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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칩거

by 자 작 나 무 2024. 8. 4.

2024-08-04

 

내 딸은 어릴 때도 밖으로 잘 나가지 않고 방 안에서 잘 놀았다. 피아노를 치다가 그림을 그리다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심심하면 나를 대상으로 놀이를 하기도 했다. 기저귀 차고 다닐 때는 동네 놀이터에서 누구라도 함께 어울려서 노는 걸 더 즐거워했던 것 같은데 친구를 만나러 밖으로 나가기도 했지만, 친구를 집에 데리고 와서 노는 것도 좋아했다.

 

최근엔 방안에 콕 틀어박혀서 침대에 누웠다가 책상에 앉는 것을 반복하는 생활을 한다.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헬스장에 운동하러 나가는 것 외엔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다. 사람 많은 곳에 가서 기 빨리는 것 같은 느낌이 싫어서 평생 재택근무할 수 있는 일을 해도 자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종종 말한다.

 

그렇게 사는 게 좋다면 그렇게 사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꼭 밖에 나가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해야만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

전부 아니면 전무

그럴 수도 없고, 꼭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내 속엔 그런 욕심이 있다. 오늘 생각을 헤아리다 보니 그 단어가 튀어나왔다, 전부가 아니면 전무한 관계. 타인과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게 현실이고, 그런 생각은 이상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타인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 나에게 강요할 수도 없다. 생각은 변한다. 나도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것이 얼마나 억지스러운지 안다. 온 마음을 다 내주는 관계가 아니면 이 벽 이상은 넘지 말라고 늘 선을 긋고 담을 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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