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5
24일 저녁 늦게 응급실에 계시다는 급한 문자를 받았다.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강 선생님께서 보내신 문자엔 머리가 아파서 CT를 찍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가족분들께 알리지 않고 혼자 응급실에 가신 게 아닌가 걱정이 돼서 밤잠을 설쳤다.
내비게이션은 3시간 거리로 찍혔지만, 휴게소에 잠시 두 번 들렀더니 온전히 4시간 걸렸다. 근처에 가서 전화를 드렸다. 많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계시면 통화하기 어려우실 듯하여 문자로 몇 가지 묻기는 했는데 정확한 의사소통은 되지 않은 상태였다. 3시간 운전한 끝에 잠시 주차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응급실에서 영상 촬영을 하신 분이 강 선생님이 아니라 선생님 부군이시란 사실을 알게 됐다.
뭔지 모르게 안도감이 들면서 긴장이 풀렸다. 다시 3시간 거리를 바로 운전할 것인가..... 아니지, 그렇게 나선 길에 이사한 뒤에 한 번도 뵙지 못한 강 선생님을 뵈러 거제도로 달렸다.
뭔가 오해가 있어서 거제까지 급히 달려간 것이었지만, 그렇게 선생님을 또 뵙게 되어서 너무나 반갑고, 선생님께서 쓰러지신 게 아니어서 안도감이 들었다. 가족이 아픈 것은 안타깝지만 묘한 안도감에 다리가 풀린 상태로 강 선생님 차를 탔다. 밥 먹여서 보내겠다고 화덕 피자 가게에 가자고 하셔서 나섰다가 발견한 익숙한 카레집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그 먼 곳으로 이사했어도 급하다 싶으니 거기까지 미친 듯이 달려가게 되더라. 혹시 큰 병을 얻으셔서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 돼서 마침 시간은 낼 수 있으니 이럴 때 가서 한 번이라도 뵙고 와야 한다는 생각에 확인 전화 할 생각도 못했다.
나를 챙겨야 할 가족보다 더 애틋하게 나를 챙겨주신 강 선생님께 아무것도 해드리지 못하고 불쑥 나타나서 밥만 얻어먹고 왔다. 나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 감사한 마음에서 우러난 사랑과 관심. 강 선생님과는 더 오래 깊은 인연으로 이어질 듯싶다. 다음 방학 때나 한 번 뵈러 가게 되겠지.
왕복 8시간 운전한 바람에 오늘은 이대로 늘어져서 시체놀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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