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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240

새 여행가방 어제 온라인 쇼핑몰에서 새 여행가방을 샀다. 지난주에 제주 갈 때 저 사진 속 여행가방을 들고 갔다. 그 사이에 꽤 많은 여행에 시달린 가방이 낡아서 엉망이 되었다. 딸이 제 짐을 넣고 기숙사를 오갈 때 자주 써서 더 그런 모양이다. 다음 달이면 저 사진도 만 3년 전 사진이 된다. 그 사이에 내 덩치가 꽤 커져서 저 바지는 입을 수 없게 되었다. 새 여행가방을 샀으니 앞으로 더러 다닐 일이 생기겠지. 딸내미 고등학교 졸업기념 여행이었는데..... 역시 사진이 남아서 기억이 한결 선명해진다. 2022. 1. 16.
여유 이번엔 조금 차분하게 갑자기 비행기표 사서 훅 날아가지 않고 미리 가방 꾸릴 여유도 있는 여행을 나서기로 했다. 뭘 보러 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뭘 먹으러 가고 싶은 것도 아니다. 어쩐지 허한 이 마음에 한순간 스치는 바람이라도 따뜻하기를 바라며...... 내일 더 남쪽으로 간다. 애플뮤직 새 플레이리스트를 저장하고 이유도 없이 글썽여지는 눈물을 머금고 남긴 커피 한 모금 시작도 못 해본 연애 시작도 못 해본 사랑에 대한 아쉬움이 올해는 부디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리기라도 했으면...... 어쩌자고 내 감성은, 내 감정은 이렇게 더디게 늙고 철도 들지 않는 것인지........ 어느새 중년 아줌마가 되어버린 철부지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2022. 1. 9.
1월 7,8일 각각 다른 곳에서 출발했는데 신기하게 시외버스에서 동시에 내렸다. 한산한 평일 아웃렛에 도착해서 둘이 점심 먹고 걷기 시작. 딸이 원하는 브랜드 매장엔 거의 다 들어갔다. 부족하다는 옷가지를 이것저것 고르고 꽤 늦은 시각이어서 저녁도 그곳에서 먹었다. 집에 함께 가기엔 애매한 시각이어서 둘이 호캉스를 즐기기로 했다. 다음날 우리가 즐겨가는 김밥집에서 국수와 김밥을 먹고...... 김밥이 너무 맛있다고 한 줄 더 추가하는 바람에 과식했다. 전날 저녁을 먹고 밤참까지 함께 먹으면서 다음날은 가볍기 먹기로 그렇게 약속하고 또 약속했건만. 누워서 영화 볼 수 있는 곳에서 스파이더맨 영화를 봤다. 영화 보다가 노곤해서 잠들어버렸다. ㅠ.ㅠ 저녁은 먹지 않기로 약속하고 딸이 좋아하는 빙수집에서 딸기 빙수를 맛있게 .. 2022. 1. 9.
가출 1월 2일 혼자 점심 먹다가 허한 기분에 문득 제주에 사는 친구에게 저녁은 제주에서 같이 먹으면 어떨까 라는 말을 꺼냈다가 갑자기 비행기 표를 샀다. 그 길로 눈에 보이는 대로 가방에 넣고 길을 나섰다. 여행이 아니라 가출이었다. 집에 혼자 있기가 싫었다. 제주에 도착해보니 평소에 입고 다니지 않던 조합의 이상한 차림에 어울리지 않는 신까지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내가 제주공항에 서있는 거다. 버스 타고 서귀포에 도착하니 친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늦게 문 여는 식당이 없어서 마트에서 이것저것 먹거리를 사서 친구 집에 가서 함께 먹고 근처 호텔에 갔다. 잠자리 바뀌면 편하게 잘 못자는 내가 혼자 있기는 싫고 친구 집에서 폐 끼치는 상황은 싫었다. 혼자 편하게 살다가 아무리 편한 사람이어도 누군가 .. 2022. 1. 7.
충전 2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서 좋을 때도 있지만, 나는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어쩌면 지금의 혼자인 삶이 사람과 자연스럽게 섞이지 않아도 되는 최적화한 결과일 수도 있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관계와 삶을 원하지 않는 내 바람대로 살면서 외롭다고 투덜댄다. 뉴스를 듣다 잠들었다 깨어보니 아직 깰 시각이 아니다. 어질러놓은 방을 정리하다가 문득 고이는 생각조차 이렇게 써서 덜어낸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 없다고 곧잘 말한다. 아무 생각 없이 산다. 의도도 계획도 없이. 모든 상황에 관해 시뮬레이션하듯 생각을 가지 끝까지 정리하고 실행하던 때가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불편하던 그때엔 왜 모든 것이 완벽해야 한다고 믿었을까. 완벽이란 것의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이었을까? 그런 것에서 멀어지고 보.. 2022. 1. 6.
1월 6일 1. 연말에 몇 번이나 물이 얼어서 나오지 않는 문제를 겪고 나서 집주인은 수도관 공사를 다시 했다. 이젠 추워도 물 나오지 않는 일은 없겠지만 이 집에 너무 오래 살았다. 그래도 익숙한 것에 적응해서 그런 문제나 생겨야 이사할 생각을 하게 된다. 2. 며칠 밖으로 떠돌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뭐든 하려고 마음먹고 움직여야 변화가 생기는 거다. 불안정한 사람을 만나면 내가 좀 더 넉넉해져서 품을 넓혀 품어줘야 할 것 같고, 안정된 사람을 만나면 내 비뚤어진 옷자락을 다듬게 된다. 올해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지 않고 매우 급하게 마감해야 할 일에 쫓기며 연말을 넘겼다. 그리고 일에 치여서 일그러진 얼굴로 어디든 도망치듯 가방 싸 들고 길을 나섰다. 길 위에서 잠시 봄.. 2022.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