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일
그분은 어제 마지막 인사 중에 눈물을 글썽이며 혹시나 실수할까 봐 준비한 원고를 읽으셨다.
지역의 평생교육원 밑반찬 만들기반에 등록하셨다고, 평생 자신에게 밥을 해 주신 모친과 부인께 남은 인생은 밥을 해 주며 살고 싶어서 여태 익히지 못한 반찬 만들기 교실에 등록하셨다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진심이 담긴 말에는 그렇게 마음이 움직인다. 선한 모습만큼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진심이 담긴 이야기에 나도 진심을 전하기 위해 힘껏 손뼉을 쳤다.
정년 퇴임식 없이 그냥 가시게 하는 게 섭섭하다고 후배들이 마련한 자리를 마다하다 서신 자리에서 몇 마디 하시지도 못하고 울먹이시던 모습이 잔잔하게 여운으로 남는다.
얼굴 몇 번 볼 일도 없는 짧은 인연이었지만, 밥 한끼라도 같이 하는 게 예의인 것 같아 어제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함께 모인 자리에서 밥을 먹었다.
같이 밥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밥을 먹는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와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인생의 일부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누군가 잘 모르는 상대를 만날 때 차 한 잔 하자고는 해도 쉽게 밥 같이 먹자고는 하지 않는다.
의미 없이 함께 있다가 때가 되어 어쩔 수 없이 밥을 같이 먹은 경우는 예외다.
여행을 떠나자니 생각해야 할 변수가 많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할 것 같고...... 그나마 지난번 모임에서 얼굴 익힌 분들과 밥이나 한끼 같이 먹기를 바랐는데...... 그 정도 소박한 소망도 지금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동안 못 본 *플릭스나 보면서 오후를 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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