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9
저녁 식사 후, 딸과 함께 동네 산책을 나선 것은 이사한 이후 처음이었다. 초봄에 다른 지역에서 벚꽃이 만개한 길을 잠시 다녀온 기억이 있지만, 우리 동네에서의 산책은 무려 일곱 달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제의 산책은 그래서 기록한다.
퇴근 후, 피로에 몸이 얼어붙은 듯한 상태로 귀가한 나는 저녁 식사 후 바로 누워버렸다.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힘들었다. 느지막이 딸이 밖에 나가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고는 벌떡 일어나서 따라나섰다. 혹시 딸이 혼자 나가 다른 볼일이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따라나서는 것이 방해가 될까 염려되어 조심스러웠다.
오랜만에 집 밖으로 나온 우리는 동네 랜드마크인 이응 다리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처음에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집에 빨리 돌아가 물을 마시려 했지만, 어느새 물 대신 생맥주가 떠올랐다. 곧장 그 근처에 있는 생맥주집을 찾았다.
살얼음이 동동 뜨는 생맥주잔을 부딪히기 전에 딸은 신분증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운동복 차림의 딸이 밤에 나이를 가늠하기 애매해 보였던 모양이다.
딸이 골라서 주문한 안주가 나오기 전에 나는 시원한 생맥주를 반쯤 마셨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순간이었다. 문득 100년 된 독일의 호프집이 떠올랐다. 10여 년 전에 여행 가서 딸이 미성년자여서 그곳을 그냥 지나쳤던 기억이 떠올라서, 머지않아 다시 그곳을 찾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그곳에서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그 동네의 맛있는 맥주를 음미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