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섬 <2003~2009>175 골목 끝에서..... 아이야, 언젠가 우리 이 골목길이 그리워질 때도 있겠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희미해질 무렵 이 골목 안 한 모퉁이에서 추운 밤을 보냈던 겨울이 생각나면 서글픈 미소라도 지어볼까.... 우리 이제 인생의 길 모퉁이에 막다른 길 같았던 이 골목 막다른 대문 안에 살았던 날들을 가볍게 기억하기로 하자. 밤늦게 온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아이는 울었다. 어제는 내가 그렇게 목구멍에서 피가 솟구치도록 서럽게 토해낸 울음으로 부족했는지 오늘은 아이가 한 밤중에 그렇게 아프게 울었다. 아이 엉덩이 깊숙한 자리에 종기가 말도 못하게 험하게 났다. 그 자리가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그 엄청난 통증을 모를 것이다. 이 집에 살면서 물이 안좋아서 그랬는지 종기 수술을 두 번, 세 번 받아야 했던 나로선 눈으로 보기만 .. 2005. 9. 30. 9월의 마지막 일몰 이 바닷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질녘 사진을 찍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비가 와서 저런 하늘을 보지 못했고, 어제 저녁 무렵에 찍은 사진이다. 바다와 하늘은 어떤 빛을 띄거나 늘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 속에 남겨진 저 빛을 잊지 못할 것이다. 멀리 이사가는 것도 아닌데 괜히 감정이 북받쳐 오른 탓인지 울컥거린다. 이 바다를 보면서 떨쳐야 했던 아픔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2005. 9. 30. 드디어 우여곡절이 있었어도 이사는 한다. 다음 주중으로 날짜를 잡을 계획인데 아직 날 받아주기로 한 곳에서 소식이 없다. 계약을 하고 이사 들기 전까진 신경 쓰일 문제가 많지만 딸이 뱃속에 들어서 만삭이 되어 이사 온 집에서 어느새 여섯 살이 꽉 차서야 이사를 나간다. 정말 오래 살았다. 대학 다닐 때 한 하숙집에서도 6년 살았는데 여기서도 6년을 꽉 채우고 나가는 셈이다. 이번에 이사 가는 집에서도 오래 살아졌으면 좋겠다. 좋은 일 많이 생기고 돈 많이 벌어서 오래 살다가 집 사서 이사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 이삿짐센터에서 사람이 나와서 견적을 뽑아주고 갔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다른 곳에 견적 신청을 냈다. 내일 또 알아보고 정리할 짐은 얼른 정리해야겠다. 주말엔 진주에 갔다가 일요일 월요일까지 휴일이니.. 2005. 9. 30. 이사하기 어렵다. 8월 말에 받기로 했던 그 돈만 탈없이 받을 수 있었더라면 이렇게 눈물 쏟을 일까지 없었을텐데 오늘 결국 설움이 북받쳐서 저녁 내내 소리내어 울었다. 500만원이 최종적으로 부족한데 그 돈을 구하지 못해서 3년 동안 500만원 가량의 월세를 내야한다는 것도 마뜩찮다. 차라리 대출 받아서 3년 상환하면 이자를 내도 그게 내 돈이 되지만 그냥 월세로 날려버리는 돈 아닌가. 이 집에 들어와서 그동안 낸 월세만 해도 700만원이 넘는다.(있는 사람에겐 크지 않겠지만 나에겐 몹시 큰 돈이다.) 그때도 500만원이 모자라서 내기 시작한 월세가 결국 배보다 배꼽이 커진 셈이다. 또 그렇게 악조건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게 마음이 들지 않지만 이대로 화장실도 무너지고 방범창도 달아주지 않는 허술한 집에서 더 오래 살 수.. 2005. 9. 29. 이사 이사할 집을 보러 다니다 결국 전세금이 너무 많아서 포기하려던 집에 월세를 더 내고 가기로 잠정적인 결정을 했다. 위치도 괜찮고 살던 동네라서 아주 낯설지도 않아서 좋기는 한데 너무 넓은 집에 덩그러니 둘이서 살려니 이제는 그것도 겁나고... 이사 가면 바로 손가락 빨아야 할 정도로 한 푼도 없이 빈털터리가 된다는 게 무섭고.... 근저당 설정이 엄청난 액수로 걸린 집이라 혹시나 전세금 날릴까 봐 겁난다. 