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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1>245

1월 27일 면역력이 떨어지면 나타나는 증상을 겪는다. 또 그때가 되었나 보다. 해마다 겨울에 그냥 넘어간 적이 없었다. 가끔 괜찮은 적이 있었는데 그땐 다른 계절에 뭘 하며 지냈는지 살펴봐야겠다. 기침을 하기 시작하니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집중이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 앉아서 억지로 버티는 것도 누워서 빈둥거리는 것도 마뜩잖다. 오늘도 결심한 만큼 하지 못하고 물러난 것은 집중하기 힘든 이 상태가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든다. 갇혀 있으니 아픈 것인지, 아파서 더 밖으로 나가기 싫은 것인지...... 그래서 겨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보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애 쓴다고 뭔가 나아진 게 있었던가? 대충 마무리하고 약 먹고 잠이라도 청해봐야지. 가을이 참 좋은 때였다. 새삼스럽다. 2021. 1. 27.
1월 25일 자연이 변하는 속도와 인간이 변하는 정도를 고려하면 자연과 가까이 있는 것이 낫겠다. 복잡한 지옥철을 타고 버스를 갈아타며 작년 1월 한 달 부산 살이 해본 경험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지만, 그 생활이 일상화한다는 것은 인생이 역주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리 멀지 않은 지리산 계곡 한 번 찾아가기도 쉽지 않을 그곳을 사람이 그리워서 옮겨가는 것은 외로움이 주는 일시적 혼돈에서 비롯한 생각이다. 이왕에 바닷가에서 태어났으니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사는 것이 낫겠다. 더러 옮겨 다니며 살아도 굳이 삶의 편의와 질적인 우위를 버리고 가난하기 짝이 없는 내가 공기 나쁘고 복잡한 도시를 찾아 옮겨갈 이유가 없다. 몇 해 지난 뒤에 정말 딸이 그 지방으로 취업한다면 그 일은 그때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이대로 내.. 2021. 1. 26.
1월 24일 맛집에 찾아다닌 것은 맛있는 음식 먹는 즐거움에 산다는 딸을 어디든 데리고 다니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끼를 먹어도 이왕에 맛있는 것을 먹어야 한다는 딸의 행복을 위해, 함께 여행 다니는 소소한 내 즐거움을 위해서 하기 시작한 맛집 나들이. 이제 어릴 때 데리고 다니듯 쉽게 데리고 다닐 수도 없어지니 굳이 혼자 맛집 찾아서 어딘가 가고 싶지 않다. 내 에너지는 함께 사는 딸을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한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따로 떨어져서 산다고 가족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가족이라고 해도 멀리 있으면 이웃사촌만 못하다. 새 학기에 딸이 대학가로 떠나면 내 생활은 어떻게 변할지 지금은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어떻게 하고 싶지도 않다. 모든 게 끝났다는 기분........ 2021. 1. 24.
왕짜증, 구시렁 * 새 일자리를 알아볼 때가 되어서 증명사진을 새로 주문했다. 너무 오랜만에 온라인 인화하는 곳에서 주문하다가 생각하지도 않았던 작은 사이즈로 인화 주문을 2장 넣고, 널리 쓰이는 사이즈로 2장 주문을 넣었다. 사진을 택배로 받기 전까지는 전혀 내 실수를 알지 못했다. 5천 원은 그냥 버린 셈이다. * 지난 목요일에 연말정산 때문에 산청에 다녀왔다. 강 선생님께서 일부러 시간 내서 차를 태워주셨다. 요즘 내 상태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갱년기 증상이라며 다녀오는 길에 차에서 내릴 때 건강보조식품을 한 통 주셨다. 사춘기보다 무서운 갱년기를 지나는 중인 모양이다. 반복되는 우울감에 평소에 내가 하지 않는 선택과 실수를 일부러 저지르는 악마 하나가 내 속에서 같이 사는 것 같다. 그 악마에게 오늘도 계속 졌다... 2021. 1. 23.
1월 23일 몇달이나 미뤘던 LED 등기구를 달았다. 2005년인지 2006년에 4구 형광등 기구를 사서 직접 교체했다. 지금 컴퓨터를 쓰는 이 방은 방 한 칸에 대여섯 평 정도 된다. 공부방으로 쓰려고 마음먹고 이사든 집이어서 이 방을 꾸미는 데에 그 당시에 신경을 꽤 썼다. 이후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쭉 살아서 모든 것이 그 시절에 멈춰있다. 몇 달 전에 전등이 계속 깜박여서 LED 등기구를 샀다. 설명서 읽으면 어지간한 것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겁 없이 사놓고 전동 드라이버를 찾으니 전동 드라이버가 없다. 거기서부터 손 놓고 계속 미적거리다 몇 달이란 시간이 흘렀다. 어제 다시 그 생각을 해냈을 때는 이미 어두워진 다음이어서 불 끄고 해야 하는 등기구 교체는 할 수 없었다. 조금 전에 문득 해야겠다는 생각.. 2021. 1. 23.
