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10~2019>/<2018>64 오늘..... 정말 오랜만에 전화벨이 울린다. 나현이네에 올해 초에 이사한 뒤 가보고 내내 서로 소식 없이 지냈다. 명절이라고 나물에 밥 한 그릇 같이 비벼먹자고 전화를 한다. 오랜만에 갔더니 그 사이 둘째 딸이 사놓고 키우는 토끼가 있다. 밥 먹고 음식을 주는 대로 계속 먹었더니 너무 배 불러서 좀 걸으러 나갔다. 달 뜨면 보름달이 담긴 풍경도 찍으려 했는데 구름에 가려서 달 구경도 못하고 들어왔다. 매년 추석에 이 바닷가에서 딸이 찍어주는 기념사진을 남긴다. 마침 오늘은 공부한다고 내일 나가자 했다. 오늘 함께 나왔으면 달을 볼 수 없어서 아쉬웠을 것이다. 내일은 구름이 걷히고 달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이번이 통영 바다를 배경으로 찍는 추석 기념사진으론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2018. 9. 24. 9월 6일(2) 많은 이야기를 쓰지만, 정작 말하지 못하고 속에서 앓는 것은 꿈으로 나타나곤 한다. 오늘 새벽 꿈에 울다가 깼다. 깨서도 꿈 속에서 느낀 그 아픔과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계속 울먹였다. 언젠가 우리집에 친구가 놀러왔을 때도 한 번 새벽에 자다 깨서 운 적이 있다. "꿈이 아니잖아.....꿈이 아니잖아....." 꿈이었지만, 내 현실에서 엄연히 나를 계속 압박하고 있는 현실의 또 다른 버전으로 꿈을 꾼다. 내 아픈 사연을 알던 친구는 33살에 세상을 떠났다. 딱 2명에게 말했는데 둘 다 33살에 세상을 떠났다. 참 기이한 일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아무 생각없이 먹고 열심히 걸었는데도 가슴이 아프다. 한철 뜨겁던 여름은 끝났고 바람 없이도 마음이 눕는 가을이다. 나는 어찌하여 이런 길을 열었을까..... .. 2018. 9. 6. 9월 6일 날씨는 나를 망설이게 했다. 혼자 떠나는 섬여행은 자고로 날씨가 화창해야 한다. 언제 한줄기 쏟아질 것 같은 흐린 하늘 때문에 터미널에 가는 순간까지 계속 망설이다 진주로 향했다. 단골 유부초밥집 가서 시원하게 국수 한 그릇~ 어제 전화로 연락받은 이벤트 당첨 상품 수령일 기한이 길지 않아서 시간 날 때 받아두러 백화점에 갔다. 12월 31일까지 이용 가능. 수능 치고 딸이랑 1박2일 서울 여행을 해야겠다. 지난 주에 이 매장에서 화장품 사고 직원이 알려줘서 응모한 거라서 찾아가서 덕분에 당첨 됐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국수 먹고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주말에는 빨리 팔리고 문을 닫는다는 수복빵집에 찐빵 먹으러 갔다. 한 끼 식사로 가능할 양인데 후식으로 먹었다. 1인분 4개. 찐빵 안엔 소가 그리.. 2018. 9. 6. 바람이 분다 정체되어 있던 뜨거운 공기들을 몰아낸 바람이 선선해진 오후. 드디어 내 인생에 정체되어 있던 묵은 인연들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는 것인지...... 갑자기 일시에 여기저기서 카톡이 쏟아져 들어온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과 동기 여학생 7명 완전체가 채팅방을 채우고 일시에 인사말들이 쏟아진다. 조용히 혼자 저녁을 먹을까 했는데 점심때 학교 급식소에서 밥을 같이 먹고 가사실에서 원두 갈아서 커피까지 같이 마신 왕언니가 퇴근길에 또 내가 보고 싶은지 차 한잔 하자 신다. 오랜만이라 반가워야 할 옛친구들과의 대화창을 닫고 해질세라 얼른 밖으로 나섰다. 저녁은 생략하고 항상 내가 걷던 바닷가 산책코스 반대편으로 산책하러 나갔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13년 만에 내 편지를 받은 친구가 아침에 전.. 2018. 9. 4. 