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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03~2009>175

우리가 진정으로 2003.08.27 00:17 우리가 진정으로 만나야 할 사람은 그리운 사람이다.한 시인의 표현처럼'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는 그런 사람이다.곁에 있으나 떨어져 있으나 그리움의 물결이출렁거리는 그런 사람과는 때때로 만나야 한다.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으면 삶에 그늘이 진다.그리움이 따르지 않는 만남은지극히 사무적인 마주침이거나 일상적인 스치고 지나감이다.마주침과 스치고 지나감에는 영혼에 메아리가 없다.영혼의 메아리가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To treno fevgi stis okto (The train leaves at eight:기차는 8시에 떠나네)- 노래: Agnes Baltsa- 음악: Milkis Theodorakis- 가사: Manos Eleftherio.. 2024. 10. 28.
2006-06-08 2006-06-08 00:48:27 보이는 것에 대한 부담이 늘었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이글루에 들어와 본 적이 없었다. 다른 곳에 만들어 두었던 블로그는 글을 쓰기 위한 곳이 아니라 잃어버린 인연을 찾기 위한 곳이었다. 어느 봄날 일제히 삭제했다. 더 이상 그 인연을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므로...... 엠블이 갈수록 더 답답해진다. 나의 구태의연함과 싫증 남이 주원인이겠지만 아끼던 블로거들이 블로그를 하나씩 삭제하면서 블로그에 대한 애착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나는 아직도 그들의 블로그가 그립다. 그들을 직접 만난 적이 없으므로 그들이 그립다고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들의 블로그가 그립다고 밖에........ 허공에 날릴 편지를 밤마다 쓰는 것이나 소통 없는 빈 블로그에 글을 .. 2023. 11. 10.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 2003년 8월 8일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 화양연화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때는 언제일까.....  영화를 보다가 영화 속에 나오는 음악에 매료되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음악이 수록된 음반을 구하여 듣는 일은 있었지만, 음악을 먼저 듣고 그 음악에 이끌려 영화를 보게 되는 일은 드문 일이다.   선물 받은 CD에 수록되어 있던 곡 중 유난히 내 감성을 자극하던 그 첼로 연주곡을 반복해서 듣다가 급기야 언젠가 보다가 끝까지 보지 못하고 덮었던 영화를 찾았다. 영화 '화양연화'를 인터넷 상영관에서 뒤져서 피곤한 밤눈을 비벼가며 보았다.   저 음악 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인지 궁금해서였다. 이 미묘한 느낌의 연주곡. 애달프고 시린 것을 담담하고 일상적인 색채로 느껴지게 만든 이 곡이 애절한 것보다 더 나를.. 2018. 8. 29.
편식 2004/10/04 02:23 관념일 뿐인 관념과 정신의 영역에 자리만 차지하는 괴물 같은 지식을 탑재하는 항구에는 정박하고 싶지 않다. 멀리서 불빛을 보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그것이 깊은 뿌리 없는 잔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하면 쉽게 떠난다. 사람들이 매료되는 여러 종류의 지적 부유물 중에 가끔은 겉멋에 취한 발림도 있다. 내가 피울 수 없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가끔 묘한 눈빛으로 허공을 한 번씩 주시하던 혹자의 반항기 섞인 시선을 멋있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있었다. 나와는 다른 색채를 가진 사람의 향기를 쫓아 넋 나간 듯 쳐다보다 질투와 부러움이 뒤섞인 시선을 감추려 애썼던 적이 있었다. 정체성 없는 껍데기 지식인의 유창함이 세상을 구원할 수 없어도 현혹할 수는 있다. 문학이라는 이름을 내세우.. 2018. 8. 29.
