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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2004>

가을인가.....

by 자 작 나 무 2004. 8. 26.

날씨는 아직 덥지만 이미 가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토록 마음이 이유도 없이 설레고, 그립고 아프고 바람에 팔랑거리는 낙엽처럼 이내 스러지고, 하늘하늘 아지랑이일 듯 야릇한 감상에 빠져 허우적거릴 리 없다.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어지럽고 마음도 산란한데 내일까지는 잘 버텨야 주말이다. 다음 주 중으로 방학이 끝나면 오전에 움직일 일은 없어지겠지만 방학이 끝나면 여기 오던 아이들도 줄어들게 된다. 집이 외진 곳에 있어 학교 마치고 차편 없이 아이들을 보내기엔 아마도 신경 쓰이는 곳이 분명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잠시 들렀던 화실에서 언니도 가을을 타는지 심란해 죽겠다는 말과 함께 어디로 훌쩍 가버리고 싶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툴툴거리시는 걸 보고 어찌 나랑 증세가 비슷하신가 했다. 가을을 타는 것이다. 벌써.....

 

흐린 날씨 탓인지 어깨랑 허리까지 쑤시고 기분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안개 속에 갇힌 듯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이런 날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안에서 음악이나 듣고 잠만 잤으면 좋겠다.

 

며칠 반찬을 소홀하게 해 준 것이 마음에 걸려 조림을 할 고등어와 아이가 좋아하는 조기까지 사 들고 들어왔지만, 정작 내 입에 들어갈 것이라면 만들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먹는 것도 마냥 귀찮고 피곤하기만 하다. 괜스레 우울하고 심란하다. 내 주제에 이 무슨 감정의 사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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