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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8.18

by 자 작 나 무 2024. 8. 18.

2024-08-18

 

2년 전에 고향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한 해 살이를 하면서 집에서 미처 옮겨가지 않은 작은 산세베리아 화분이 홀로 남아있었다. 1년 정도 집을 비우면서 몇 번은 더러 다니러 갔어도 몇 달씩 그대로 비어있었다. 그 사이에 까마득하게 잊었던 그 화분에 심었던 산세베리아가 12월에 집에 돌아가보니 살아있는 게 아닌가.

 

처음에 마트에서 삼천 원에 사서 작은 화분에서 키우다가 쑥쑥 자라서 큰 화분에 옮겨서 키우던 테이블 야자는 눈에 밟혀서 용달차를 불러서 다시 옮겨놓고 키웠다. 집에 돌아갈 땐 지인의 집에 맡긴 뒤에 얼어 죽은 것을 보았다. 이후엔 식물도 키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몇 달이나 물 한 번 준 적 없는 산세베리아가 살아있었던 것이 대견하고 감격스러워서 이사하면서 들고 왔다. 큰 산세베리아에서 작게 새끼 친 것을 꽂아서 키운 것인데 그리 풍성하게 자라진 않았어도 여전히 잘 살고 있다.

 

금요일 퇴근한 뒤에 여태껏 방에 갇혀서 일을 마무리하면서 문득 생각나서 며칠 만에 물을 주고 잎에 묻은 먼지를 닦아냈다. 살아줘서 고맙다. 작지만 견고한 생명을 보며 나의 안일함을 반성한다. 오늘로 이 일을 꼭 마무리하고, 다음 주말엔 꼭 숲에 가서 산책할 시간을 낼 수 있기를 바라며.

 

 

** 위는 막 쓴 글, 아래는 수정본

 

지난 2년 동안, 고향이 아닌 다른 도시에 거처하며 한 해를 보내던 중, 집에 두고 온 작은 산세베리아 화분이 홀로 남겨져 있었다. 나는 집을 몇 차례 방문하긴 했지만, 대개 몇 달씩 집을 비워두었다. 그 사이 완전히 잊고 지냈던 산세베리아가 12월에 돌아가 보니 놀랍게도 여전히 살아있었다.

 

마트에서 3천 원에 구입해 작은 화분에 심었던 산세베리아는 빠르게 자라서 결국 큰 화분으로 옮겨 키우게 되었다. 그때 함께 키우던 테이블 야자가 눈에 밟혀 용달차를 불러 옮기기까지 했지만, 결국 지인의 집에 맡겼다가 얼어 죽고 말았다. 그 이후로 나는 다시는 식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몇 달간 물 한 번 주지 않은 산세베리아가 꿋꿋이 살아있는 것을 보고, 그 강인함에 감격하여 이사하면서 함께 데려왔다. 이 식물은 큰 산세베리아에서 자라난 작은 새끼였고, 풍성하진 않지만 여전히 잘 자라고 있다. 금요일 퇴근 후, 방에 갇혀 일을 마무리하던 중 문득 그 식물이 떠올라 며칠 만에 물을 주고, 잎에 쌓인 먼지를 닦아냈다. 살아줘서 고맙다. 작은 존재이지만, 견고한 생명력을 지닌 그 식물을 보며 나의 나태함을 반성하게 된다. 오늘은 꼭 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주말엔 반드시 숲으로 산책을 나갈 시간을 내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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