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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이 좋다. 어제 이후로 감정에 치이고 들뜨던 대부분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었다. 호르몬의 역습, 그때에 이르기 전 며칠 동안이 항상 고비다. 이번엔 너무 주기가 빨라져서 변화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시간을 며칠 보냈다. 엄청난 호르몬이 또 나를 그렇게 무참하게 흔든 거다. 대적할 수 없다면 그때는 감정이 고조되어야 할 수 있는 뭔가를 하도록 생각을 바꿔서 적응하면 좋은데 매번 증상이 같은 것은 아니다. 이번엔 정말 큰일 낼뻔했다. 오늘은 오후에 천 한 장을 얻어서 오른쪽 아래 모퉁이에 꽃을 그렸다. 몇 송이 그리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 아직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지난번에 고무신에 꽃을 그리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배워서 그려야 하는데 그럴 상황은 안 되고, 그래도 잠시 .. 2020. 10. 7.
10월 6일 산청 산책길 아무나 살짝 미는 시늉만 해도 걸려 넘어질 것 같은 가을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이 길 끝닿은 곳까지 걸어도 아무도 만날 수 없는 길 아무리 아름다운 곳에 가도 혼자 무얼 해도 자꾸만 쓸쓸해진다. 강 따라 걷다가 마을길로 접어들었다. 토란대가 눈에 띄었다. 토란 넣고 들깻가루 넣고 끓여준 토란국이 생각난다. 하숙집 할머니께서 끓여주셔서 처음 맛본 음식인데 토란을 보면 그 음식과 하숙집 할머니까지 함께 그리워진다. 이곳에서 말끔하게 마련된 공중화장실을 발견했다. 앞으로 이 방면으로 더러 걸으러 올 수 있겠다. 한 시간 이상 밖에서 걸으면 내게 꽤 큰 문제가 화장실 쓸 수 있는 곳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내리 저수지. 이곳엔 밤에 환하게 불을 밝혀줘서 해 진 뒤에도 가끔 바람 쐬러 올 수 있겠다. 산.. 2020. 10. 6.
오늘의 비타민 점심 먹고 급식소에서 나오면서 하늘을 보니 구름 한 점 없다.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사진 한 장 찍으려는데 1학년 학생들이 체육관에서 나와서는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한다. 블록타임제 수업으로 두 시간 연강으로 짜인 수업이 이어질 때 흩어진 시선을 모으기 위해 가끔 전자칠판에 블로그를 띄워 여행 사진을 보여준다. 사기성 농후한 사진 앱의 실체를 경험하게 해 준다며 내 사진 변형한 것도 같이 보고 웃기도 하고...... 이 사진은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사진 찍고 4층에 와서 나중에 찍어서 그 사이 구름이 산 위로 흩어지듯 자리했다. "선생님을 트와이스로 착각하게 만드는 그 앱으로 사진 찍어요~!" 블로그에 올리라는 말까지 먼저 한다. 그리곤 너도 나도 곁으로 모여들어서 기분 좋게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마스크는 .. 2020. 10. 6.
10월 5일 산청 산책길 며칠 통영에 가있는 동안 그리웠던 풍경 학교 후문 쪽에 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어디로 이어진 길인지 몰라서 그동안 큰길로만 다녔다. 약용 식물을 대단위로 심어놓은 모양이다. 이런 한적함을 즐길 수 있는 곳도 흔하지 않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한껏 즐기고 싶다. 80년대 느낌이 물씬 나는 오래된 양옥집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 낯선 동네를 돌아 어디론가 걷다 보니 언젠가 큰 나무가 많아서 인상적이었던 빨간 벽돌 건물이 줄지어 선 곳으로 이어진다. 군청이다. 군청 뒤로 강변 데크 길이 있다. 스러져가는 저 빛은 소멸 직전의 아쉬움이 남길 후회를 줄이라고 말하는 듯, 먼저 나왔다 떠난 이의 아쉬움은 저런 빛일까 싶다. 바람따라 흩어진 구름이 그림이 된다. 매일 달라지는 하늘.. 2020. 10. 5.
10월 4일 연휴 마지막 날 딸이 싫어하는 냉동식품이나 인스턴트 없는 식단으로 밥상 차리기. 오후에 각자 생활터로 돌아가야 하기에 냉장고에 남은 재료 털어서 밥해 먹기. 며칠 쉬면서 매일 뭔가 먹고 설거지를 했어도 설거짓거리는 계속 쌓이고, 가져갈 가방을 꾸려놓지 않아서 늦잠을 자기엔 불편해진 일요일 오전. 더덕 좀 씻으랬더니 딸은 계속 늦잠을 자고, 늦게 깨서는 밀린 과제를 하느라 허겁지겁 뭔가를 정리하고 프린트한다. 생 더덕은 흙은 털어내어 씻은 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10초 정도 슬쩍 굴렸다가 꺼내어 찬물에 헹군 뒤에 까면 껍질이 잘 까진다. 참기름에 재웠다가 살짝 구워주고, 곁들일 양파와 팽이버섯도 함께 살짝 불김을 쬐어준다. 고추장, 고춧가루, 참기름, 진간장, 마늘 다진 것, 파 다진 것, 올리.. 2020. 10. 5.
