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6
블로그를 뒤적거리다가 옛날 일기에 남긴 옛날 사진을 보다가 울었다. 그냥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참 고단한 삶이었는데 내색하지 않고 작은 즐거움에 한눈팔며 이겨내려고 했던 때였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했다. 그 어린 걸 데리고 한라산에 올라가서 백록담을 보고 와서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다.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웃을 기력이 없어서 꽁꽁 언 표정으로 찍은 사진을 웃는 모습으로 바꿨다. 그땐 어떻게 견뎠을까 싶은 삶을 살았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다 괜찮아졌는데 새삼스럽게 옛날 사진을 보니 눈물이 쏟아진다.
이유를 꺼내놓지 않고 울먹거리고 싶던 감정이 핑계를 찾아서 눈물을 좀 쏟은 거다. 통영에 살았더라면 한산도가 보이는 그 바닷가를 따라서 걷다가 굶고 있는 고양이 찾아서 먹이 좀 나눠주고 집으로 돌아왔겠지. 그 바닷가를 혼자 걸으면서도 그렇게 눈물을 참았는데 나이는 들어도 아직 내 마음은 철없이 새파랗고, 마음은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제멋대로 바람이 불어도 펄럭이지 않는 깃발 같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제 한동안 이곳에 정착해서 다른 삶을 일궈야 한다. 내 속에선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밀쳐낸다.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 생각으로 이길 수 없는 감정이 더 크게 뭉쳐서 버티는 눈덩이처럼 가로막힌 길목에 섰다. 이 눈덩이를 그냥 치울 힘은 없다. 햇빛에 녹아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야지. 억지로 뭔가 한다고 될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감정의 벽은 퍽퍽한 현실에 쫓겨서 어쩔 수 없이 물러설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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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시험에 떨어진 딸은 제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않고, 배 고프지 않다면서 끼니도 대충 건너뛰기 일쑤다. 이렇게 몇 해 살다가 갑자기 시집이라도 간다고 하면 나는 혼자 어떻게 사나 걱정이다. 뜬금없다고 생각해도 어느 날 그런 날을 맞게 되면 내가 견딜 수 있게 뭐라도 준비를 해야겠다.
지금도 한집에 살면서 예전처럼 한 방에서 부대끼며 사는 게 아니어서, 서로 분리되어 남남 같이 느껴지는 이런 시간이 내내 허전하고 섭섭한데 대학 기숙사에 보낸 것과는 또 다른 삶의 형태로 바뀌면 적응해야 할 것은 바로 나다. 내가 제일 큰 문제다.
차라리 딸이 어릴 때는 전적으로 나에게 의지하니 내 가슴과 어깨를 내주고 등에 올라타고 목에 올라타도 다 견딜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렇게 보듬고 사랑해 주며 사는 맛이 있었다. 받고 싶기도 하고, 한없이 주고 싶기도 했던 사랑. 한없이 줄 수 있어서 감사하게 잘 살았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왜 이렇게 다 살아버린 것처럼 마음이 가라앉는지...... 순간순간 박차고 일어서려는 힘이 작용할 때 외엔 주르르 흘러내리듯 감정에 휩싸이면 우울감에 허우적거리는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