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8
10시 반에 출발해서 3시간 운전해서 통영에 도착했다. 고속도로에서 최대 속도로 달리고 또 달려서 그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거다. 빨리 도착하려고 휴게소에 한 시간에 한 번씩 들러서 쉬는 것도 포기하고 달렸다.
오후 2시 전후로 도착할 테니 미리 약속 장소에 가서 음식 주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딸이 통영에 가면 먹고 싶은 음식 중에 가장 먼저 우리가 즐겨가던 찜집에서 아귀찜을 먹겠다기에 첫 번째 메뉴는 아귀찜과 도토리 해물파전으로 정했다.
역시 싱싱한 해물로 요리한 음식이 맛있다.
미수동 ‘디미방’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러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갔다.
클라우드 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동안 견디기 힘들 만큼 졸음이 쏟아진다. 늦게 잠들어서 잠을 설치고 초긴장 상태로 운전을 세 시간 이상 했더니 힘들었다.
해지기 전에 미래사 편백숲에 가서 잠시 산책하고 오래 못 본 사이에 훌쩍 자란 고양이가 잘 사는지 돌아보고 왔다. 종종 길고양이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츄르 사서 딸 데리고 찾아가던 곳 중에 한 곳이다. 딸이 고양이를 보고 무척 반가워했다.
까만데 발만 하얀 털이 나서 양말이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편백숲 산책길에서 나이 어린 일본인 단체 관광객과 마주쳤다. 통영에서도 특히 미륵도에 일본 강점기에 남긴 흔적이 많았다. 내 딸 세대와 비슷한 일본의 젊은이는 그 시대의 역사를 어떻게 배우고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친구네 아파트에 친구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통영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시내를 지나왔다.
쑥붕어빵 파는 리어카를 찾아갔는데 오후 5시쯤 되어서 영업종료했다고 매대를 정리하고 계셔서 붕어빵을 사 먹지 못하게 돼서 아쉬웠다.
죽림에 사는 친구네에 짐을 풀고 근처 생선구이집에 가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각지에 흩어져서 생활하는 그 댁 세 딸도 다 모여서 여자 여섯 명이 함께 식사했다. 아저씨는 모처럼 쉬는 날이어서 낚시하러 가셨다고 한다.
생선구이가 맛있어서 밥 한 공기를 다 먹은 딸이 내 밥까지 덜어서 먹고 숭늉까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집에선 한 끼만 겨우 먹더니 오랜만에 통영에 와서 기분이 썩 좋은 모양이다.
게다가 어릴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가족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자리여서 마냥 행복해했다.
평소보다 엄청나게 많은 음식을 먹 딸이 디저트 가게에서 딸기 빙수, 망고 빙수를 앞에 두고 흐뭇한 미소를 보인다.
그 댁 둘째 딸이 주문한 초코 크러플까지 남김없이 맛있게 잘 먹었다.
친구네 거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음성을 입힌 자연 다큐를 보면서 밤늦은 시각까지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