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1
목적지를 늘 정확하게 정하고 나서는 것은 아니어서 내 산책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쯤에서 끝날지 알 수 없다. 오늘은 비도 내리고 날이 흐려서 막상 걸으러 간 동네에서 그냥 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따뜻한 커피부터 한 잔 마셨다.
한꺼번에 다 읽어버리기엔 아까워서 몇 장씩 아껴서 읽는 책, 몇 장 읽고, 옥상 자리에 혼자 앉아서 기분 전환용 셀카도 찍었다.
꽤 어둑해져서 가게 밖에 조명을 밝힐 즈음에야 밖으로 나왔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밖에 나와서 이 근처 공원을 알려준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인적 드문 어두운 길을 혼자 걷다가 혹시 불의의 사고라도 당하게 된다면, 누군가 그 사고를 '자살'이라고 하면 어쩌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알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으로 살짝 황당한 문자를 보냈다.
이 길을 걷는 사람이 나 혼자 뿐이었으니 걱정할 것도 없을 것 같지만, 묻지 마 살인이나 이유도 모르고 당하는 폭력도 난무한 희한한 세상에 사니까 인적 드문 길에 서 있을 때 종종 하지 않아도 될 생각도 해본다. 만약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내가 꼭 해야 하는데 잊은 것은 무엇일까...... 때가 되어도 밥을 먹이지 않은 내 몸뚱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계속 괜찮을 거라고 믿어버리고 싶은 통증.
사과해야 할 잘못이나 미처 뉘우치지 못한 잘못은 없는지 더듬어 본다. 최근 일 외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회상의 쳇바퀴는 언제 멈출까.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지점으로 무한반복해서 돌아간 뒤에 시뮬레이션하는 기억의 쳇바퀴가 고칠 수 없는 과거를 만들고 싶지 않다.
'흐르는 섬 <2020~2024> >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심 (0) | 2024.10.13 |
---|---|
2021년 6월, 사진과 기억 (0) | 2024.10.12 |
산책 나가기 전에..... (0) | 2024.10.01 |
10.1 (0) | 2024.10.01 |
회춘 (0) | 2024.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