해질녘 누구라도 붙들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이 꼭 그랬다. 속에서 미처 끄집어내지 못한 말이 가슴 한쪽에서 달그락거렸다. 천천히 걸어서 분수대까지 갔다. 누굴 위한 분수 쇼인지 보는 사람도 없는데 곧 비가 쏟아질 듯한 흐린 하늘을 향해 무지개 같은 물줄기가 피어오른다. 얇은 유기농 막대사탕을 깨 먹던 느낌이 문득 떠올랐다. 갑자기 그 막대사탕이 먹고 싶어서 친구랑 코스트코에 가서 한참 뒤져서 찾아내어 기어코 막대사탕 한 봉지를 사다 놓고 물릴 때까지 깨물어 먹었다. 처음엔 입안에서 살살 녹여 먹다가 마지막엔 꼭 깨물어 먹는 습관이 있다. 분수 색깔을 보고는 막대사탕 생각이 났다. 같이 사탕을 사러 갔던 친구도 떠올랐다. 이젠 이유 없이 전화를 할 수도 없다. 비가 곧 쏟아질 듯한 하늘에 이미 햇.. 2018. 8. 31.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작년 여름에 사들였던 통 넓은 블라우스를 꺼내 입어보니 임신복 같아서 입을 수가 없다. 작년 여름엔 어떻든 최대한 가릴 수 있는 옷을 사야만 했다. 해마다 조금씩 알게 모르게 불어난 살이 엄청나서 거울을 보기도 싫을 정도였다. 딸 낳기 전에 50kg 정도의 마른 몸을 유지하고 살았다.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아도 대체로 늘 날씬했다. 그래서 먹는 것에 구애 받지 않고 먹고 싶으면 먹고 없으면 안 먹는 정도였다. 기초대사량이 적어지고 움직이는 일도 줄어들어서 그런지 먹는 대로 살이 찐다. 스무 살 때와 비교하면 안 되겠지만 그때와 비교해서 15kg 이상 찌니까 사람이 정말 달라보였다. 최근 들어 BMI 지수 고려해서 적정치의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찬바람 나면 운동 좀 하리라 생각하고 그럼 지방비율도 더 줄.. 2018. 8. 7. 쇼핑은 힘들어 어제는 아침 일찍 조조할인 영화를 보고 점심 먹고 뜨거운 하루를 잘 보내고 왔음에도 밤엔 그 피곤한 몸으로 심심하기 짝이 없다. 밤에 잠들기 전에 누워서 한참을 생각했다. '내일은 꼭 누구라도 만나야겠다..... 그냥 여자라도 만나서 놀아야겠다.....' 아침에 전화가 왔다. 금요일에 만나기로 한 선생님이 오늘 만나자 하신다. 목요일 저녁에 일이 있어서 못 나갈 상황이었는데 전날 밤에 그리 빌었더니 어쩐 일인지 바로 놀자고 연락이 온다. 아싸~! 그래서 아침에 나섰다가 11시간 만에 집에 들어왔다. 이렇게 쇼핑이 힘들 줄이야. 오가는데 3시간, 앉아서 밥 먹고, 쇼핑하고 커피 마시고 또 쇼핑하고 그랬더니 정말 하루가 금방 간다. 게다가 환갑, 진갑 다 넘으신 분이 무슨 기운이 그리도 좋으신지 신나게 이 .. 2018. 8. 2. 뉴스1 * 오늘부터 무급 휴가인 방학이다. 더운데 어디 갈 데도 없고, 고3 딸 시중도 들어야 하니 엄마 노릇이나 잘하면서 집에 콕 틀어박혀 있을 예정이다. 오늘은 정말 꿈이었으면 싶은 뉴스가 떴다. 그 뉴스가 온라인에 도배되기 전에 가장 신경이 곤두서던 뉴스는 박근혜 탄핵 전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포함된 기무사 계엄령 관련 문건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그 뉴스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실감 나지 않는 비보가 뉴스 전체를 도배하듯 떴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라 의아한 생각도 든다. 어쨌든 안타까운 죽음이라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국민 대다수의 바람대로 실정 한 대통령이 탄핵되고 새 대통령이 자리에 앉았지만, 전체적으로 정권이 바뀌었다는 생각보단 .. 2018. 7. 23. 7월 20일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다. 취향이란 게 있다. 