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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4>

주말

by 자 작 나 무 2024. 8. 25.

2024-08-24

 

모처럼 딸과 함께 극장을 찾았다. 옛 감성을 그대로 담아낸 새로운 에이리언 시리즈를 봤다. 영화는 갑작스러운 극적 반전으로 관객들을 여러 차례 놀라게 했고, 나 역시 그 순간순간에 몸을 움츠리며 반응했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은 딸은 다르다. 영화 내내 딸의 얼굴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영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딸에게 말을 걸었다. 딸은 자신도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놀람이 얼굴에는 드러나지 않을 뿐이라고. 나는 손을 휘젓고 몸을 꿈쩍하는 방식으로 내 감정을 드러내는 반면, 내 딸은 어쩌면 그렇게 무표정할 수 있는지...

 

내 딸이 말한 것처럼 많이 놀랐음에도 불구하고, 딸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감정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천둥과 번개가 치면 무서워하며 오들오들 떨고 식은땀을 흘리던 어린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눈에 보기에도 무서워하는 것이 분명했던 그때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시간이 흘러 어떻게 그렇게 변할 수 있었을까. 내심 궁금해졌다.

 

 

 

2024-08-25

 

오랜만에 동네 사진관에 들러 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은 공식적인 문서에 쓰이기 위해 필요했지만, 거기에 담긴 나의 모습은 내가 인식하는 '나'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사진관에 함께 들렀다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돌아온 딸은 다시 방으로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가 사이를 어슬렁거렸다. 학기 초가 되면 항상 해야 하는 업무의 무게가 집으로 따라왔지만, 일에 치여 사는 것이 싫어서 그 일을 미루다가 결국 밤늦게까지 그 일에 매달려 있었다. 피곤함이 몰려오고, 글자들은 눈앞에서 흐려진다.

 

각자의 방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우리는 마치 서로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듯하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멀리 있는, 그리고 멀리 있으면서도 어딘가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 서로의 공간을 존중하며 각자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어떻게든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다.

 

 

한동안 밤늦게 탄수화물을 잔뜩 먹어야 비로소 잠드는 고약한 습관이 들어서 급격하게 체중이 늘고 뱃살이 늘었다. 끊어야 하는데 잠들기 전에 각종 탄수화물이 든 음식 생각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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