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끝없이 책임지고 견뎌내야 하는 현실을
무엇에건 의지하여 도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완벽한 탈옥은 있을 수 없기에
다만 공상의 단계에서 끝나버리지만
과연 도피할 곳이 있기나 한 걸까
간혹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순간
정신을 돌이켜 돌아온 자리에서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상황이
현실이었을 때의 암담함,
지금 내 앞에 주어진 현실이 그만큼 힘든 것은 아니지만
조금씩 자신을 조이려 드는 습성과
현실 안에서 좀 더 편안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갈망이
뒤엉켜 침을 삼키게 만든다.
어딘가에 파묻혀 더 힘차게 일어설 힘이 붙을 때까지
이 퍽퍽한 다리를 쉬게 하고 싶다.
아직도 빨리 달리기를 머뭇거리는 마음도
좀 더 편안한 자리에 눕게 하고 싶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굳게 다져 먹고 결심해도
밤이면 수없이 흔들리는 감정들이
제 옷자락을 부여잡고 풀썩 앞으로 쓰러진다.
현실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나는
오늘도 허공을 건너가는 꿈을 꾼다.
스쳐 가는 바람을 보듬고 눈물을 글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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