B에 관한 기억 2006/09/28 문득 하숙집 생각이 났다. 6년이나 살았던 그 대학촌의 하숙집. 1학년 가을 학기 즈음 내가 살던 하숙집에 월식하러 왔던 유난히 얼굴 하얀 그 남자.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은 모조리 아무개 오빠로 불렀던 나는 나이에 비해 어리숙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는 맹탕이었다. 그래도 맑고 나름대로 깊이 있어 보였던 나를 좋아하는 이도 있었다. 여드름 때문에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심했던 탓에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지 의심할 정도로 소심했다. 문득 음악을 듣다가 그 하얀 손이 떠올랐다. 서울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계사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했다. 하숙집 식구들이 많아서 밥을 먹을 때마다 식탁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지만 그는 유난히 반짝.. 2018. 8. 3.
꿈을 부는 아이 2004년 9월 9일 23:33 우리 집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면 도로를 끼고 놀이터가 있고 놀이터 앞은 바닷가. 집 앞엔 저렇게 밭이 있다. 낡고 불편한 집에서 이사를 나가지 못하는 많은 이유 중에 내 형편에 더 좋은 집 찾아 이사하기 어렵다는 것은 제외하고 이런 환경이 드물다는 것이다. 언제든 보고 싶으면 바다를 볼 수 있다. 옥상에 올라가도 볼 수 있고, 골목만 빠져나가면 바다가 보인다. 어릴 때 내가 자라던 집은 마당이 넓어서 갖가지 나무가 있었다. 겨울엔 마당에 있는 나무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아놓고 즐거워했었고 봄이며 여름이면 파랗게 온통 벽을 덮고 자라던 담쟁이며, 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피던 딸기 냄새나는 덩굴장미의 빨간 미소로 한없이 행복했던 담장 옆 대문을 열면 바로 바다가 보였다. 내.. 2018. 7. 26.
삶의 존엄, 죽음의 위엄 2005/11/02(수) 17:16 안락사의 정당성에 관한 리포트를 쓰기 위해 지난번 수업 중에 주고받았던 이야기들을 떠올려본다. 삶의 단절을 통한 고통의 단절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법적 허용 여부에 대한 정당성 논의가 아닌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인간의 생명과 관련된 것이니만큼 결정하기 쉬운 문제가 아니다. 여러 가지 차원의 이야기가 가능하겠지만 고통스러워하는 말기 암 환자들의 존엄성 있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주거나 너무 많은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연장하는 환자들을 돕는 차원에서 안락사가 정당하다는 논리에 대해 나는 이렇게 반박했다. 정신적인 고통으로 살아 있는 순간순간이 고통인 사람이 그 삶을 단절시키는 자살은 죄악으로 치부하면서 육체적 고통을 제거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은 자살을 돕는 행위와 크.. 2018. 6. 16.
차 한 잔 2003. 09.06 고 1 때 집 근처 불교회관에서 어떤 스님께 처음 다도를 배웠다. 동안거 기간 잠시 머물러 계시던 그곳에 자주 들락거리며 풀 내 나는 녹차를 인상 써가며 억지로 석 잔씩 받아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 처음을 시작으로 차츰 그 맛에 익숙해지고 풀 내 나고 무맛처럼 느껴지던 녹차의 향과 맛에 익숙해질 무렵 스님은 동안거 해제가 되어 불교회관을 떠나셨다. 나는 어느 결에 정든 녹차와 그 스님의 배려를 한참을 못 잊어했다. 만화책을 수십 권 시리즈대로 빌려다 놓고 무협 만화를 읽고 독후감을 쓰게 하셨다. 참 엉뚱하셨지만 재밌었다. 그리고 무섭기도 하고 깊은 정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 주셨던 분이다. 그분이 아니었더라면 난 녹차에 길들지도 못했을 테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야 찻그릇을 제대로 갖춰.. 2015. 12. 1.
겨울바다 * 이 사진과 함께 '겨울바다로 가자...'로 시작되는 유료음악을 걸어놓았었다. 그 아래 블로그 친구분들이 남겨던 주셨던 댓글이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서 옮겨놓는다. 2006. 12. 15.
