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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175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을.....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좋다. 이 만큼 떨어진 자리에서 잘 알지 못하더라도 이대로 그저 바라보는 것이 좋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람이 멀리 있어 아름다운 숲처럼 그만큼의 거리에 있을 때 아름답고 좋아 보이는 것 같다. 물론 더 가까이 다가가도 아름다운 이도 많겠지만 어쩐지 더 가까이 가면 나무 위에 앉아 놀던 새 포로롱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 자유로이 창공으로, 숲으로 나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쁘다. 어딘가 좋은 사람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 이상은 아직은 내게 무리인 것 같다. 게시판에서 보는 글, 답글, 그걸로도 그냥 좋다. 더 알고 싶지 않은 건 내가 겁 많고 비겁한 까닭이겠지만, 그는 나를 더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냥 이대로가 좋다. 어딘가.. 2004. 6. 29.
기운 빠지는 날... 그리고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목 안이 따끔거리던 증상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침묵의 미덕을 배울 시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제 유난히 많은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반 이상은 받지 않고 그냥 닫아버렸다. 외롭고 아플 때는 누구라도 나를 찾는 이가 반갑고 좋을 법도 한데 이상하게 어젠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대충 나를 안다고 전화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조용히 침묵 속에 잠겨 있고 싶었다. 평소에 몇 달씩 전화 한 통 안 하던 오빠까지 어쩐 일인지 안부 전화를 넣은 이상한 날이었다. 일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다. 평소엔 내가 너무 외롭고 힘들 때 전화 한 통 없이 잠잠하던 것이 내가 너무 피곤하고 지쳐있을 때 플래쉬나 시계 대용으로 쓰던 휴대전화가 발발이 울리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뭐라 .. 2004. 6. 24.
칼에는 칼로 대적해야 하는 것일까....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가슴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울분..... 한창 시절에 너무 안타깝고 무의미한 죽음을 당한 김선일씨의 명복을 빌며...... ▶◀ 2004. 6. 24.
목감기 목이 부어서 따끔 거리다 못해 찢어지는 것 같은 느낌으로 아프다. 컨디션이 어찌 좋지 못하다 생각한 지 사흘째..... 첫날은 어지럽고 머리가 아프더니 체하고 어젠 병원에서 주사 맞고 처방받은 약까지 먹었어도 오늘 별 차도 없이 더 아픈걸 보니 목 안에 생긴 염증이 사람을 온통 괴롭힌 후에야 사그라질 것을 예고하는 듯하다. 아프니깐 이상하게 더 외롭고 마음이 약해진다. 목안이 껄끄러워 음식이 넘어갈 것 같지 않아 토마토 몇 조각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약을 먹는다. 며칠만 푹 쉬면 좋겠다. 애들 시험이 다음주라서 그럴 수도 없는데 어제 땡땡이쳤다. 또 쉰다면 정말 체면 안 설 일이니 어떻게든 오후까진 체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어야 하는데.... 며칠 동안 너무 말을 많이 한 것이 화근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도.. 2004. 6. 23.
하늘 연못 언젠가 화실 언니와 수제비를 먹으러 찾아 들었던 그 찻집을 찾아 아이랑 둘이 버스를 타고 오후께나 되어 길을 나섰다. 그 집에 사는 꼭 내 딸 아이 같은 다섯 살배기가 일요일이라 내 딸 만큼이나 심심할 것 같다. 동무 삼아 둘이 놀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눈만 뜨면 놀러 나가자는 일요일이라 마침 잘 되었구나 싶어 차도 마시고 바람도 쏘일 겸 나선 길이다. 한바탕 퍼붓듯이 내리던 비가 그친 다음 날이라 그런지 구름 사이로 비쳐든 햇볕이 제법 따가웠다. 시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도 금세 풍경은 시골 맛이 난다. 버스에서 내려서 한참을 걸어 들어간 그 찻집은 문이 잠겨 있었다. 전화해 보니 방금 집을 나섰다는 것이다. 그냥 돌아갈까 했더니 가던 걸음 차를 돌려서 주인이 찻집으로 돌아왔다. 두 아이는 보는 순간부.. 2004. 6. 21.