불안하고 초조해서 잠이 안 올 것 같다. 오죽하면 이사운이 들었는지 철학관이라도 찾아가보고 싶을 지경이다. 끙~ 혼자 뭔가를 결정하는 일이 이렇게 어렵다. 자신의 결정에 대해 불안하고 자신이 서질 않는다. 여태 번번이 사기당한 일들부터 워낙 끔찍한 일들을 많이 당해서 불안하다. 그 집에 이사가면 앞으론.. 2005. 9. 27. 빨리 이사가고 싶다. 잠에서 깬 딸이 울먹이며 엄마를 부른다. 자고 일어나 옆에 엄마가 없어서 옆 방으로 와보니 거기도 엄마가 없어서 바로 울먹이며 엄마를 애타게 부른다. 그렇게 깨워도 일어나지 않더니 내가 옆에 없어서 깼나 보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나갈 때마다 아이에겐 보고해야 한다. 잠결이라 그냥 나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침부터 난리가 났다. 애 두고 엄마가 도망이라도 간 줄 알 정도로 아이는 소스라치게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불러댄다. 어젯밤 이런 소동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화장실이 실내에 있는 곳으로 꼭 이사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오래전부터 이사할 만한 집을 물색하고 또 물색해도 전세금과 그나마 이사할만한 집을 맞추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이제 겨우 납득했다. 다시금 월세를 내야 하는 집을 알아보다가 속이 체한 것.. 2005. 9. 26. 상처난 부위에 즉시 붙이세요! 내 보물상자 속에 보관되어 있던 많은 편지 중에 1991년 크리스마스에 받은 카드 지금은 '바리데기'로 이름을 바꾼 친구 그때는 자칭 '버지니아'였다. 나는 '바이올렛'... 우리는 주로 그렇게 놀았다. 편지를 써도 그런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며 완전히 분위기에 죽고 살던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그때의 약속처럼 아기 엄마 되어서도 잊지 말고 오래 기억하고 서로 생각하며 사는 친구. 친구야..... 내 마음에 난 상처에 저거 붙이면 다 나을까? 아까워서 아주 급할 때 쓰려고 여태 떼지도 못하고 아껴둔 건데.....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2005. 9. 24. 역겹다 어젯밤부터 심한 날궂이를 한다. 돌아누운 등 뒤로 흘러나온 우울함으로 온 방이 축축해진다. 울지도 못하고 목구멍까지 차올라 맺힌 감정이 답답하다. 이럴 땐 외부와 소통 금지, 소통 불가 상태다. 빨간불이 켜진다. 이런 기분일 땐 그저 혼자 견뎌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벼랑 끝에서 뛰어내려 현실과 영원히 단절되고 싶다. 감정의 변화는 시간과 상황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다. 고정적인 것이 아니기에 지금의 이 기분이 절대적이라고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지나가 주기만을 바란다. 사고 치지 말고 조용히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회오리바람처럼 시야를 흐려도 한때 스쳐 가주기만 바랄 뿐이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이 불편한 위장처럼 머릿속도 마음 한구석도 구토 일보 직전. 왜 이렇게 일순간 내 인생이 역겹게.. 2005. 9. 21. 옛친구를 만나다. 내일 만나기로 약속해놓고 무어 그리 마음 급한지 둘은 한밤 중에 찾아왔다. 바빠서 둘이 시간 맞추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11시 넘어 집 앞까지 왔는데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고, 역시 청춘은 청춘인가 보다. 나도 그렇게 졸리던 눈을 비벼 뜨고 나가서 졸지 않고 꿋꿋이 잘 견디다 왔다. 내일 함께 남해 금산에 갈 계획이었는데 보름달이 구름 속에 가려진 어둠 속에서 내가 살고 있는 섬 한 바퀴를 돌았다. 11년 만의 해후가 그들에게도 꿈결처럼 아득한 느낌으로 남을 것이다. 