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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섬 <2020~2024>/<2022>240

지갑 , 운동화 4월 15일 주말에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잠시 나가서 밥 먹고 오는 것 외엔 일정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딸을 만나러 나갔다 오면 오가는 시간이 적어도 세 시간 이상 걸릴 것이고 함께 밥 먹고 시간 좀 보내면 반나절은 금세 지날 것이다. 다음 주에 시험 기간이어서 오가는 시간을 많이 쓰기가 곤란하다는 딸의 말을 듣고 내가 잠시 나갔다 오기로 했는데 나 역시 조금 번거롭다. 낮에 집안에 콕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는 어떤 약속이거나 만들어서 나갔다 오는 게 좋지만 딸을 오래 붙들고 있을 수 없는 것을 아니까 퇴근하고 금요일 저녁을 같이 먹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퇴근 시간 전에 얼른 연락하고 마침 창원까지 운전하는 분의 차를 30분가량 타고 나가서 어딘가에서 내렸다. 그다음은 완행버스를 타면 되니까 집.. 2022. 4. 16.
4월 14일 수면장애, 우울감 요즘 내게 반복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어제는 딸에게 힘들다고 내 감정을 이야기했다. 사춘기보다 힘들다는 갱년기 증상이 며칠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병증 같은 것이 아니라 자주 힘들다고 말했다. 매일 새벽에 몇 번씩 잠에서 깬다. 인생에 이 구간에 관해 말은 들었어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어서 공부하고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겠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내색하지 않고 그냥 꾹 눌러서 참고 견디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다. 마스크 쓰고 밖에서 걷는 게 힘들고 귀찮아서 퇴근한 뒤에 거의 밖에 나가지 않는다. KF 94 마스크를 쓰고 종일 일하는 게 만만찮은 스트레스다. 그래서 이 증상이 더 악화되는 것 같다. 가슴에 돌덩이를 얹어놓은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2022. 4. 14.
4월 8일 * 퇴근하고 통영 가는 길에 딸을 불러냈다. 지난주에 새로 산 옷 입고 나왔는데 이상하지 않은지 봐달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보자고 했더니 순순히 나왔다. 지난주엔 아무래도 낌새가 수상해서 '썸 타느냐, 연애 하느냐....' 물었더니 딱 잡아뗐다. 그런데 그날은 순순히 부는 거다. 확실하지 않아서 아니라고 했단다. 내 직감은 확실했다. 놀라운 고백이었다. 집에 가는 나를 배웅해주고 딸은 기숙사로 돌아갔다. 주말마다 바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딸이 연애할 기회란 게 고작 그런 경우 뿐이라니 아쉬워서 통영 가는 버스에 올라탄 뒤에 내내 생각이 많았다. * 터미널로 친구가 마중 나와줘서 이번엔 여러모로 편했다. 우리 동네에 한때 곱게 피었다가 지고 새잎이 돋기 시작한 벚꽃.. 2022. 4. 10.
소풍 대신 쇼핑 매일 통화했지만 얼굴 본 지는 한 달 넘게 지났다. 정말 오랜만에 딸을 만났다.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사는 데도 이렇게 얼굴 한 번 보기가 어렵다. 보름 전에 만나기로 했으나, 그 주에 코로나 19에 딸이 확진되어 일주일 자가 격리하고 다시 만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어제 오랜만에 아웃렛에 쇼핑하러 가서 없다는 옷 종류대로 다 고르느라 종일 돌아다녔다. 딸이랑 내 원피스 한 벌씩 사고 요즘 유행한다는 크롭 재킷을 고르려고 발품을 판 끝에 마음에 든다는 재킷과 여러 가지 옷을 샀다. 내 구두 한 켤레 사고 딸이 신을 구두를 사러 들어갔다가 딸이 고른 로퍼를 내가 사기로 했다. 얼떨결에 내 구두 두 켤레가 생겼다. 쇼핑 목록에 없던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산 뒤에 딸이 기분 좋아서 예전처럼 툴툴거리지도 않고.. 2022. 4. 3.