그리운 얼굴들 내 대학 생활에 대한 기억의 꽃은 단연코 하숙집에 대한 기억이다. 늘 열 예닐곱 이상의 하숙생들이 북적이던 곳이고 입학하는 날부터 졸업하고 대학원 다니면서까지 그 집에서 밥을 먹었으니 장장 6년이란 기간 동안 그 집을 드나들던 하숙생들을 겪었다. 철마다 하숙집을 바꾸며 이사를 하던 이들이 새로운 생활을 원했던 것과는 달리, 난 안정이 필요했다. 남의 집은 어디나 마찬가지니, 적응하기 나름이라 생각했고 내가 굳이 이사를 하지 않아도 학기마다 다른 학생들이 으레 들어왔기 때문에 생활은 늘 변화가 있었다. 1학년 2학기 즈음부터 친해진 고향 선배 언니와 같은 방을 쓰게 된 후로 줄곧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하숙생 리스트가 머리에 한둘 씩 떠오르면 살포시 웃음부터 난다. 내 룸메이트였던 혜경 언니는 키가 17.. 2004. 6. 20.
어디로 갈까 어제 종일 날씨가 심상치 않더니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것이 겨우 추스려 놨던 마음을 들뜨게 한다. 조악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어디든 훌쩍 떠났다 오는 것이 좋을 것이란 생각에 막연한 목적지를 여기 저기 떠올려보지만 마땅한 곳이 선뜻 떠오르질 않는다. 마음이 내키는 곳이어야 거.. 2004. 5. 29.
인생의 봄날은 가도...... 몇 달씩 한 모금도 마시지 않던 술을 요즘 가끔 마시게 된다. 어제도 작은 병으로 맥주 두 병을 마셨는데 지금 몸 상태로는 도무지 일과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몸이 지치고 피곤하다. 머리가 어찌나 아픈지 두통약을 먹었어도 그다지 진통 효과가 느껴지지도 않는다. 으.. 2004. 5. 27.
오늘 하루도 언젠가 추억이 될 수 있을까 오후까지 방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나를 몇 시간씩 조르는 딸을 모르는 채 할 수가 없어 남들은 외출했다 돌아올 시간 즈음에야 바깥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지난주 생전 처음으로 로또 복권 1만 원짜리에 당첨된 것을 들고 복권을 바꿔온 뒤 뭘 해야 좋을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아이.. 2004. 5. 26.
가슴에 찬바람 부는 날 비 갠 뒤라 그런지 세상은 유난히 깨끗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아침나절부터 부랴부랴 챙겨서 아이를 데리고 치과에 들러 신경치료한 이에 금속을 덮어씌우는 치료를 하고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후 버스를 타고 어디에서 내릴지 생각도 없이 무작정 버스가 움직이는대로 창너머를 바라보.. 2004. 5. 17.
어떤 갠 날 비온 뒤 말쑥하게 세수한 것 같은 이런 풍경이 너무 좋다. 창을 열면 밭이 보이고 옥상에 올라가면 바다가 가까이 보인다. 호수같은 바다.... 그 바닷가에서 태어나 늘 바다를 보며 살아가면서도 가끔은 먼 강원도 수평선이 보이는 바다가 그립다. 울적하고 가슴이 답답할때 훌쩍 떠나는 제 1 코스가 강.. 2004. 4. 19.
방콕 혹은 방굴러데쉬 열흘 남짓 동안 사진을 세 통이나 찍었는데 거의 다 아이들 사진이다. 화실 언니 사진, 내 딸 사진, 화실에 오는 아이들 사진 그렇게 대부분을 차지한다. 내 사진은 몇 장 찍었지만 거의 살진 돼지 모습 같아 보여 인터넷에 게재한 사진을 업그레이드하려던 계획은 아직 고심 중이다. 글도 엊그제 장황하게 썼다가 자판에 키 하나 잘못 건드려서 몽땅 날린 후론 블로그에 발길을 끊었었고.... 그런데 또 주말이다. 뭔가 해야 할 일을 잔뜩 늘어놓았어도 손대기 싫은 주말이다. 지난 주말엔 전남 녹동항에서 바로 바라다보이는 작은 섬 소록도에 갔었다. 소록도.... 아주 어릴 때 머리까지 뒤집어쓴 이상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던 나환자들을 수용한 마을이라는 말만 전해 들은 소록도가 그곳에 있었다. 진주에서 순천행 버스를 바.. 2004. 4. 17.
사랑스런 봄날 운동 시작한 것을 핑계로 먹고픈 음식마다 마다하지 않고 먹어댔더니 옷이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사다 재어 놓은 아이 간식거리(애 준다고 샀다는 건 순전히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를 배부른 줄 모르고 식후에 골고루 먹은 결과라고나 할까..... 몇 달 만에 로또복권 사러 갔다가 마침 그 가게에서 팔고 있던 먹음직스러운 생크림 케이크를 사다 놓고 껴안고 생각날 때마다 먹었더니 며칠 사이 체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버린 것이다. 체중계에 올라가기 전까진 그 정도일 거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이젠 폭식하듯 먹어대는 습관을 고쳐야 할 때가 된 듯싶다. 조금 더 체중이 늘면 그나마 맞는 옷이라곤 하나 없게 되는데 정신 차려야 한다. 으~~~~~ 며칠 전 이른 아침 날아든 반가운 문자. 갑자기 맹장 수술을.. 2004. 3. 30.