만나서 제발 그 말만은 하지 말아달라 부탁했건만, 한 녀석이 "선생님, 많이 늙으셨네요..." 라고 놀려서 만나자마자 등짝을 후려쳤더니 나중엔 마지못해 한 녀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안 변하셨네요..."라고 말해준다. "짜식들 니들은 .. 2005. 9. 20. 가을 저녁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집에서 가까운 레스토랑엘 갔다. 어지간한 식당은 다 문을 닫는 날이니 거기서 밥 먹기에 핑계도 적절했다. 명절 식탁을 차릴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시장을 본 것도 아니었고 기름 냄새 풍기며 튀기고 굽고 하여도 둘이서 얼마 먹지도 못하는데 차라리 한 끼 맛있게 사 먹고 나머진 적절하게 끼니 때우기를 하는 게 오히려 훨씬 기분 좋을 것 같다는 계산 하에 비 떨어지기 전에 산책 삼아 나섰다. 작년 추석에도 여기서 저녁을 사 먹었다. 음식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우리 모녀의 취미이자 특기인 주책 셀카 찍기 다른 자리가 다 차서 창가에 나란히 두 좌석이 있는 곳에 앉았다. 우리가 앉은 창가 자리에선 바다가 저렇게 내려다보였다. 저 앞에 보이는 곳이 내가 사는 동네다. 매일 보는 바다를.. 2005. 9. 18. 보물상자를 찾아오다! 집에 가서 드디어 보물 상자를 들고 왔다. 추억이 담긴 그 상자엔 오래된 일기장, 메모가 들어 있던 노트, 수첩, 편지 등이 잔뜩 들어 있다. 딸이 어려서 찢을까 봐 차마 들고 오지 못했던 것을 이제야 들고 왔다. 그 사이 잊은 듯 살았던 내 과거의 아름다웠던 인연들과 해후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편지들 하나하나 꺼내서 다시 읽어볼 참이다. 한꺼번에 다 할 수가 없어 우선 반가운 마음에 몇 가지 뒤적여보았다. 아.... 이 만큼 화끈한 이벤트가 또 있을까. 너무 재밌을 것 같은 기대감에, 돌아오면 치우려고 어질러둔 물건들 하나 손대기 싫다. 오로지 아이를 재우고 손때 묻은 저 종이들 한 장, 한 장에 담긴 역사를 밤새 되새겨 볼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내가 한때 공부했던 책들 중 일부. 저런 걸 .. 2005. 9. 17. 기원 한가위 둥근 달처럼 모든 이의 삶이 둥글고 원만 하기를...... 2005. 9. 17. 명절 앞두고 머리를 감고 축축한 채 살포시 잠이 들었다 깼다. 온종일 많은 생각들로 피곤했던 모양이다. 깨어난 순간 무슨 요일인지 며칠인지 이 시각에 잠들었어도 괜찮은 것이었는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 휴대폰을 열고 시간과 날짜를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물컹한 내게 일침을 가하는 조언으로 마음을 다지게 해 준 해원이 엄마와 주고받은 말들을 하나씩 되새김질해보았다. 너무 감정적으로 여리고 물컹해서 늘 걱정하던 것들을 족집개처럼 꼭꼭 집어서 말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잠에서 덜 깬 머리로 생각해낸 것이 마감 시간 되기 전에 병원에 가는 일이다. 그동안 갈수록 심해지는 알러지때문에 아침저녁으로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병원 갈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항생제 같은 약을 자꾸 쓰다 보면 몸에 면역체계가 오히려 더.. 2005. 9. 16. 잊어야 할 것 잊어야 할 것은 이제 그만 잊어야 한다. 잊어도 좋다. 기다리지 마라.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미 사랑은 오래전에 끝나지 않았는가. 추억은 추억일 뿐이다. 이젠 정말 잊어도 좋다. 음악 선물해주신 마징가님 고맙습니다. ^^* 통영에 놀러오시면 바닷가에서 자판기 커피라도 대접하겠습니다. 얼른 놀러 오세요. 2005. 9. 16. 9월 14일 조카는 자폐증이다. 옹알이 안 할 때 알아봤어야 했다. 