돌려달라고 했던가? 언제 국민이 청와대 돌려달라고 했던가? 뺏긴 거였으면 돌려달라고 할 수도 있지. 근데 뺏긴 거였던가? 참 이상하네. 그게 핵심이 아닌데 말 돌리네. 오늘도 여전히 분노 조절이 잘 안 돼. 꿈이 아니다. 믿을 수 없는 현실, 믿기 싫은 현실은 꿈이었으면 좋겠다. 이 문제에 관해 100분 토론 하다가 갑자기 동영상을 비공개로 바꿨다. 실시간 방송을 갑자기 비공개로 바꾸기도 하는구나..... 2022. 3. 24.
분노 조절 오늘로 딸의 자가격리가 끝난다. 혼자 집에 들어가서 일주일 앓았을 딸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내가 사는 원룸으로 딸을 불러들일 수는 없었다. 주변에서 누군가 확진되었다고 할 때마다 신속항원검사를 한다. 어제 옆자리 분이 확진되었다고 했고, 최근에 같이 커피를 마신 분 아들의 친구가 확진되었다고 해서 오늘 아침에도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어제 아침 발열 체크 당번이어서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여 서 있다가 일하다 보니 확진 소식이 더 신경 쓰였다. 그래서 어제는 기침도 하고 머리도 아팠다.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음성이어서 그냥 출근했다. 매일 아침 깰 때마다 확인한다. 오늘은 무슨 요일인지. 매일 출근하는 곳이 다르다. 매일매일. 다른 곳에 출근한다. 연이어 이틀 출근하지 않고 번갈아 가며 출근하다 보니 혹시나 실.. 2022. 3. 22.
확장형 행거 며칠 전에 도착한 택배 상자가 너무 무거워서 원룸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조차 힘들었다. 무거운 택배 상자를 뜯지도 않고 내내 현관에 세워뒀다가 어제 오후에야 뜯어서 조립했다. 조립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긴 원피스와 긴 외투는 맞은편 벽장에 걸고, 옷걸이가 부족해서 걸지 못한 옷은 아직 상자에 가득하다. 2020년 가을에 어느 학교 기숙사에 살면서 장만한 행거를 집에 두고 온 터라 다시 행거를 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기 와서 아주 좁은 벽장에 들고 온 짐을 다 넣는 게 더 불편하고 비효율적인 일인 것 같았다. 사진 찍느라고 블라인드를 올리고, 환기하고 사진 찍어놓고 점검해보니 어떻게 뭘 더 치우고 정리해야 할지 눈에 보인다. 사진이 객관적인 시선을 느끼게 해주는 거다. 내 눈으로 보는.. 2022. 3. 20.
블라인드 이 원룸에 있는 블라인드 두 개 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잠자는 곳에 암막 블라인드 하나를 사서 설치했다. 해가 떴는데 걷어 올리지 않고 그대로 뒀다. 노트북 어댑터가 꽂혀있는데 충전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노트북에 연결한 핀이 제대로 꽂혔는지 확인하지 않고 두 번이나 멀티탭에 꽂힌 콘센트만 만지작거렸다. 그래도 변화가 없으면 다른 것을 점검해야 하는데 그냥 내버려 뒀다. 어느 순간 노트북에 연결한 어댑터 핀이 제대로 꽂혀있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문득 생각났다. 내일을 알 수 없을 만큼 막막한 통증에 시달리며 말 한마디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그 시절에 거의 매일 만나던 의사 선생님께 "선생님, 제가 우울해서 더 아픈 걸까요? 아파서 더 우울한 걸까요?"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계속 가라앉는.. 2022. 3. 20.
올 것이 왔다. 지난 주말에 이틀 연거푸 친구 만나러 다니지 말고 하루는 나랑 놀자고 했더니 겨우 한 시간 거리에 살면서 몇 시간 내는 것을 싫다고 거절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엔 쇼핑 같이 가자고 꼬셔놨는데 딸이 어제 목 아파서 신속항원검사했더니 양성이란다. 보건소에 가서 PCR 검사받고 곧장 비어있는 집에 들어가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인터넷을 끊어놔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궁시렁거렸다. 아픈 게 뭘 하겠다고. 그나마 백신 3차까지 다 맞아서 목감기처럼 목만 칼칼하다고 목감기약 사서 집에 들어가서 먹을 것만 조달해주면 된다. 이마트 쓱배송으로 집에 이것저것 배달시키고, 배달앱 열어서 먹고 싶다는 밥도 배달시켜주니까 내가 굳이 따로 나설 일이 없다. 어쩐지 주말마다 너무 약속 많아서 만나는 사람도 많고 친구,.. 2022. 3. 17.