해평 열녀비를 지나며 늘 밤늦게 하던 빨래를 낮에 하고 음악과 함께 커피도 마시고 아직은 나가야 할 시간을 재촉받지 않는 조금은 한가한 시간을 누리고 있다. 불안한 시국에 대해 근심하지 않는 이 없으니 차츰 이 황당한 난국의 사태는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무릇 봄은 봄인가보다. 어제 나가는 길에 집 근처에 있는 열녀비각에 키 큰 목련이 화사하게 뽀얀 꽃을 피운 것을 보았다. 그 곁에 나란히 선 벚나무 두 그루도 곧 꽃을 피울 것인지 움이 조금씩 돋아 올라와 있었다. 그 두 그루의 벚나무는 해마다 왼쪽에 있는 꽃나무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고 진 후에야 오른쪽 나무에 꽃이 피곤 한다. 오른쪽 벚나무는 꽃을 피우지 않고 잎부터 올려서 왼쪽 나무 꽃이 화사할 때 잎을 보이고 섰다가 왼쪽의 꽃이 질 무렵 잎을 올린 가지에서.. 2004. 3. 16.
잊지 않을 것이다. 3월 12일 쿠데타를..... 패러디 플래시 사이트 XNEWS(www.xnews.co.kr)에서 제작한것입니다. 권력을 끼고 사기 치는 놈들 아주 X같다! [출처] 잊지 않을것이다......3월12일 구테타를........ 2004. 3. 15.
게으름 건강해지기 위한 노력만이 지금으로선 가장 우선이다. 아주 사소한 증상도 쉽게 나아지지 않고 몇 주씩 혹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앓게 되는 지금의 내 상태는 한창때에 속하는 30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운동이라곤 하지 않고 특별히 건강에 신경을 쓰는 일이 없이 그저 아픈 것만 속상해하는 내게 자신을 더 아끼고 보살피라는 엄중한 경고라고 생각한다. 다음 주쯤이나 헬스클럽에 등록할까 생각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늘 망설이던 것이었는데 지금으로선 이대로 병원만 들락거리다간 얼마 못 가 영영 아무것도 못하고 쓰러져 누워서만 지내야 할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든다. 한 달을 훨씬 넘게 앓았고 아직도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다. 면역력이 보통 사람보다 현저히 약한 까닭이다. 무리한 운동을 할 기운도 의욕도 없으니 무언.. 2004. 3. 5.
소화불량 나는 몹시 황폐하고 불안정한 상태다. 음악을 퍼서 소스로 넣던 것도 손을 한동안 뗀 후로 잊어버렸고 귀찮다. 게시물을 만들면서 더 보기 좋고 듣기 좋게 만드는 게 참으로 즐거운 일 중 하나였는데 그 작은 즐거움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렸다. 그 느낌을 되살리려 감각을 집중시켜도 좀처럼 되지 않는다. 지금 나는 메마른 우물처럼 습기는 있되 건조하다. 이런 상태가 얼마나 지속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지내다간 모든 것이 온통 잿빛으로 변할 것만 같다. 슬픔은 너무나 오래 불에 끓였다가 식혀서 진하게 농축되어 응고된 곰탕처럼 흐르지도 않고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봄이 되면 햇살에나 녹을지 녹아 흘러야 이 답답한 감정과 묵은 감정이 누룽지처럼 붙어 있는 가슴이 조금은 시원해질 것이다. 며칠째 소화불량. 먹은 것도 변.. 2004. 2. 19.
바람부는 대로 뭔가 아직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기분이다. 지금 하루하루 선명한 자의식의 반영이 아니라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고 상처받고 스스로 그 상처를 덧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자신을 발견한다. 나를 몹시 혼란스럽게 하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내 생활에 주는 영향이 너무 커서 그 반감으로 온라인에서조차 입을 다물고 쪽지 수신 거부를 해놓고 사는 내가 한심하고 비겁하단 생각이 들어서 꽤 오랜만에 수신 거부를 풀었다. 쪽지가 몇몇 날아온다. 알고 지내던 분들이 나를 걱정하여 보내는 안부 메시지다. 참 고마운 분들이라 생각하지만, 이상하게 이전 만큼 그 말들에서 느끼는 무게감이 다르다. 나도 모르게 가볍게 흘려버리고 싶고 외면하고 싶어진다. 몸은 끊임없이 미묘한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잠시 잠시 괜찮.. 2004. 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