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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그네 타다가…..

by 자 작 나 무 2024. 7. 16.

2024-07-16

 

어제저녁 늦은 시각에 말린 블루베리를 듬뿍 넣고 핫케이크를 구웠다. 작게 구워서 몇 입 먹고 말려고 했는데 저녁 먹은 뒤였는데도 반죽해서 구운 그 많은 핫케이크를 죄다 먹어치웠다. 딸은 오랜만에 대학 친구와 온라인 게임을 한다고 제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나는 헛헛한 마음을 달디 단 빵으로 채우려고 했다.

 

과하게 먹고 며칠 만에 동네 산책을 나갔다. 강변 길이 더워서 이응교에 갔다가 혼자 맹숭맹숭한 걸음으로 느릿느릿 걷다가 흔들 그네 같은 벤치에 앉아서 한참 그네를 탔다. 그 다리 위에 밤에 종종 그네 타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울적해지는 마음을 혼자 달래고 있는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나선 길에 아무 데나 퍼질러 앉아서 넋 놓고 있다가 대책 없이 비를 맞고 집에 돌아왔다. 많이 먹고 배부른 김에 일찍 푹 잔 것도 아니고, 며칠 만에 산책했으니 기분 좋게 푹 잔 것도 아니었다. 이유도 모르게 밤을 꼴딱 새웠다. 눈이 퀭해져서 출근한 뒤로 가장 바쁘고 일 많은 날에 밤샌 눈에 뭔가 흘려서 일을 그르칠까 봐 신경 쓰였다.

 

서류 작성한 것에 문제가 있어서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해야 했다. 밤잠을 제대로 자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음날 일어날 일에 대처할 방어력이 달라진다. 학기말에 으레 쏟아지는 일이니 그러려니 한다. 식판에 그득 담아준 음식을 받으며 감사한 마음에 함빡 웃었는데 막상 자리에 앉아서 젓가락질하면서 이내 표정이 굳어졌다. 

 

오후에 빈틈없이 빡빡한 일정에 쫓기면서 책 몇 장을 읽고, 집중 안 되는 그 상태로 내가 놓친 생각을 따라갔다. 결국 가닿은 곳은 나의 옹졸한 감정이 퐁퐁 솟아 나오는 옹졸 샘. 갖가지 내 스타일의 변명이 머릿속에 도배됐지만 찾아낸 흠결은 나의 옹졸함이었다. 사람과 잘 섞이지 않으니 경험해보지 못한 게 많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잘 다듬어야겠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아니었다.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내 말은 우회할 줄을 모른다. 바로 말한다. 잘 모르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만들기엔 좋지 않은 습성이다. 내 머릿속에 흐르는 대로 말하지 않아도 읽어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뜻으로 바로 전달하는 소통이 가능하다면 이런 오해와 옹졸함이란 단어를 남발하지 않아도 될 텐데.

 

내 말이 아니라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말. 나도 어쩌면 누구든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귀 기울이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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