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2
2021년 6월 1일에 동네 도서관에서 책 50권을 빌렸다. 도서관 내부 공사로 인해 책을 1인당 50권씩이나 빌려줘서 그때 작가 한강의 책을 많이 빌렸다. 시간 날 때 읽겠다고 욕심내서 한강 작가의 책을 최대한 많이 골라왔다.
채식주의자를 읽은 뒤에 머리가 끌려들어 가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서 혹시 그만큼 자극적인 책이 있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그렇게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신기하고 부러웠다. 집중해서 읽고 기억하는 책은 '채식주의자'뿐이다. 다른 책은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어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문득 생각났다. 그때 많은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문체를 연구해서 뭔가 배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일에 쫓기느라고 몇 권 읽지 못하고 반납하고 일에 치어서 살았다.
책 빌리러 도서관 갈 때 가져간 가방이 하나로 부족해서 도서관에서 가방을 하나 선물로 줘서 얻어왔다. 내 허영심 중에 제일은 지적 허영심이리라.
교실에서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있던 우리 반 학생과 분식집에 가서 국수를 한 그릇씩 먹고 둘이 사진 한 장 남겼다. 마스크 쓰고 살던 시절이어서 사진도 마스크 쓰고 찍었다. 나중에 언젠가 이 시절 사진을 보면 언제 저런 때가 있었나 생각하게 되겠지.
6월 사진 보관함에 남아있던 내 흔적 중에 한 가지. 시험 안내문을 물백묵으로 칠판에 쓴 것. 사진이 남아있어서 문득 기억을 더듬어 추억할 수 있어서 좋다. 사진이라도 남아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야 그때 하지 못한 일을 할 시간이 생겼는데, 이젠 도서관에서 작가 한강의 책은 당분간 빌리기 쉽지 않을 거다. 그때 ‘채식주의자’를 읽지 않았더라면 손에 쥐었다가 놓아버린 다른 책을 읽지 못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아쉬움에 잠 못 들었을지도 모른다.
사진을 보니 적어도 그해 6월까진 큰일이 없었고, 내 눈빛은 순하고 순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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