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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175

항내 과속 금지 저녁 산책길에 늘 지나는 곳. 다리 기둥에 '과속금지'라고 씌어 있어 볼 때마다 웃었다. 배가 지나다니기 곤란하던 곳을 파서 운하로 만든 곳이라 다리 사이가 좁다. 그래서 큰 배는 지나다니기 어렵고 조금 큰 배가 속도를 내서 달리면 물결이 엄청난 파동을 일으킨다. 그래도 저 친절한 경고문을 보고 속력을 줄이는 배가 있을까? 단속하는 해양경찰도 없는데... 스피드 건 들고 저 아래서 단속하는 거 한 번도 못 봤다. ㅎㅎㅎ 절기가 여름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무릇 밤 산책길에 MP3로 듣는 음악이 더 매혹적으로 가슴으로 스며드는 날을 보내고 있다. 그야말로 나는 요즘 천하에 둘도 없는 팔자 늘어진 한량이다. Brenda Lee - Pretend 2005. 5. 27.
자작나무 자작나무과 거제수나무 노고단 오르는 길에 거제수 나무의 얇은 수피를 벗겨왔다. 떨어지려는 것을 떼어냈는데 지영이가 갖고 싶어해서 하나 더 벗겼다. 저절로 벗겨지게 둬야 하는데... 벗겨지려 하던 것이었지만, 떼어낸 것이 좀 미안했다. 저 나무도 쉽게 벗겨진다고 수피를 벗겨가는 사람들때문에.. 2005. 5. 24.
인생길 오르는 길은 어디나 힘이 들고 무릎이 팍팍해지기 마련이다. 고개를 들면 눈부셔 오히려 앞을 가늠하기 어렵다. 가던 길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도 좋다. 2005. 5. 23.
선인장 밭에 들어간 백구 녀석을 만난 건 우연히 지나던 바닷가에 차를 세우고, 걷다 만난 영화박물관으로 이어진 산책로에서였다. 난 가던 걸음을 우뚝 멈춰 서서 꼼짝을 않고 서 있었다. 녀석은 가시에 수도 없이 찔려서 아플 것 같은 선인장 밭으로 냉큼 비켜 들어가 버렸다. 나는 순간 그 녀석을 무서워한 것이 너무나 미안해서 얼른 도망치듯 자리를 비켜주고 싶었다. 녀석도 우리를 무서워해서였거나 우리가 무서워하는 것을 알고 자리를 비켜주고 싶었던 것 같았다. 관광객들이 가던 길에서 사라지자 선인장 밭에서 나와 산책로를 따라갔다. 저가 무서워서 피했거나,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피해 줬거나 선인장 가시는 아팠을 것이다. 좁은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은 서로 비켜주기를 바라고 버티기도 하는데 녀석은 먼저 자리를 비켜주었다. 계속 그 녀석.. 2005. 5. 8.
프란체스카 코스프레 참여후기 * 이 후기로 imbc에서 1등 당첨되어 디카를 경품으로 받았다. 지금보니 정말 두번은 하기 힘든 짓(?)을 했다. 그때가 아니었으면 언제...?? 무려 10시간을 길에서 오가는 시간으로 보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선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는 것이 짧은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일요일 아침에 깼을 때도 서울에 갈 생각은 없었다. 아니 내 몸이 피곤한 것을 견뎌줄지 자신이 없어서 못 간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만 지나면 내가 다시 이런 허튼 모험(?)을 겁 없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빠듯한 시간을 두고 몸을 달궜다. 머리만 감고 아무 준비도 없이 나왔다. 우선 늦지 않게 서울에 도착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다른 건 나중 문제다. 다행히 행사장에 .. 2005. 5. 3.
