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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8.4

by 자 작 나 무 2024. 8. 4.

2024-08-04

 

목안에서 느껴지는 통증 때문에 새벽에 깼다. 통증을 가라앉힐 약을 빨리 찾지 못해서 당황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약이 없어서 혹시 한 알쯤 남겨뒀을 법한 자리를 다 찾아보았으나 결국 그 알약을 찾지 못했다. 다른 약을 찾아서 통증이 가라앉아서 다시 잠들었다. 덕분에 늦잠을 푹 잤다. 잠을 푹 자고 난 뒤에야 생각이 명확해졌다.

 

*

침실까지 거실의 냉기가 잘 들지 않아서 문을 열어놓고 자다가도 더위를 느껴서 종종 깬다. 침대가 편해서 잠들었다가도 깨기 일쑤여서 책상 위에 있던 모니터며 화장품 등등 일상에 쓰는 내 용품을 대부분 거실에 옮겨놨다. 거실에 들인 서랍장을 책상 겸 화장대로 쓰면서 이제 내 생활의 본거지가 거실이 된 이상 딸이 맡기로 한 살림을 제대로 하지 않고 던져놓은 것을 더는 못 본 척할 수 없다.

 

밖으로 나돌 때는 지쳐서 돌아오니까 당연히 딸이 해야 한다고 느끼던 것을 이제 나 몰라라 하고 방에서 어지간하면 나오지 않는 딸에게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냥 내가 하고 말지.

 

금요일 저녁에 무 한 개를 썰어서 초절임을 하고, 레몬수 만들까 하고 산 레몬이 많아서 레몬청도 담갔다. 밀린 숙제 같던 일을 끝내고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예정된 모임에 참석했다. 두 시간 예정이었던 강의를 네 시간이나 하셨다. 내가 기대한 바는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명확하게 얻은 게 있다.

 

*

뇌가 뜨거울 땐 말하지 말고,

산책하고

책 읽는 것을 지속하면 이 시간은 지나간다.

 

*

장면전환이 필요할 때 덧없는 것에 초점을 두고 멍하니 시간을 보내곤 한다. 혹은 멀리 달려서 어떤 곳에 다녀오는 것으로 그것을 대신하기도 한다. 

 

 

*

내가 아는 것을 남이 이해하도록 설명하는 일. 그게 내 일이기도 한다. 그래서 나와 다른 사람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인의 삶에 깊숙하게 들어가는 일은 나에게도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도 타인과 그런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피하는 모양이다. 

 

내가 피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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