후유증 일요일 저녁에 체중계를 주문했는데 오늘 도착했다. 선거 끝나고 급 우울해져서 탄수화물을 더 많이 먹고 뱃살이 눈에 띄게 늘어서 체중계라도 밟아야겠다. 꿈이 아니다. 내가 피하고 싶은 일이 꿈이 아니어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모르는 척하려고 애쓰는데 그래도 좀 우울하다. 사전 투표한 날 병원에서 잰 체중보다 3kg이 늘었으니 이건 그 후유증인 거 맞다. 이렇게 급격하게 체중이 늘어난 경우는 드물다. 여행 다니고 꽃놀이나 다니면서 세월 가기를..... 어이없다. 어이없다. 어이없다. 시간을 되돌리면 다시 이 지점으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을까?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역인가. * 하염없이 택배 상자를 뜯는다. 택배 스티커 뜯고, 포장 테이프 뜯고, 하나씩 접어서 밖에 내놓을 준비 하는데 한참 공을 들.. 2022. 3. 15.
3월 15일 딸에게 애원하지 않아도 얼굴 한 번 볼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해 보니 딱 한 가지 거절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우리 아웃렛에 옷 사러 가자~" 바로 좋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하여 주말에 딸이랑 소풍 대신 쇼핑하러 가기로 했다. 이제 20대인 딸과 가는 소풍은 쇼핑인 거다. 아침에 기계로 뽑아온 커피를 여기서 마셨더니 햇빛도 좋고 봄이 느껴졌다. 날아가고 싶다. 어디로든...... 말할 수 없어도...... 아주 막연한 그리움이 실낱 같은 그리움이 아른아른 이런 감정도 집착이겠지. 이수현이 부르는 노래는 다 좋아~~ 2022. 3. 15.
옛날 사진 보다가..... 블로그에서 진주 수목원에 봄가을에 소풍 다닐 때 사진 보다가 새삼스러운 옛날 사진 몇 장을 딸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어쩐지 새삼스럽고 어떻게 저렇게 자랐나 싶은 마음에 살짝 감정이 뭉클해졌다. 뭐지? 이번 주말에 같이 놀자고, 집에 좀 오라고 했는데 친구들과 논다고 바빠서 못 와서 미안해서 그런가? 무려 12년 전이다. 나 정말 이렇게 나이 먹다가 또 12년 지나면 무려 **살이야. 그땐 이맘때 찍은 사진 보면서 이런 이야기 할까..... 마음이 허하다. 딸 데리고 참 열심히 놀았네. 딸은 성년이 지나고 나는 늙어가는 세월이 이렇게 무심하게 흘렀네. 나 더 늙기 전에 나 좀 데려가 주라. 내 남자 친구 어딨어??? 2022. 3. 13.
비 와서 좋다. 산불 나서 걱정됐는데...... 오늘은 비를 핑계로 김치전이 먹고 싶었다. 익은 김치는 있는데 밀가루, 부침가루 그런 종류가 전혀 없다. 부침가루만 한 봉지 있었어도...... 거기다 오징어도 한 마리 슥슥 잘라 넣고 부치면 얼마나 맛있을까? 뭔가 기름에 부쳐 먹고 싶은데 가루는 핫케이크 가루뿐이다. 블루베리 말린 거 듬뿍 넣고 핫케이크라도 부쳐 먹어야겠다. 달걀을 하나 깨고 우유를 꺼내 보니 냉장고 온도에 문제가 있는지 발효되고 있다. 달걀 깬 것에 우유를 조금 부은 게 화근이다. 아까운 달걀 하나를 버리고 새 달걀을 깬 뒤에 냉장고에 있던 떠먹는 요구르트를 부어서 반죽했다. 약간 새콤한 맛도 날 것이고, 단맛도 날 것이니 블루베리는 그냥 넣으면 되겠다. 마침 쉰 김치도 있으니 냉장고에 조금씩 .. 2022. 3. 13.