프란체스카 코스프레행사에 다녀와서.... 분장 전에는 멀쩡했다. 어울리지 않게 검은 부츠를 신은 것만 빼곤... 그것도 검정드레스랑 구색 맞추려고 일부러 신고 나간 것. 고속버스터미널로 나오신 초록별님 차 안에서 영등포로 이동중 나는 분장하고 지영이는 킬킬거리고...초록별님은 지리를 몰라 헤매시고 분장후 대기실에서... 초록별님이 협찬해주신 검정 드레스를 입고 행사장 앞에서 사진 찍어준 아줌마가 무서운 표정지으라길래..... MBC카메라 기자와 인터뷰 후에 한 컷 행사 시작전 간단한 리허설 중.. 게스트로 나온 '안녕, 프란체스카' PD와 출연진들 두일이, 소피아, 켠 단체사진 끝나고... 피곤해서 후기는 나중으로...미룹니다. 이상 망가진 자작나무의 주책바가지 모드를 감상하셨습니다. 2005. 5. 2.
꿈결만 같아서..... 우연히 다시 이 곡을 들은 순간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았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을 사서 들었던 때가 언제였는지... 몇 년 전이었는지 이상하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가슴에 찌릿하게 합선된 회로에 약한 전류가 흘렀다. 그 기억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전혀 재생되지 않았다. 반복해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고 코끝이 시큰해지는 현상만 반복되었다. 아마도 이 곡을 듣던 그때는 무척 행복했던 모양이다. 가슴이 쿡쿡 쑤시고 아픈 게 아니라 애틋하고 아릿한 느낌이 섞여서 떠올랐다. 기록해둔 것 외엔 가끔 어떤 부분의 기억은 지우개로 지워버린 것처럼 희미한 자국만 남아 생각을 아무리 떠올려보려 애써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확 떠.. 2005. 5. 1.
내가 가진 것 하오의 햇살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시각이다. 이제야 하루를 시작할 정신이 들었는데 이미 저녁이 가까운 시각이 되어버렸다.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았지만 내 머릿속에 끊임없이 자잘한 생각들이 나든다. 들추어보면 불만투성이일 수도 있고, 남의 사는 모습이랑 비교하여도 어처구니없는 내 생활과 살림살이들이 그렇게 슬프지는 않다. 가지지 못한 것 모자란 것만 바라보면 난 참 불쌍해 보이는 부류에 속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보다 내가 가진 것만 행복한 기분을 충분히 누리려고 마음먹으면 나도 꽤 행복한 사람에 속한다. 혼자 늦은 점심을 먹으며, 몸이 아플 때 나를 챙겨주시던 어머니 생각을 하니 죽 한 그릇 끓여줄 사람 없는 내 신세가 처량하고 서글프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래전엔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 2005. 4. 23.
작업하기 힘들어....... 작업을 위한 준비를 대충 하고 마스크를 찾는데 시간 다 보내고 결국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실리콘으로 벌레가 다 파먹어버린 창문틀 보수 작업과 집안 곳곳에 틈이 벌어진 곳들을 메우는 작업을 했다. 어젠 비 와서 습기 때문에 창을 열어놓을 수도 없었고 토요일에 짐 옮기고 정리하느라 허리랑 팔다리가 아파서 드러누워 쉬고 오늘은 좀 나은 것 같아서 또 일을 벌였더니 팔과 손이 얼얼하다. 그 외에도 손볼 곳이 많아서 대략 정리가 끝나려면 쉬엄쉬엄 며칠은 더 걸릴 것 같다. 간혹 혼자선 도저히 못 하겠다 싶은 일을 제외한 어지간한 일들은 직접 다 한다. 가끔은 힘에 부쳐서 어디 남는 남자라도 있으면 좀 빌려와서 시키고 싶었지만 그럴 사람이 없어 다소 아쉽긴 하다. 실리콘 하나로 모자라서 팔 아픈 게 좀 가시.. 2005. 3. 28.
자다 깨어보니...... 마침 오늘 과외도 쉬게 되어 마음먹고 집 정리나 하려고 했는데 잠만 잤다. 가만 생각해보니 세수도 안했다. 오후에 끙끙 앓다 잠들었는데 자다 깨니 5시가 넘었다. 얼마나 잤는지 자고 깨니 배고프다. 누가 밥 좀 해서 갖다 주면 좋겠다. ^^; 2005. 3. 23.