현태 생일에 2006/11/20 23:29  11월 16일 수능 시험 있던 날은 우리 집에 공부하러 오는 학생, 현태 생일이었다. 1년 전 겨울에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에 비해 살이 더 포동포동해진 현태. 다른 학생들도 우리 집에 온 뒤로 죄다 살쪘다. 현태가 먹고 싶다고 주문한 치킨에 불고기, 유부초밥, 떡을 차려서 조촐한 생일잔치를 했다. 삼각대를 차 안에 싣고 다니는지라, 찾아서 들고 올라오기 귀찮아 카메라 책상에 올려놓고 타이머로 찍다 보니 어설프게 나온 사진  마침 그 날 들여온 지영이 새 책상과 의자. 나도 저런 것 여태 가져보지 못했는데 7살 꼬맹이에게 미리 입학 선물로 사줬다. 책을 너무 안 읽길래 책 좀 읽어보라고 사주긴 했는데 과연? (거기서 열심히 만화책만 본다.)  태극 문양이 그려진 양말을 .. 2006. 11. 20.
10월 16일 잠이 잘 올 것 같지 않아(잠들어야 하지만 잠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 와인을 한 잔 마시고 음악을 뒤적이다 잠들이기 좋은 곡을 골라서 듣고 있다. 곧 잠이 올 것도 같다. 달콤한 와인에 자장가...... 무릎베개나 팔 베개까지 있다면...... 그래도 어쩐지 가을밤에는 깨어 있고 싶다. 풀벌레 소리 파르르 떨리는 산속에서 입김이 나도록 시린 공기를 호흡하고 싶다. 문득 남해에 가고 싶다. 그리운 것들이 하나둘씩 별처럼 얼굴을 내민다. 아득하기만 한 뭍이여, 끝내 섬으로 섬으로 도는 걸음으로 그립다고 그립다고 외치는 그대 이름. 지리산이여, 섬진강이여...... 잊힌 사랑이여...... JOHANN SEBASTIAN BACH(1685-1750) Goldberg Variations in G Major BWV.. 2006. 10. 16.
7월 20일 2006/07/20 22:57 오늘은 먹는 것에서 시작해서 먹는 것으로 끝난 것으로 기억될 만한 하루였다. 아침 약속 시각보다 30분이나 학생이 먼저 도착했고 잠옷 바람에 집안 정리도 안 되어 있어 허둥지둥 학생을 근처 도서관으로 잠시 내몰고 부랴부랴 30분 만에 머리 감고 화장하고 청소하고 아침 챙겨 먹느라 어찌나 바빴던지....... 점심때 초복이라고 삼계탕집에 갔더니 한 시간이나 기다린 후에야 음식이 나왔다. 기다리는 동안 학생들은 휴대폰 꺼내어 열심히 게임하고...... 학생들은 손님으로 보이지 않는지 우리보다 한참 늦게 온 어른(?) 손님들 음식만 먼저 주는 바람에 심통이 났다. 오후에 일 마치고 지영이 데리고 바리데기네 근처에 있는 미용실에 지영이 데리고 갔다. 친구네에서 수다 한 사발 한 후.. 2006. 7. 20.
헌화가 헌화가 당신에게 바칠 꽃이 다 떨어지면 여기와 일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밤새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소리 듣다 아침이 오면 절벽 아래로 꽃처럼 피어날지도 당신에게 바칠 꽃이 다 떨어지면 깨끗이 저를 잊어주시길 바랍니다 내 마음 알 때쯤이면 당신도 정처 없이 이곳으로 흘러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이홍섭 詩 지난 여행 때 충청도를 지나 잠시 어느 바닷가에서 잠시 쉬는 동안 한여름 가방 하나 싸서 덜렁 여행길에 나서던 20대 중반 어느 즈음에 처음 걸어보았던 추암의 바다가 떠올랐다. 가슴이 답답할 때 무작정 나서면 강릉으로 내달리곤 했다. 어느 날은 마음먹고, 양양이며 속초까지 다녀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강릉 길도 옛말이다. 추암에서 하룻밤 묵고 이제는 너무 유명세를 타서 옛 분위기가 좀처럼 나지.. 2006. 6. 22.