커피를 마실 때 블랙으로만 마시는 사람도 있고, 부드러운 크림 넣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 입맛대로 자기 취향대로 선택한다. 그건 당연하다 생각한다. 그런데 이성에 대해 취향을 드러내면 까탈스럽다는 핀잔 섞인 눈초리가 덤으로 날아온다. 까탈스러워서 쉽게 아무나 만나지 못하고 인연을 맺지 못하더라도 그건 내 선택이다. 아는 사람 중에 남성을 볼 때 얼굴형까지 세심한 기준을 가진 사람도 있다. 어떤 친구는 남자는 하관이 두툼하니 턱이 좀 있어야 남자 같아 보인다 했다. 그 말을 듣고서 나도 이왕에 깎아놓은 것 같은 뾰족 턱보다는 그런 쪽이 낫다는 정도는 생각하게 되었다. 20대에는 나도 그런 유치한 기준이 몇 가지 있었다. '치열이 가지런하고 머.. 2018. 7. 20. 미안하다.. 얘들아.... 이런 종류의 뉴스를 접하고 나면 며칠을 앓게 된다. 아동학대, 어린이 사망사고 등..... 어제부터 계속 어린이집 아이들 사망사고 뉴스를 보고 듣고 하다보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 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이고 다음 세상을 이어갈 가장 기반이 되는 계층이 아이들이다. 많은 사회적 약.. 2018. 7. 19. 태국 소년들의 무사생환 뉴스를 보고 태국 유소년 축구팀과 코치가 동굴에서 실종된 지 17일 만에 전원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보고 눈물이 났다. 특별히 범인류애적인 사랑이 발동되어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기 보단, 그에 앞서 우리의 가슴속에 크나큰 상처로 남은 세월호 사건을 떠올린 이들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때도 그랬어야 했는데..... 잠들기 전에 딸이랑 그 사건에 대한 대화를 하게 되었다. 초점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면 계속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젊은 축구 코치의 남다른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어둡고 먹을 것 없는 동굴 속에 갇혀 있었다면 공포에 짓눌려서 어른들조차도 건강 상태가 악화되어 쓰러지거나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 모두 무사하게 돌아온 것에 여러가지 요소가 있었겠지만, 그중에서도 그 코치가 어린 시절 가.. 2018. 7. 13. 익숙한 것과 이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정말 오래 들고 다니던 가방과 이별할 때가 되었다. 한번 물건을 사면 닳아서 버릴 때까지 즐겨 쓴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꼭 그렇게 쓰고, 손이 영 안 가는 물건도 많다. 싼 것 여러 개 사서 쓰기를 즐기는 사람이 있고, 나처럼 뭐든 하나 딱 마음에 드는 걸 사서 그걸 즐겨 쓰는 성향을 가진 사람도 있다. 내게 있어선 사람도 그렇다. 성별이 여자든 남자든 주변에 여러 사람 두고 만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좋은 사람이 여럿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한 사람이라도 내 마음에 들고 똑바로 된 사람을 친구로 두고 오래 만난다. 낡은 가방을 이젠 제발 좀 버리고 새 것 좀 사서 쓰라던 딸이 어제 내가 새 핸드백을 사온 걸 보고 잘 샀다고 칭찬까지 해줬다. 그런데 이 낡은 가방을 버리려고 했더니 여태 손때.. 2018. 7. 5. 7월 4일 누군가 만나러 갈 사람이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낯설고 설레는 기분보단 익숙하고 편안한 연인이 있다면 연락 없이 불쑥 오늘 같은 날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찾아가 보면 어떨까...... 