꽃이 피었습니다. 매화꽃이 피었다. 엊그제 사 왔을 땐 봉오리만 조그맣던 매화는 방 안이 따뜻해서인지 콩알만 하던 꽃망울 망울마다 예쁜 꽃을 피웠다. 추운 겨울을 꿋꿋이 견디고 드디어 꽃을 피운 매화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또 하루를 사는 자신을 보며 결국 이렇게라도 살아질 것이라면 그저 힘들고 고달플지라도 열심히 살아내는 것 외엔 없다는 것을 스스로 더 깊이 각인시킨다. 우리 집에는 이미 5년 전에 매화꽃이 피었더랬다. 변변한 세간살이 하나 없이 맨손으로 월세방에 살면서 주워 모은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8자짜리 장롱이었다. 그 당시 우리 집엔 냉장고, 세탁기도 없었고, 그 흔한 텔레비전도 없었던 우리 집에 번듯하게 들어온 새것 같은 장롱은 지영이를 업고 다닐 때.. 2005. 3. 21.
집이 흔들린다, 그리고 불 났다. 집이 엄청나게 흔들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방 안에서 온 집이 흔들릴 정도의 강도 높은 지진이 일었는데 해일은 오지 않을까? 이대로 바닷가 집에 있어야 할까? 집이야 어찌 되든 일단 피해야 할까? 어디로 피신해야 할지..... 휴일에 갑자기 이런 날벼락 같은 공포가.... 얼른 집 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가야겠다. 순식간에 밀려오던 해일의 위력을 경험해봤으므로 해일이 온다는 비슷한 말만 들어도 잔뜩 긴장된다. 여기도 설마 쓰나미가? 바다와 인접해 있으니 물이 두렵다. 밖으로 나갔더니 방금 시내에 불이 났다. (3월 20일 정오 현재 사진) 시장 내에서 난 불이라 걱정이다. 연기가 좁은 통영 하늘을 먹구름처럼 뒤덮고 있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갑자기 지진에 해일에 화재까지....... 2005. 3. 20.
목욕탕에서 생긴 일 목요일은 목욕하는 날 아침나절에 비가 오다 잠시 그친 사이 동네 목욕탕엘 갔다. 한참 목욕 중에 갑자기 황토방 쪽에서 누가 소리를 질렀다. 연기와 이상한 냄새까지 나고 사람들이 술렁거리고 순간 젖은 머리에 홀랑 벗은 이대로 뛰어나갈 순 없으니 열쇠를 찾아 겉옷이라도 한 장 걸치고 밖으로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얼굴에 붙이고 있던 팩을 의식한 순간, 다행히 사태는 대피까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으로 수습되었다. 어떤 아줌마가 속옷을 찜질방에 늘어놔서 과열되어 불이 붙은 모양이었다. 연기 빼내느라 목욕탕에 있는 환풍기란 환풍기는 다 돌려서 탕 안은 이내 서늘해졌다. 나는 콧물이 얼얼해진 상태로 목욕을 끝내고 나왔다. 그런데도 한편으론 홀랑 벗고 거리로 뛰어나가는 소동까지 갔으면 더 재밌었겠다는 짓궂은 생각을.. 2005. 3. 17.