3월 12일 오랜만에 집에 다녀왔다. 이사하면서 대충 널브러진 짐을 그대로 두고 왔다. 이번에도 청소기만 대충 밀어놓고 너무 늦기 전에 돌아와야 해서 서둘러왔다. 얼마 전에 택배가 와있었던 것인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문 앞에서 택배 상자는 얌전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팟빵으로 구독하는 '월말 김어준' 뭔가 신청하라고 해서 신청했던 것이 택배로 와있다. 그간 월말 김어준에서 나온 방송 대본 분량 엄청난 것을 엮어서 보내줬다. 작년에 심심할 때마다 참 재밌게 들었던 '월말 김어준'. * 아주 가끔 와인 한 병을 사서 조금씩 마시는 때가 있는데 와인 잔이 없으니 어쩐지 이상했다. 거실 탁자 아래에 종이 상자 안에서 잔 한 개만 꺼내고 가만히 뒀던 와인잔 상자에서 새 와인잔 두 개를 꺼내서 캐리어에 담았다. 쓰지.. 2022. 3. 12.
이런 게..... 현실이구나..... 왜 눈물이 나지? 왜 이렇게 속상하지? 얼마나 달라질지 알 수 없지만, 걱정이 앞선다. 도둑 피하려다가 강도 만난 꼴 당해 보면 알겠지. 알기나 할까? 아침 일찍 연락하는 일 없는 딸이 아침에 결과 보고 놀라서 보낸 카톡 나는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 해서 멍하고 우울했던 아침. 2022. 3. 10.
여전히 세상은 뜨겁고 불타는 곳이다. 결국, 나는 이렇게는 행복할 수 없다. 세상이 누군가의 말도 안 되는 화풀이로 불타고, 누군가의 말과 행동으로 고통받고 죽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마냥 행복할 수는 없다. 다 보듬을 수 없어도 조금 진정할 수 있게, 그런 일이 조금 덜 생기게 생각을 움직이고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일. 내게 남은 숙제다. 나 혼자 지옥에서 벗어났다고 이곳이 피안이라고 웃을 수 없는 존재다. 진심으로 설득하는 일 아주 사소하더라도 아주 미미하더라도 그 순간에 힘 쏟아서 해 보는 거다. 2022. 3. 6.
3월 6일 새로 주문해서 설치한 암막 블라인드를 내려놓고 종일 어두운 방과 끈 떨어져서 애매하게 블라인드가 움직이지 않는 작은 거실을 오가며 빈둥거렸다. 제대로 돌보지도 않으면서 폐허가 된 집에서 구출해 온 테이블 야자와 칼란코에 화분을 나란히 베란다에 내놓고 둘이 알아서 살겠거니 내버려 뒀다. 물 주면서 파인 부분에 채워줄 흙 한 봉지를 샀는데 그걸 언제 하려는지 그냥 내버려 뒀다. 아침에 눈 뜨니 갑자기 기침이 좀 나길래 계속 밤잠을 설치고 새벽에 깨서 잠을 푹 못 잔 것이 문제인가 싶어서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잠은 역시 달다. 출근해야 하는 날에는 꿈꿀 수 없으니 일요일이라는 것을 즐기는 방법 중에 가장 달달한 것이 아침잠을 더 자는 거다. 원룸이 좁아서 따뜻하기는 한데 공기 질이 좋지 않은지 환기해도 평소.. 2022. 3. 6.
비위도 좋으셔~ 아무리 외롭고 심심해도 마음에 안 드는 남자와 차 한 잔 마시는 것조차 하기 싫던데, 정치인들은 비위도 참 좋아. 찍으면 손가락 자르고 싶을 거라던 이를 위해 물러나 주고 손도 들어주다니 대단해! 비위 짱~ 좋아. 나도 좀 배우고 싶네. 외로워 죽겠는데 아무래도 안 하던 짓은 정말 못하겠거든. 별로 마음에 들지도 않는 늙수그레한 영감 같이 느껴지는 남자와 만나느니 평생 이렇게 살고 말지. 돈 많으면 뭐하니? 그게 내 돈도 아니고, 돈 보고 자기를 만나라는 것 밖에 더 되냐고? 너나 많이 그러세요 외로워 죽겠다는 소리나 할 정도면 살만하네. 한심한데 외롭다고..... 2022.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