그 외에도 신체적 결함이 있어 참 아프게 키운 아이였다. 여동생보단 어머니와 내 등에 더 많이 업혀서 자란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내 딸 사지 성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것에 대해 더더욱 감사하게 된다. 그 아이 데리고 여기저기 참 많이도 다녔는데..... 조카가 그렇게 태어난 것이 여동생의 책임인 양 시댁에서 못살게 굴어 결국 이혼하고 말았다. 동생은 아이를 데리고 오지 않아 개가해서 살고 있지만 나는 빈손으로 아이만 데리고 나와서 사는 게 매양 거기서 거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산다. 딸과 나는 서로가 없으면 외톨이다. 이혼한 것이 무슨 대역죄나 되는지 우리 가족들은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한다. 그래서 딸에게도 일가친척은 유령 같은 존재들이다. 추석이 다.. 2005. 9. 14. 추억이 담긴 사진 1993년 4월 10일 하숙집 사람들과 찍은 사진이다. 제일 왼쪽 한 명과 가운데 새침데기같이 서 있는 나만 빼고는 모조리 93학번 새내기들이었다. 난 그 하숙집 5년 차여서 예비역 남학생을 제치고 하숙집 방장인가 뭔가가 되었다. (하숙생이 스무 명 가까이 되니 대표가 필요했다.) 일요일에 뭔 청승인지 하숙집 후배들 이끌고 동네 공원에서 폼 잡고 촌스럽게 기념촬영까지 했다. 그 당시 하숙생이 17명이었는데 그날 함께 나온 사람은 열 명쯤 되었나 보다. "남는 게 사진밖에 없다. 가자~~!!" 마침 그날 페스티벌 참석차 정장하는 후배들이 많아서 그랬나...? 그 당시 유행하던 기성복은 어깨에 뽕이 과했다. 그때는 당연한 듯 입었지만, 지금 보니 정말 어마어마하다. 지금도 저 정장이 모셔져 있지만 치마가 몸.. 2005. 9. 13. When the love falls * 2012년 10월 24일 옮기면서 글을 읽어보니 2005년에 어느 사이트에서 잊지 못하던 사람과 꼭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는 동일인인 줄 알고 속을 앓을 때 썼다. 그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이름과 나이와 생김새까지 비슷했던 그 사람을 나중에 만났다. 그 사람은 내가 찾던, 혹시나 하고 기다리던 사람이 아니었다. 결국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다시 확인하고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던 막연한 기다림을 지우는 계기가 되었다. 바람이 분다. 곧 비도 한줄기 하겠다. 빗소리와 섞인 피아노 연주를 듣다 머릿속이 정전됐다. 현재 시점의 모든 생각이 일시에 전원이 꺼지고 한참을 꼭꼭 닫아두었던 묵은 기억들이 그 틈을 타서 부활한다. 부슬부슬 비 오는 날 잠시 함께 걸었던 길마저도 잊지 못하고 있었던 내가 .. 2005. 9. 13. 조기 치매 증상 이건 분명히 치매다. 그렇지 않고서야.....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피곤해서 자리를 물리려던 즈음 밖에서 돌 던지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 누가 저러나 싶어 부엌으로 나가본 순간.... 으악~! 밤 찌던 냄비가 타고 있었다. 돌 던지는 소리는 밤이 너무 익어서 폭발하는 소리였다. 찜기를 이용해서 밤이 타지는 않았지만, 찜기가 타버렸다. 부엌엔 연기가 자욱한데 넓지도 않은 이 집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도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었던 건지.... 엊그제 카키 님 블로그에서 달걀 삶다가 냄비 태운 사진을 보고 남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남의 일이 아니다. 이런 정신으로 살려면 죽어야지..... 도대체 이게 몇 번째야!!! 무서워서 밤을 어찌 먹나..... 2005. 9. 10. 이전 1 2 3 4 5 6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