제자리 찾기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진작 알고는 있었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 그저 노력해야겠다는 것뿐.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이루어질 것은 아닌지라 몸과 마음을 더 건강하게 가꾸고 내 생활에 충실해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사랑을 하고 싶다. 가슴을 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진짜 사랑을... 생각이 정리되고 나니 배가 고프다. 맛있는 국수나 한 그릇 사 먹으러 나가야겠다. 봄볕이 제법 화사해졌다. 2005. 3. 16.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은 하지 말아줘~~ 우리 집 꼬맹이는 세 살이 다 되도록 모유를 먹었다. 한때는 이러다 시집갈 때까지 젖을 못 떼는 게 아닌가 하는 장난스러운 걱정을 할 정도였다. 잠들기 전에 안아줘야 잠을 자는 버릇은 남아 있지만 다행히 아주 가끔만 빼곤 가슴을 만지거나 하진 않는다. 그런데 어젯밤은 어쩐 일인지 슬쩍 가슴을 만지며 툭툭 치더니 "엄마 왜 이렇게 푹신푹신해?" 한두 번 만져본 것도 아닐 텐데 뭔가 오늘은 손에 닿는 느낌이 각별했던 모양이다. 살 빠지면 얼굴 살과 가슴살부터 빠진다는 카키님처럼 나도 예외는 아닌지라.... 아이에게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얼렁뚱땅 얼버무렸다. "그냥 얼른 잠이나 자..." 내가 뭐라고 설명을 한들 녀석이 아직 이해 할리 없음으로 그 밤에 장황하게 뽕브라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다간 우스운.. 2005. 3. 16.
이상한 습성 요즘 부쩍 외식하는 일이 잦다. 때로는 일상이 고루하거나 피곤하여 식사 준비를 하기 싫은 날도 있고, 단 둘뿐인 우리 집 밥상을 먹을만하게 차리려면 시장 보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차라리 외식하는 게 나을 때도 많다. 하지만 자주 밖에서 밥을 먹게 되면 불안해진다. 집에서 내 손으로 정리해놓은 주방에서 밥을 해서 먹어야만 뭔가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집안 정리에도 소홀해지고 집안이 어수선하면 요리하기가 싫어진다. 그래서 또다시 밖에서 뭔가 간단히 사 먹고 때우는 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며칠 사이 나도 모르는 스트레스가 생긴다. 안정감의 결여. 바로 그것이다.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내 손으로 뭔가 먹을 만한 것을 만들어놓았을 때 느끼는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 너무 밖으로.. 2005. 3. 12.
결국 검사를 받았다. 끊임없이 내게 묻는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겉 발린 생각이나 감정 따위에 연연하지 말고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야 하고 그렇게 살려고 한다. 생각은 때때로 변하고 감정은 바람만 같다. 기어코 이 길고 긴 전투에서 후회를 덜 남기는 선택을 하고 당당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각오를 하고 또 해보아도 힘이 빠진다. 지금 내 삶에 가장 필요한데 모자란 것은 무엇일까? 고집스럽게 거부하며 자신을 주춤거리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도 변하지만 내가 변하는 속도는 너무 느리다. 거의 변하지 않은 비슷한 모습으로 시계만 보고 있다. 대안과 실천 없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지겨워 칼날 같은 사람들의 글조차 읽고 싶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이제는 잊어버린 것 같다. 나는 무얼 찾고 .. 2005. 3. 3.
갈치구이 쌀뜨물로 구수하게 시래깃국을 끓여놓고 사 온 갈치 중에 굵은 것만 골라서 몇 토막 굽는다. 갈치 굽는 냄새가 좁은 집안에서 진동하다 열린 창 너머로 마당까지 넘어간다. 갈치를 처음 먹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분이 들뜨고 좋은지 모르겠다. 며칠쯤은 식단에 신경을 못 쓰고 대충 먹이다 뭔가 신경 써서 음식을 할 때 기분이 꼭 이렇다. 엊그제 싱싱한 고등어를 사다가 찌개 끓여서 맛있게 잘 먹고 한 그릇 아직 남았는데 데워서 먹을 생각 않고 새로 입맛 돋울 음식을 마련하는 내 꼼꼼하지 못한 살림 솜씨는 누가 흉볼 사람 없으니 괜찮다. 데워 내놓으면 한 때 맛있게 먹은 걸 다시 맛있게 먹진 않는 아이라서 신경이 쓰인다. 매번 끼니때마다 다른 반찬을 해주진 않지만, 오늘은 산에도 다녀오고 바람 쐬고 돌아오는 길.. 2004.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