1월 20일 오래 앓고 지내느라 경제 활동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살아서 내 형편으로는 엄청난 집세를 감당하며 수도권에 가서 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딸이 떠난 뒤에 혼자 남겨진 이 공간은 청소하고 정리하기 거추장스러운 곳이 되고 말았다. 20대 중반에 삶의 기반을 수도권으로 옮기려고 수없이 오가며 느낀 것은 그렇게 복잡하고 사람 많고 혼이 빠질 만큼 소음으로 그득한 곳은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확고해서 옮겨가지 않았다. 사람이 그리운 것도 견디기 힘들고 복잡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들어가는 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를 덜 할까. 외롭다는 생각에 사무쳐서 시름시름 앓고 엉뚱한 에너지를 뺏기는 것보다 그곳에서의 불편한 삶을 견디는 게 나을까? 혼자 지내게 되니 감정에 치인다.. 2021. 1. 21.
그럼 그렇지..... 어제 밤늦게 온라인에서 정말 대적할 가치도 없는 인간의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글에 대꾸하다가 내 감정이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스턴트커피를 진하게 한 잔 마셨을 때처럼 심장 부위가 쿡쿡 쑤시는 듯한 통증과 과하게 빨라지는 심장 박동에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 부분을 자극한 내 상처에 대해 생각해보니 그게 거짓말처럼 낫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잊고 지내서 다행이었던 거다. 오늘은 오른쪽 머리와 오른쪽 눈이 아프다. 감정 제어가 힘들 때는 재빨리 단순하고 멍청한 일로 시간을 보내면서 주위를 환기하고 그 일에서 멀어지면 되는데 어제 그걸 깜박하고 몰입해서 오늘까지 몸이 아프다.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져야 하는데 어제 새벽에 갑자기 느낀 그 통증은 평소와는 달랐다. 사소한 일이지만 기록하지 .. 2021. 1. 16.
겨울, 산유골 수목공원 1월 15일 강 선생님께서 집 앞에 2시 반에 도착하니까 내려오라고 하신다. 거절하는 일 없이 항상 후다닥 씻고 튀어나가는데, 오늘은 전화를 끊고 보니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못 나가겠다고 약속 시간 40분 전에 문자를 드렸는데 답이 없으시다. 바빠서 못 읽으셨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감고 눈에 보이는 옷을 후딱 걸치고 나갈 준비 완료. 날도 흐린데 어디 가나, 바닷가에 갈까..... 하다가 그냥 드라이브만 하기로 하고 해안도로를 달렸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수목공원 우리가 도착한 시각에 거짓말처럼 구름이 흩어지고 햇볕이 따스하게 들기 시작했다. 나를 불러내기만 하면 기분 좋은 일이 생긴다고 거제에서 여기까지 달려오신 분이 또 기분 좋아하신다. 하늘이 파란 것이 예뻐서, 볕이 좋아서, 아무도 없이.. 2021. 1. 15.
1월 14일 잠들기 전에 뉴스를 듣는다. 아침에 잠 깨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뉴스를 듣는 일이다. 밖으로 나다니거나 사람을 만나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일은 알아야겠어서 매일 아침저녁으로 뉴스를 듣는다. 포털에 뜨는 뉴스가 너무나 선별적이어서 거의 읽지 않게 되었다. 듣는 뉴스도 마찬가지겠지만, 거대 언론사의 편향성과 반대편의 소리도 들어본다.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면 반대편으로 기울어진 것도 들어봐야 균형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오늘 뉴스는 고통스러워서 듣다가 내 겨드랑이에 느껴지는 통증이 가슴까지 번져서 양손으로 내 양쪽 겨드랑이를 부여잡고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할 수 있는 게 그렇게나마 그 아이의 고통스러운 순간에 공감한 나의 예민함이 주는 통증에 소리 내어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눈.. 2021. 1. 15.
1월 12일 마음이 바닥을 칠 때, 기대고 위로받을 데가 있었더라면 나는 어떤 사람으로 자랐을까? 내가 한동안 찾아 헤매던 것은 잠시 기대어 쉴 수 있는 누군가의 어깨였다. 어쩔 수 없이 살아야 하는,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본능을 버릴 수 없는 존재가 기꺼이 감내해야 할 척박한 현실이 늘 버티고 있다. 피를 철철 흘리며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제 손으로 지혈하고 울다 지쳐서 잠드는 시간이 반복된다. 이런 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이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작은 친절에도 시선을 떼지 못하고 붙잡고 싶어 하던 것이 나였다. 그 결핍이 만든 또 다른 결핍. 이런 고통을 느끼는 것이 나만의 형벌인가. 손이 두 개인 건 네가 네 손이라도 붙잡고 버티라는 거야...... 2021. 1. 12.
가난한 사랑 노래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가난한 자의 외로움과 사랑은 이 세상에선 차마 지녀서는 안 될 것인 .. 2021.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