 

지난주 5일은 딸이 내가 다니는 직장에 강사로 함께 출근했다. 교생 실습 외엔 교단에서의 첫경험이었다. 짧은 기간이지만 며칠 동안의 경험이 공부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거짓말처럼 단정한 도시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이 내가 살던 곳보단 상대적으로 많고, 상식적인 일이 더 많은 이곳에서의 삶에 조금씩 잔뿌리가 생긴다.

 

바다가 그리워져서 문득 그대로 고향 바다를 향해 달리고 싶지만, 돌아올 시간도 기력도 없어서 다른 생각을 끌어내서 달래 본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피탕  (0) 2024.06.27
휴일  (0) 2024.06.23
고무래 식당  (0) 2024.06.23
수목원 야행  (0) 2024.06.21
파김치 맛집  (0) 2024.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