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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생각 조각

by 자 작 나 무 2024. 8. 4.

2024-08-04

 

그때 나는 나를 굶겨서 죽일 작정이었다. 그보단 굶어서 몸에 에너지를 더 이상 공급하지 않고, 내 의지와 달리 이 몸을 적극적으로 살게 조종하는 뭔가를 완전히 굴복하게 하여 전권을 쥐고 싶었다. 삶이라는 게 어떤 구도에서 시작하여 어떻게 흘러가서 어떻게 멈추는 것인지 전면적인 통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열흘을 굶었다. 굶겼다.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남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대로 살면서 방향을 정하는 것이 본능 그 자체라면 내가 한낱 짐승과 다를 바 없는데 뭐 그리 사는 게 대단한 것이겠냐고. 이 세상은 지옥인 것이 현실 아닌가라고 단정 지어서 생각했다. 내가 평온해도 주변이 불타고 고통받는 현실 위에 공존한다면 그래도 지옥이다. 나만 어떻게 안전할 수 있고, 나만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스물여덟 되던 해에 마침내 내 질문에 답을 얻었고, 이후에 내 삶에 크게 저항하지 않고 그냥 산다.

 

*

내가 원하는 형태의 사랑, 부모로부터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욕구를 충분히 채우지 못해서 발생한 결핍이 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주면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을 채우면서 살고 싶었던 모양이다. 딸에게 주고 또 주고 있는 대로 인정하고, 노력하는 과정이 결국 나를 위한 삶을 산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진심으로 아껴주는 태도를 내가 지녔다면, 그건 내가 그런 것을 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만 내 마음이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뿐이다.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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