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10~2019>/<2018>64 3월 6일 늦은 점심을 먹고 환기 시키느라 창을 열어보니 어제까지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하늘이 파랗다. 내 기분도 거짓말처럼 순간 맑아졌다. 며칠은 괴로워야 끼니도 대충 떼우고 괴로운 척이라도 해볼텐데 때가 되니 배가 고프고, 배고픈데 참고 있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는 착실한 내 몸 챙.. 2018. 3. 6. 3월 5일 가만히 오래 고여있었다. 세상으로 뚫린 문이라곤 집 밖으로 나설 수 있는 저 문뿐인 건가? 아직도 011 쓰냐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2G 폰을 쓰지만, 딸이 쓰다가 쓰지 않게 된 헌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를 이용해 남들이 온라인에서 이용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전화나 문자는 2G로 받거나 스마트폰으로 받거나 별 차이 없지 않은가. 텔레그램을 열어놓았으나 주변에 사용하는 이가 적어서 카카오톡을 주로 이용한다. 그 문도 역시 문이렸다. 하지만 내가 공연히 말을 걸거나 하는 일이 없으므로, 꼭 필요한 일이 있어 연락하는 것 외엔 그 조차 쓸 일이 없이 지낸다. 딸과 함께 있는 시간 외엔 적막강산이다. 하루 종일 혼잣말 외엔 말을 할 일이 없다. 그래도 외롭거나 심심하거나 하.. 2018. 3. 5. 한심하게 보낸 2월 좀 더 준비되어 있었어야 했다. 좀 더 긴장하고 꼼꼼하게 살폈어야 했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게 되면 더 힘들다. 2월 초에 갑자기 들이닥친 추위에 며칠 물이 안 나와서 불편하고 불안한 상태로 동동거릴 때 내가 찾던 일자리 공고가 일제히 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조용히 생각하고 자주 찾던 사이트를 뒤질 여유가 없었다. 아차 한순간에 그 드문 기회가 내 앞에 스치지도 못하고 지나가 버렸다. 교육지원청에 뜬 공고가 전부인 줄 알았는데 각 학교에서 공고를 학교 게시판에만 띄운 곳이 있다는 것도 뒤늦게야 알았다. 2월에 내가 적극적으로 잡았어야 할 기회를 놓치고 나니 자신에게 화가 난다. 한때는 목이 너무 아파서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일을 못 했고, 그 외에 일할 수 없을 때는 적당한 이유와 핑계가 있었.. 2018. 3. 5. 2월 19일 2016년 6월 함양 상림 옆 꽃밭에서 사진을 찍느라 쪼그리고 앉아있던 내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저렇게 길었던 머리가 길어 나와서 이젠 다 잘려나갔다. 지금 내 머리는 짧은 단발이다. 염색을 다시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뒤 저만큼의 머리카락이 길어서 새 머리카락이 이 만큼 길어 나오는데 얼마나 걸렸는지 모르겠다. 그 사이 가끔 염색했던 머리카락이랑 새로 길어 나오는 머리카락 색깔이 달라서 지저분해 보여서 새로 염색을 하곤 했다. 서른여섯엔가, 서른일곱에 처음 염색을 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던 때였다. 이후에 10여 년 동안 계속 반복해서 염색을 했더니 염색한 노란 머리가 꼭 내 진짜 머리색처럼 느껴질 정도로 익숙해졌다. 검은 머리 길어 나오니 촌스럽다고 딸이 계속 염색을 하기를 권했다. 그러다 염색약.. 2018. 2. 19. 2월 14일 어제 동네 사진관에서 증명사진 찍고, 오늘은 지영이 주민등록증을 만들었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않을까 봐 살 좀 빼면 사진 찍을 거라고 미루다가 계절이 두 번 바뀌었다. 어제 주민등록증에 넣을 사진 찍고 바로 긴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 우리 모녀 둘다 단발머리를 했다. 지문을 찍기 위해 손에 잉크를 바르고 있다. 손가락에 땀이 많이 나서 지문이 잘 찍히지 않아 다시 했다. 딸이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지문을 찍는 행위가 어쩐지 불쾌했다고 말했다. 사진 한 장 찍어두자니까 이런 걸 왜 찍으려 하느냐고 무안해했다. 하나뿐인 딸이 처음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역사적 날이라 그런다며 슬쩍 한 장 남겼다. 