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30
어제는 관리자 A가 시간 내서 그 방에 다녀가라고 해서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메신저로 글이 날아오기 무섭게 바로 나서서 인사드리고 나왔다. 오늘은 관리자 B가 오라 가라 하기 애매하니 오늘로 근무가 끝나는 몇몇 사람들에게 단체 문자로 잘 가라고 인사를 보냈다. 나도 냅다 메신저로 인사드리고 말았다.
같은 부서에 몇 안 되는 사람들도 시간 맞추기 어려워서 화요일에 미리 저녁 자리를 마련해서 인사 나눴다. 복도에서 나를 끌어안고 가지 말라고 말해주는 감정 넘치는 여학생도 있었고, 내가 가는 게 그리 아쉬운지 좀처럼 감정 표현 하지 않는 그 동네 아이들의 서운함이 담긴 인사도 몇 번 받았다.
다른 행성 같이 느껴지는 동네에 이주해서 첫 번째 고른 곳이 참 괜찮았다. 그걸로 만족한다. 어차피 오늘로 근무가 끝나는 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감정도 동요도 없었다. 퇴근하지 않고 남아서 일하면서 끝까지 따라 나와서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던 부장님의 감정이 느껴져서 그만 울먹거려지는 걸 잘 참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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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족쇄에서 풀려났다. 이런 표현이 식상할 정도로 그곳 생활이 마음에 들었다. 일이 적은 것도 아니고, 쉬운 것도 아니었지만, 매일 마주해야 하는 대상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이렇듯 느끼는 감정은 천지 차이다.
오늘 대여섯 명 되는 사람을 보내고, 그 자리에 오는 대여섯 명의 사람의 인사를 주고받는 게 얼마나 피곤할까 싶어서 메신저로 보낸 인사에 메신저로 화답했지만, 퇴근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노트북을 반납하고서 할 일이 없어지니까 생각을 고쳐서 하게 되었다. 그래도 찾아가서 인사드리지 않고 그냥 나온 것이 마음에 불편하게 남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결국 찾아가서 얼굴 보고 인사드리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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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근무는 끝났고, 딸내미 친구 말로는 '관노비' 신세에서 벗어났다. 이럴 때 있는 힘 없는 힘 다 모아서 돌아다녀야지! 그런데 기회가 생겼는데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여권'에서 첫 번째 문제가 생겼다. 마침 항공권 프로모션 한다는 시기에 발권하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에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뭔가를 망치거나 불편하게 하는 사람이 되는 게 싫은데 이건 예정에 없던 여행이니까, 10년 넘게 외국으로 한 번도 나간 적 없는 내게 갱신한 여권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같은 날에 신청했는데 오전에 신청한 딸 여권은 나왔고, 오후에 퇴근길에 눈썹 휘날리며 뛰어가서 신청한 내 여권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같은 날 신청해서 어지간하면 오늘쯤은 나오지 않을까 하고 내심 기다렸는데, 월요일은 되어야 나올 모양이다. 딸내미한테 사진과 신분증 맡기고 같이 신청해 달라고 했는데 성인은 본인이 직접 하지 않으면 신청이 안 되는 모양이다. 전에 딸이 미성년일 때 내가 한 번에 다 한 것을 기억해서 되는 줄로 착각했다.
방학 땐 내내 해서 제출해야만 하는 일이 등 뒤에 붙어 있어서 뭘 해도 불편했다. 이제 진짜 방학이다. 숙제 없는 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