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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4>

서른 다섯의 첫 새벽

by 자 작 나 무 2004. 1. 1.

2004년 첫 새벽 깨어 있다. 어제 초저녁부터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다가 깨어보니 자정이 되기 얼마 전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씻지도 않고 잠들어서 깬 것이었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그냥 그대로 더 잘까도 생각했지만 내가 달리 새해 벽두의 의미를 두고 생각할 것이 있을까만 그래도 다른 날과는 다른 각오와 생각들을 새겨보고 싶었다.

 

며칠을 자리 비운 채 돌아다니다 왔더니 블로그도 그늘진 듯 조금은 쓸쓸하고 하루 땡땡이치고 일을 빼먹은 까닭에 어떤 학부모께 미안하다고 몇 번을 하고도 눈총을 받아도 이 멋대로 살고싶은 욕구는 자제가 안 되는 모양이다.

 

이러니 어쩜 평생 내 멋대로 살다가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 시간은 흐르고 흐르는 시간 속에 수많은 예기치 못한 일들도 일어나고 그 속에서 나는 또 깨치고 상처받고 치유되기를 반복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신년 운세가 신통찮아서 맘에 걸리지만 그래도 소신껏 하던 대로 하고 살련다. 조금 더 마음을 낮추고 안되는 것에 애착하지 말고 물결처럼 흘러가 볼까 한다. 지난해도 내게는 감당하기 벅찬 일투성이였다. 그래도 견뎌왔으니 올 한 해 더 그리 살라 한다고 못할 일은 아니다. 어렵고 힘들어서 가끔 주춤거릴 뿐인데 우울해질 필요까진 없는 듯싶다.

 

지난해는 힘들었지만, 마지막에 좋은 친구를 만난 것에 대한 기억으로 매듭지어져서 그나마 씁쓸한 기억을 덮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유난히 맑고 드높은 정신세계를 가진 이를 동경한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고 교류하고 배우고 싶어 했는데, 마침 그런 사람 한 명을 만났다. 사람의 앞날과 인연에 대해서 이젠 장담하지 않고 단정 지어 생각지 않기로 했으므로 그냥 편안히 지금은 좋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대로 주어진 내 현실을 살아가야 하고 가끔 힘들 때 생각하고 떠올리며 잠시 웃음 지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를 가장 아프게 했던 사람은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가장 사랑했기에 그가 주는 아픔이 그토록 나를 어렵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의미 없는 미련을 접고 내가 원한 길은 아니었던 듯 싶은 지금의 이 생활을 좀 더 다듬고 반듯하게 만들어가는 한 해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연말에 연락을 수없이 해봐도 돈 빌려 간 빚쟁이들은 일제히 연락 두절이므로 올해도 지금의 경제난을 벗어나긴 힘들 것 같다. 어쩌면 결국에 떼이고 큰 타격을 입고 휘청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이 험하고 살기 어렵고 힘들어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생각하고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바뀌도록 우선 내 마음가짐부터 바르고 부드럽게 가질 일이다. 아주 사소한 것부터 내가 먼저 실천하고 내가 먼저 나설 수 있는 자세를 가지고.... 또 새로이 뜨는 해를 맞으련다. 아... 벌써 내 나이 서른다섯.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인연들이 가장 소중한 사람들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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