10월 3일 마리나 리조트 뒤로 난 산책길 가로등은 전부 뽑아내고 새로 가로등이 설 자리에 전선을 뽑아놓는 작업을 해놨다. 저녁에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그 산책길까지 가면 이어폰을 빼고 바닷가에서 들리는 악기 소리를 들었는데 어제는 어둠 속에서 조금씩 들리는 잔잔한 파도소리만 들으며 걸었다. 익숙한 길이어도 구름에 달까지 가려서 꽤 음산한 느낌이 들었다. 관광객이 주로 빌려타는 전동 킥보드에 달린 빛이 정면으로 비춰서 상당히 공격적이다. 킥보드에 등을 그따위로 단 업주를 고발해야 할 정도로 심각해서 산책길에 마음이 가라앉아야 하는데 화부터 났다. 그 빛의 강도가 운전 중에 건너편 도로에서 상향등 켜고 들어오는 차의 불빛보다 더 강하게 느껴져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순간 실명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2020. 10. 4.
연휴가 처음으로 짧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5일간의 연휴가 짧다고 딸이 툴툴거렸다. 늘 집에서 함께 생활할 때 닷새를 보내는 것과 오가는 생활을 하며 닷새를 함께 지내는 것은 다른 모양이다. 해마다 8월 말부터 추석까지 새우 철이라 매주 새우를 많이 사 먹었는데 올해는 한꺼번에 몰아서 새우를 실컷 먹었다. 해마다 추석에 어디든 나서지 않고 조용히 지냈기에 밖에 나가지 못하는 것이 새삼스럽지 않다. 필요이상의 뭔가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있어도 일부러 무심할 필요는 없는데 나는 다소 냉정하고 무심하게 산다. 굳이 인사하지 않아도 될, 챙기지 않아도 잘 살 누군가를 찾아서 챙기지는 않는다. 잊지 않고 내 딸의 허한 부분을 따뜻한 말과 관심으로 챙겨주시는 이재운 선생님께 늘 감사한데 어떤 인사를 드려야 마땅할지 모르겠다. 명절마다 나물밥을 한.. 2020. 10. 4.
새우, 새우, 새우 딸이 좋아하는 새우를 종류대로 사서 찌고, 굽고, 볶고, 끓여서 어제오늘 이틀 동안 어찌나 먹었는지 잠들면 갑각류로 변할까 봐 무섭다. 너무 매울까봐 불고추를 몇 개 안 넣었는데 다음엔 조금 더 넣어도 될 것 같다. 내일은 새우전, 감자전, 김치전, 호박전 2020. 10. 1.
추석에 문어 덮밥 어제저녁에 동네 마트에 갔더니 추석 당일 휴점이어서 해물 가격이 저렴했다. 삶은 문어 한 마리 9,900원에 사고, 생새우는 한 팩에 12,000원 하던 것을 두 팩에 7,900원에 샀다. 마늘 사러 마트 갔다가 뜻밖에 횡재를 했다. 오늘 우리의 소박한 만찬은 우선 문어로 시작했다. 문어 저민 것과 채소를 넣고 간장 베이스로 담백하게 볶은 것을 곁들인 밥. 삶은 문어에 참기름과 소금 넣고 고소하고 담백하게 무친 것 딸이 유일하게 먹고 싶다는 애호박전 어제는 모시송편 쪄서 먹고, 오늘은 우리가 먹고 싶은 것만 간단하게 해서 아점으로 먹었다. 생새우 두 팩을 소금구이로 먹을 것인지, 문어 새우 라면에 새우 해물된장까지 끓일 것인지 냉장고에 남은 재료가 있으니 또 뭔가 해서 먹어야 한다. 신선도 떨어지기 전에.. 2020. 10. 1.
