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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7.17

by 자 작 나 무 2024. 7. 17.

2024-07-17

 

오늘은 제헌절 '법 앞에 평등한 세상'이라는데 과연?

 

 

*

늦은 퇴근길에 차 안에서 조수미가 부른 헨델의 Where'er you walk를 듣다가 문득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해서 소리 내어 엉엉 울었다. 지치고 피곤한 시각에 늦게까지 꼬리를 무는 일을 억지로 끊고 겨우 사무실을 나섰다. 그대로 통영 바다를 향해 달리고 싶은 날이다. 고향도 친구도 버리고 떠나온 이곳에서 가끔 흔들릴 때 혼자 가서 조용히 시간 보낼 수 있는 마땅한 곳을 아직 찾지 못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연 속에 묻혀서 나를 잊을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그 바닷가 산책길 중간에 인적 드문 곳까지 걸어가서 몇 달 혹은 몇 년 묵은 설움을 한 번씩 토해내곤 했는데 여긴 아직 그런 장소를 찾지 못했다. 슬프고 아름다운 노래에 머리를 맡기고 달리다가 그만 울음이 터져버렸다.

 

어렵게 터진 서러운 감정을 어딘가에 가서 다 토해내고 싶었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아서 지하 주차장에서 얼른 눈물을 훔쳤다. 얼마 만에 느껴본 통증인지 가슴이 미어지는 듯하다가 구토하듯 왈칵 감정 덩어리가 올라왔다. 학기 초엔 학기말까지 견뎌야만 하니까 억지로 견디기만 하던 것이 이제 날짜가 다 되니까 더 견디기 힘들 만큼 차오른 모양이다. 

 

억지로 저녁을 먹고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늦은 퇴근으로도 끊고 나온 일을 이어서 하기 시작해서 조금 전까지 눈이 빠지도록 서류 만들고 검토하고 입력하기를 반복했다. 그대로 누워서 잠들 수 없을 만큼 뇌를 팽팽하게 당겨서 일한 다음이어서 뭔가 묘책이 필요하다. 가만 보니 잠옷으로 갈아입기는 했어도 씻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아챘다. 도무지 내일 낮에 이 일을 다 해낼 수 없을 것 같은데 혼자 남아서 집보다 작업 환경이 나쁜 그곳에서 일하기  싫었다.

 

내일 퇴근 전에 마무리해야 할 내 업무가 이전 단계에서 마무리할 수 없는 사고(?)가 연이어 있어서 내가 여유 있게 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 단계까지 다른 사람 손에서 넘어와야 내가 그다음 단계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여서 정작 마감 시간까지 죽어나는 건...... 나.

 

그래도 오늘 저녁에 집에 와서 수당 없는 야근을 열나게 했으니, 내일은 무사히 퇴근할 수 있기를.......

 

*

고향에 가서 친구 만나서 밥 한 끼 먹고 얼굴 보고 밀린 안부를 묻고 차 한 잔 하고 나면 그대로 공간 이동 해서 이 동네로 떨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딸은 저 나름의 일정으로 컨디션 조절하며 공부해야 하니 나 혼자 다녀오란다.

 

싼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있는 날짜에 하룻밤 묵는 코스로 짧게 제주도에 다녀오자고 했더니 그것도 싫다고 했다. 이 동네에도 같이 어울려서 밥 먹고 여행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어야겠다. 이번에 고향 가면 친구들이 이 동네로 이사 오게 바람이라도 세게 넣어봐야겠다. 남편 내버려 두고 1년 살이라도 하러 오라고 어떻게든 꼬셔봐야겠다.

 

*

여러모로 몹시 힘든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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