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흐르는 섬 <2020~2024>/<2024>

9. 10

by 자 작 나 무 2024. 9. 10.

2024-09-10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첫 주는 생각보다 바빴다. 여행에서 돌아온 금요일 밤 이후로, 며칠째 방 안에만 머물며 앉았다가 누웠다가를 반복했다. 어제 오후에는 통증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 잠시라도 산책을 나가볼까 했지만, 끝내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 잠시 쉬었다가 다시 몸을 움직이는 사이,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종이 더미 속에서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했다. 버리기 전에 옮겨두려고 몇 페이지를 읽어내려갔는데, 어찌나 혼란스럽고 어수선한지 읽다 보면 이내 피곤해져 한참을 웃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던 시절의 나는 무언가에 눌려 있는 듯했다. 그 영향은 지금까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지만,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옛날 일은 그저 옛날 일일 뿐이다. 하지만 다시 들여다보면, 변한 것도 있고 여전히 고쳐야 할 점도 눈에 띈다. 남들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는 다르다. 20대의 나는 특히 감정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다.

 

*

어제는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았고, 오늘은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점심 즈음 조치원에 들렀다가, 그곳을 둘러볼 기운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며칠간 집에만 머물렀더니, 오히려 마음이 공허해졌다. 계속해서 일을 하다 갑자기 멈추게 되니, 어딘가 허전하고 불안하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이렇게 쉬는 게 괜찮은 건지, 자꾸만 스스로를 다그치 된다.

 

아직 풀지 못한 이삿짐, 퇴직하며 싸온 짐들도 그대로 쌓여 있다. 얼마 전 들고 나갔던 여행 가방도 여전히 현관 앞에 놓여 있다. 몸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는 생각은, 어쩌면 약기운에 속은 착각일 뿐이다. 아프지만 계속해서 달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 쉬지 않고 달려야만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지치게 하고 있었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연정에서….  (0) 2024.09.11
손가락  (0) 2024.09.11
여행 가방  (0) 2024.09.09
9.9  (0) 2024.09.09
9.7  (0) 2024.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