연휴 첫날 화요일, 통영으로 돌아와서 집으로 바로 가기 섭섭해서 터미널 근처에 있는 큰 마트에 들렀다. 간식거리를 찾다가 마트 베이커리 앞에 있던 옛날 과자 세트를 집어왔다. 농협 마트에서 사 먹던 그 옛날 과자 맛이 아니다. 랍스터 맛이 난다는 손질한 붉은 새우 23마리짜리 한 팩을 샀다. 아침에 그걸 다 먹지는 못 할 것 같아서 우선 열 마리만 쪘다. 예상대로 딸은 다섯 마리 먹고 손 놓고 갈릭새우를 들먹인다. 버터와 마늘이 들어간 하와이 새우 트럭에서 먹은 그 갈릭 새우를 해 달라는 거다. 냉장고를 뒤져보니 마늘 사 놓은 것이 상했다. 일요일에 싸다가 옆구리 터진 김밥, 김밥 꽁다리 남은 것 등 김밥 한 접시 남겨둔 것을 달걀 풀어서 구웠더니 맛있게 잘 먹는다. 마늘 사다가 버터 넣은 갈릭 새우를 할까, 감바.. 2020. 10. 1.
9월 30일 피곤해서 밖에 나가기 싫다는 딸이 집에서 잃어버린 시계를 결국 찾지 못해서 새 시계를 사러 오랜만에 함께 시내에 나갔다. 버스 내릴 때 승강장에 애매하게 발 딛다 걸려서 딸이 넘어져서 살짝 무릎이 까졌다. 초등학생 이후에 처음 넘어졌다며 오랜만에 넘어졌다고 아픈 무릎에 밴드를 붙이며 자기가 넘어져서 어린이가 된 기분이라며 웃는다. 마음에 드는 시계를 생각보다 싸게 잘 사서 기분 좋게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나오기 귀찮다더니 자기 시계 산다고 냉큼 따라 나와서 기분 좋으니 걷기엔 먼 거리라고 생각하던 딸이 집까지 걸어가겠단다. 해저터널 근처까지 걸어왔을 때 딸이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며 빨리 가자고 재촉한다. 배 고파서 그런 줄 알고 일찍 저녁을 먹기로 했다. 어릴 때 태어나서 24살에 이사하기 전.. 2020. 10. 1.
걷기 좋은 날, 퇴근하고 강 따라 걷기 오늘은 퇴근시간 맞춰서 무조건 나가서 걷기로 했다. 간밤에 잠을 잘 못 자서 눈이 잘 떠지지 않는다. 그래도 햇빛이 남아있을 때 내리교 건너 걸어보지 않은 강변 길 따라 걷고 싶어서 종종걸음을 친다. 다리 건너 강변 따라 걷기 시작하면서 방생한 물고기처럼 길 따라 더 신나게 걸음이 흘러간다. 너무 신나서 길에서 폴짝폴짝 뜀박질도 한다. 아무도 없으니까~~~~ 물이 맑아서 다리 동동 걷고 들어가보고 싶다. 강가에 있던 지리산 둘레길 방문자용 간이 화장실은 엉망으로 뚫려있고 돌아가야 할 시간을 계산해서 40분 정도 걷고 돌아섰다. 강가에 줄지어 선 펜션과 그 옆에 있는 카페는 거의 휴업 상태 밤 산책길에 가끔 보러오는 복실이가 기운도 없고 시무룩하다. 사람이면 왜 그러냐고 묻고 말이라도 걸어주고 싶다. 요즘.. 2020. 9. 28.
꽃 고무신 만들기 처음 뭔가 해보는 즐거움. 그림은 내 멋대로 그려서 웃기지만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막간을 이용해서 오늘 검정 고무신에 꽃 그려넣고 꽃 고무신을 만들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어설픈 솜씨로 구절초 비슷한 거 그리고 대충 채워서 완성. 바니쉬 칠해서 말리면 된다. 검정 고무신 신고 어디 가지...... 딸이 수술복 같다고 흉보던 블라우스를 입고 출근했다. 어제 새벽까지 같은 층 휴게실에서 밀린 온라인 과제 하는 학생들 떠드는 소리가 새벽 2시 넘어까지 들렸고, 집에 있다 돌아온 첫날은 늘 그렇지만 어제는 더더욱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 기숙사 부 사감 선생님이 민화 그리기반 방과후 수업도 하시는데 마침 우리 시간과 맞아서 고무신에 그림 그리기를 함께 했다. 어제 새벽에 있었던 일에 대.. 2020. 9. 28.
