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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7.12

by 자 작 나 무 2024. 7. 13.

2024-07-12

지역의 차이인지, 구성원 조합의 차이인지 두 가지 사실의 절묘한 조합인지 이곳에서 보낸 한 학기는 꿈만 같았다. 어차피 이 일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시간과 체력을 엄청나게 쏟게 하는 부분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부수적인 것 같지만 정말 사람을 갉아먹는 부분은 대부분 훌륭했다.

 

워낙 척박하고 꼬인 동네에서 이상한 부류의 인간을 겪은 다음이어서 그런 것인지 어제처럼 힘든 때에 저런 시간이 연출되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약 3년 동안의 일정으로 해외에 먼저 나간 부군을 따라 아주 먼 나라로 떠나시는 분께서 깨알같이 준비하신 별빛 같은 이벤트는 꽤나 감동적이었다.

우리 부장님께서 '울게 하소서'를 그 자리에서 열창하실 것을 충분히 예견하지 못한 탓에 꽃다발을 준비하지 못한 게 미안할 정도였다. 얼마나 힘들게 일하시는지 아는데 그 바쁜 중에, 그렇게 통증에 시달리며 아픈 몸을 악기로 변하게 하는 마법을 보고 감탄했다.

 

어제 악보를 출력하실 때 눈치는 챘지만, 이런 식으로 무대가 꾸며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냥 그저 그런 피곤한 행사의 일부분일 것으로 생각했다. 이 동네에 와서 첫 직장, 첫 단추를 아주 잘 채운 기분이랄까. 좋은 사람 몇몇이 더 있으면 그들과 함께 조금 다른 방향으로 굴러갈 수도 있는 거구나.....

 

 

헨델의 '울게 하소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서 나온 'Think of me'를 멋들어지게 불러주신 두 분의 훌륭한 공연은 한 번만 보고 기억 속에 묻기엔 아쉬울 듯하여 동영상으로 찍어서 저장했다. 세 시간이나 지나서 퇴근해서 눈이 그대로 붙을 것 같았지만, 한참 기억하고 싶을 시간. 좋은 사람들. 떠나고 싶지 않아도 우리 인연은 올여름까지다. 

 

같은 연구실에서 정든 세 사람은 보기 드물게 결이 고운 사람이다. 우연과 우연의 조합으로 만났다고 하기엔 과분할 정도로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됐다. 지금은 그것 한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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