혼자 진주로 향하는 길에 이런저런 망상에 빠져본다. 스무 살에 시작된 인연, 어언 30년 이어진 인연이다. 익숙하고 편안하게 국수 한 그릇 먹으러 일부러 찾아가는 집이다. 유부초밥, 유부 김밥도 함께 주문해서 국수랑 먹으면 맛있는데 오늘은 혼자여서 국수만 한 그릇 주문했다. 30년 걸음 하는 동안 이 집 국수 맛에 한 번도 실망해본 적이 없다. 깔끔하고 면은 쫄깃하게 삶아내 주신다. 양도 푸짐하다. 호박, 부추, 숙주, 조갯살이 함께 조화로운 맛을 낸다. 어릴 땐 국수를 즐기지 않다가 중학생이 되고서는 국수 맛에 눈.. 2018. 7. 5. 김복득 할머니 추도식 오후에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故김복득 할머니 시민사회장 추도식에 딸과 함께 다녀왔다. 향 한 자루 피우고, 국화 한 송이 올리고 가시는 길 편히 가시라고 인사드렸다. 추도식에 참석한 통영의 소녀들과 함께 할머니의 삶을 기리는 조사에 눈물을 닦았다. 101세로 어제 세상을 떠나신 김복득 할머니의 소원은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였다. 언제쯤 그 소원이 이뤄질 수 있을까.....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가려니 걸음도 무거워서 집 근처 카페에 앉아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이전 정부가 벌인 일본과의 졸속 합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딸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딴 식으로 하지 않고 나라에서 좀 더 신경 쓰고 보살핌을 받을 수 있었더라면 더 오래 사실 수도 있었을 텐데..... 추도식장에서 계속 옆에서 눈물을 훔치던 딸의.. 2018. 7. 2. 그 시절 한 소녀의 부음을 듣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께서 오늘 101세의 연세로 별세하셨다. 나도 그 시절에 태어났다면 일본군에 끌려갔을 수도 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의 잔혹한 침탈의 역사적 피해자가 되었음에도 일본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김.. 2018. 7. 1. 화상으로 인한 통증 팔을 다친 후 생활에 제약이 많이 생겼다. 상처 부위에 고름이 차서 매일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다녀야 한다. 붕대 감은 곳에 물이 묻으면 안 된다 하여 땀을 흘리는 것도 신경 쓰인다. 세수하다가 붕대에 물이 젖어서 살이 간지럽고 아프다. 2도 화상은 처음이다. 벗겨진 피부가 징그럽게 .. 2018. 6. 27. 고무장갑 낀 팔 높이 들고 화상으로 붕대 감은 지 이제 겨우 이틀 째 접어드는데 붕대 감은 팔이 썩는 기분이 든다. 진물이 나서 붕대에 묻어 나오는데 오늘 일요일이라 병원에 갈 수가 없다. 내일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팔이 벌써 간지럽고 따갑다. 깁스라곤 해본 적이 없다. 깁스한 것도 아닌데 이리 견디기 힘들 줄이야..... 오른팔에 가장 큰 사이즈 고무장갑 구해서 한 짝 끼고 오른팔 높이 들고 딸에게 샤워를 시켜 달랬다. 거울 보니 웃음이 나서 혼자 보기 정말 아깝다. 자유의 여신상도 아니고 한쪽 팔에 빨간 고무장갑 낀 맨몸 여신(?)이다. ㅋㅋㅋ 저한테 맛있는 것 해주다가 데어서 불쌍하다고 딸이 지극 정성으로 씻겨준다. 나중에 다 나아도 안 나은 척하고 씻겨달라 하고 싶다. ㅋㅋㅋ 어릴 때 엄마가 씻겨준 뒤로 내 몸을 누가 .. 2018. 6. 25. 오늘의 셀카 보호되어 있는 글 입니다. 2018. 6. 23.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