학교에서 수학의 달 행사에서 수학캐릭터 그리기 대회에 냈다가 최우수상을 받은 딸의 그림이 교지에 실렸다. 돈 많.. 2018. 2. 15. 통영 마리나리조트 사흘 동안 건물 내 물이 지나는 관이 얼었는지 물이 나오지 않았다. 첫날은 사우나에서 씻고 와서 집에서 잤다. 다음날 물을 틀어보니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딸은 아직 봄방학 전이라 아침 일찍 학교에 가야 하고, 저녁엔 집에서 조용히 공부하는 아이라 우리만의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다. 물이 나오지 않게 된 둘째 날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바다가 보이는 리조트에 갔다. 부킹닷컴에서 비수기 평일 특가로 올라온 것을 보고 예약하고 가서 편안하게 하루를 잘 보내고 왔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탄복하게 된다. 자주 이곳 산책길을 걷고 자주 보는 곳이지만, 따뜻한 공간에서 바깥은 내다보는 기분은 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광경에 취하게 하는 안락함이 더해졌다. 아침을.. 2018. 2. 9. 물이 안 나와서..... 어릴 때 살던 집 마당에 있던 수도가 가끔 얼어서 뜨거운 물을 끓여서 붓던 기억이 난다. 어제부터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설거지를 못하니 음식을 해 먹기 곤란한 것은 둘째요, 화장실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곤혹스럽다. 그 덕분에 오늘 학교 졸업식이 있어 일찍 온 딸이랑 점심을 먹으며 우리나라 화장실 물공급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 부족 국가에서 물을 적게 쓰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것 중에 누구나 사용하는 수세식 화장실에 물을 적게 쓰기 위한 뭔가가 꼭 필요하겠다. 물이 끊어지기 전에 들통에 한 통 받아놓은 물로 딸이 아침에 머리 정수리만 감고 학교에 다녀왔고, 나는 생수로 눈만 닦았다. 머리 감은 물을 부어서 어찌 변기 물을 한 번 내리긴 했는데 오늘 종일 집에 있기는 곤란하.. 2018. 2. 7. 블로그 정리를 하다가 가끔 블로그 글을 카톡으로 링크해서 열어보면 오래전 엠파스 블로그 할 때 만들었던 게시물은 죄다 셀 설정을 해놔서 폰으로 열면 보기가 좀 곤란하다. 그걸 다 손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테지만 요즘처럼 한가할 때 나중에 꼭 들춰 볼 딸 사진들 있는 게시판부터 하나씩 폰트와 태그를 손보고 있다. 지난 시간을 들춰보게 되니 나도 모르게 어떻게 살아냈나 싶어 자꾸만 눈물이 난다. 잘 살아냈는데 그때 힘든 시간은 어떻게 견뎌냈나 싶어 혼자 마음이 짠해진다. 더 힘내서 아직 견디며 살아내야 할 날이 많은데 돌아보니 눈물이 난다. 2018. 2. 4. 2월 2일 각처에 널린 슬픔과 아픔이 너무나 크다. 무지함으로 인해 겪지 않아도 고통을 무한히 생산해내는 이 세상은 때론 지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내 앞에 놓인 슬픔을 걷어내도 타인의 고통과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 통증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시절 감복하고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던 지장보살 서원을 하였건만, 내 무슨 힘으로, 무슨 능력으로 또 다른 삶과 고통을 이겨낼 것이며, 타인의 고통을 무슨 수로 받아내고 함께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싶다. 내 앞가림이나 잘하자. 내 곁에 누워서 세상모르고 자는 저 아이, 큰 시련 없이 살아낼 수 있는 무한한 사랑 줄 수 있는 만큼 주고, 그 사랑의 힘으로 지혜와 힘을 길러 딸의 앞날과 주변의 사람들의 앞날에 또 다른 지혜의 길이 열릴 수 있다.. 2018. 2. 3. 해돋이 동영상 버전 ▶ 2018년 1월 1일, 속도 무편집 해뜨는 영상/ 장소- 거제 몽돌해수욕장 ▶ 2018년 1월 1일 해뜨는 장면 1.25배속 편집본 2018. 1. 1.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