김밥 먹고 싶어서.... 9월 27일 혼자 집에서 보내는 주말, 뭔가 먹긴 해야겠는데 장을 봐둔 게 없다. 금요일 밤늦게 갑자기 김밥 먹고 싶어서 몇 가지 재료를 이마트 쓱배송으로 주문했다. 푸른 채소를 하나도 사지 않아서 김밥이 허전할 것 같다. 일단, 주방이 없는 곳에서 달걀 하나 제대로 얻어먹지 못한 설움을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달걀을 왕창 깨서 두툼한 달걀말이부터 했다. 시금치나 오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살짝 데쳐서 간장, 설탕, 맛술 넣고 고기맛 나게 볶은 유부와 매콤한 고추 어묵 이 김은 김밥김 중에 맛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다음엔 다른 김밥용 김을 사야겠다. 혼자 두 줄 먹고, 일요일 진주 가는 길에 들러서 딸내미 두 줄 주고, 냉장고에 좀 남겨두고, 두 줄은 어제 저녁 기숙사에서 맛있게 먹었.. 2020. 9. 28.
............. 그리워도 그리워해서는 안 되는 사람도 있다. 시간이 지나도 눈물 나고, 담담해지지 않는 이는 항상 가슴 속 어딘가에 남아있고, 어떤 이는 이제 그립지 않게 되었다. 그립다는 것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흔적이 남아있기에 그립기도 한 것일 텐데 추억이라 할만한 것이 너무 적어서 오래 기억하고 싶어도 세월 따라 기억조차 희미해진다. 잊을 수 없지만 잊어야 하고, 떠올리면 괴로움이 줄줄이 이어지는 존재에 대한 그리움은 그대로 잠금장치도 없이 방 하나 만들어 깊숙이 넣어두었다. 어린 시절부터 길게 이어진 기억을 강제 감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억 속에 있는 존재도 아닌데 문득문득 떠오르는 사람도 있다. 무심코 4층까지 하루에 몇 번씩 계단을 오르내리며 마스크 속에서 간신히 내뱉고 들이마시는 숨결에만 집중하고 걷다.. 2020. 9. 25.
9월 23일 기숙사 휴게실에 느려터진 컴퓨터 말고 인터넷 연결된 컴퓨터 사용 가능한 공간을 알게 되었다. 이 정도 속도면 사용할만하다. 다만 학생들 틈에서 PC방에 앉아서 컴퓨터 쓰는 것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게 신경 쓰일 따름이다. 앞으론 옆 건물 4층 사무실까지 올라가지 않고 가끔 여기서 온라인 클래스 관리도 하고, 연수도 들어야겠다. 이번 주말 지나고 화요일에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딸도 이번 주엔 집에 가지 않는다고 하고, 나도 일요일에 이곳으로 왔다가 다시 화요일에 가야 하니 번거롭다. 이번 주엔 집으로 가지 말고 어디든 다녀와야겠다. 2박 2일짜리 일정으로 갈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다. 혼자면 더더욱..... 글 쓰다가 내가 혼잣말한다는 사실을 방금 알게 됐다. 어제는 아무도 아는 사람 .. 2020. 9. 23.
잠시 가을바람 쐬러..... 오늘은 오전 수업뿐인 날, 조퇴하고 같은 연구실 쓰는 선생님의 배려로 조금 떨어진 동네 구경을 나섰다. 칸막이에 둘러싸여 매일 먹는 단체 급식과 다른 음식을 좀 먹어야겠다. 점심 안 먹고 나와서 밖에서 같이 밥 한 끼 먹으니 어쩐지 살 것 같다. 1인 8,000원 코다리구이 식당은 산청에서 40분 달려서 간 거창 마리면 유원지 근처 서현 다례원 다례원 주인이 일본차를 배우기도 해서 일본식 차방도 있다. 날씨가 좋았으면 산청 덕산서원 근처에 있는 앞자리 선생님네 민박집 근처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 계획이었다. 오늘 날씨가 흐려서 덕산은 맑은 날이 더 좋을 것 같다며 장소를 바꿔서 내내 실내에만 있었다. 손님이 우리뿐이어서 말차를 주문해서 마신 다음에 내주신 발효차를 계속 마셨다. 속이 따뜻해지고 편안한 게 .. 2020. 9. 23.
경호강 해넘이 9월 22일 산책길 풍경 산청군 산청읍 경호강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 즈음에도 저렇게 마지막 빛을 내뿜으며 찬란하게 반짝일까. 강물 위에서 반짝이는 것을 보다가 갑자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모든 것이 희미해지고 흐릿해져서 겨우 운신하다 눈을 감게 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마무리는 간결하면서도 눈부신 저 빛처럼 집약적이고 완결된 지혜로 충만하기를 바란다. 인생의 후반전은 무엇이 펼쳐질까 두려움에 움츠린 자세가 아니라 무엇이든 받아내고 건너가겠다는 뻔뻔함이 있어서 편안하다. 순간이 교차하며 탄생과 성장과 쇠락이 공존하고, 과거도 미래도 없는 현재가 모든 것을 품고 있다. 돌아보지 않아도 고개 내밀고 보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나를 깨어있게 하는 것에 집중하면 된다. 2020.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