Come away with me Come away with me - Norah Jones 바람이 부는 곳이면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Come away with me.... please..... 2006. 6. 8.
이유 주말을 즈음하여 이렇게 지치도록 일을 벌여야 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다만, 탈진하도록 지치면 견디기 힘든 그리움의 등쌀에 타는 가슴이 어쩔 수 없이 지쳐 누울까 하여 미련하게 하루를 보낸다. 견디기 힘들 만큼 몸을 부산하게 움직이다 보면 잊힐까..... 그리운 이름의 화석도 뼛속에 묻히어 어느 날 무디어질까..... Ja Vais Seul Sur La Route (나 홀로 길을 가네) Anna German 2006. 5. 26.
컨츄리, 컨츄리 우리 동네에는 개봉관이 없다. 영화가 한참 다 돌고 나서 비디오 테이프으로 나올 무렵에야 냄새가 풀풀 나는 퀴퀴한 상영관에 영화가 들어온다. 그것도 상영 시간에 맞춰서 적절히 잘라주는 묘미까지 곁들여서. 그래서 이 동네에선 영화를 볼 일이 없다. 그나마 새 영화관 하나를 근사하게 짓는 건물이 눈에 띄더니 몇 달째 기척이 없다. 알아보니 두 번째 부도가 났단다. 그 건물이 들어설 자리가 좋지 못한 탓이라는데 하마 언제 완공될까 기다리던 내게는 맥빠지는 소식이었다. 주말을 기다려 진주에나 가야 영화를 볼 수 있다니..... 여기가 촌은 촌인가보다. 그래서 나도 사랑하나 제대로 세련되게 못 하는 어수룩한 촌 X인가보다. 2006. 5. 25.
'그' 재미 내 블로그에 오르는 게시물은 대부분이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들이다. 내 생활 속에서 걸러지지 않은 감정들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된다. 순간순간 표정이 변하듯 변하는 감정들을 카메라 컷처럼 붙들어둔 것들이 대부분이다. 즐겨 찾기 한 블로그 중 사적인 이야기들이 오르는 블로그를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나마 그도 줄어들고 포스팅하는 것도 사진이나 음악 위주로 조금씩 변해가면서 그런 글을 읽던 재미도 줄어들었다. 흥미 위주의 글을 읽어 재미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을 한 컷 찍어놓은 사진을 보고 나름의 생각을 펼쳐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재미있었다. 노련한 글솜씨로 써 내린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것과는 다른 각별한 맛이 있었다. 이제는 즐겨찾기 해놓은 곳 중 몇 곳을 다녀오고 나면 찾아가서 읽을 .. 2006. 5. 25.
긴 산책 산책 다니던 길에 어느새 오동나무 꽃이 피었다. 흐리고 바람이 불었지만 5월의 바람은 포근했다. 평소엔 다리 건너는 곳을 전환점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코스를 항상 선택해서 걸었지만, 오늘은 시내까지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걸어서 건너온 다리가 저 멀리 보인다. 어릴 때 태어나서 자랐던 동네. 우리 집이 있던 자리는 해안도로 확장공사로 허물어지고 공영 주차장이 되었다. 이순신 장군 사당이 있던 저 계단 아래 마당이 있던 넓은 집 한 채가 이젠 기억 속에 아름아름하다. 소꿉놀이하던 마당의 흙이며 채소들, 화단에 가득했던 꽃이며 나무들, 아침마다 들리던 새소리, 뱃고동 소리..... 학교 가는 길에 항상 지나던 길. 대문을 열면 바다가 보이는 이 곳에서 20 년을 살았다. 언제 생겼는지 박경리 시비가 세워.. 2006. 5.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