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300 더는 못 참겠어 일요일 기숙사 입소가 10호 태풍 하이선의 북상으로 월요일로 미뤄졌다. 월요일은 전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지만 월요일에 정상 출근해야 하니 일요일에 나 혼자 기숙사에 들어가서 태풍 전야를 보내게 됐다. 다 좋은데 인터넷 안 되는 숙소에 혼자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어쩐지 공포 영화라도 한 편 찍게 되지 않을지 걱정 반 설렘 반, 흥미진진한 일요일 밤이 기대된다. (이 글 쓰고 나서 한 시간 가량 지난 뒤에 일요일에 기숙사에 들어오지 말라고 연락왔다. 다행이다......) 이불 빨래는 차례로 다 했고, 오늘 마지막 빨래는 홈 드라이 세제로 세탁할 까다로운 옷만 남았다. 딸이 돌아와서 같이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부족함이 없는 것 같은 기분에 금세 흐물흐물해진다. 딸도 고작 다섯 달 정도 다음 학기에 기.. 2020. 9. 4. 9월 4일 지난 토요일 집에 돌아온 이후 문밖에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집안에서만 지냈다. 아예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더니 바깥이 궁금하지도 않고 구태여 나가고 싶지도 않다. 며칠째 꼼짝도 하기 싫었던 몸이 오늘 오후에 딸이 집에 돌아온 뒤로 자동반응하듯 움직여진다. 일요일에 둘 다 각자 생활할 곳으로 떠나야 하니 냉장고에 식자재 중에 변할 것은 다 처리해야 한다. 남은 달걀 중 몇 개는 풀어서 달걀찜 만들고, 구워주려고 샀다가 포장도 뜯지 못한 고기는 멸치 육수 만들어서 김치찜에 넣기로 했다. 늦은 점심을 함께 먹고 딸이 또 능글맞게 웃으며 똥 이야기를 한다. 집에 돌아와서 편안하다는 표현이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시작된 똥 타령은 아주 가지각색이다. 들은 것을 적어놨더라면 독특한 코믹 시리즈가 될 수도 있.. 2020. 9. 4. 우렁각시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고 오전에도 바람이 꽤 불었다. 어제 해 놓은 이불 빨래가 다 말라서 오늘도 얇은 이불과 깔개를 세탁기에 넣었다. 둘이 하나씩 퀸사이즈 이불을 덮고 지내다가 딸이 하나 가져가고 집에 하나 남기려니 내가 가져갈 이불이 없었다. 매장에 가서 만져보고 사고 싶었지만, 인터넷으로 산 이불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해서 거실 의자에 던져뒀다가 어제야 빨았다. 찾아서 하려면 끝도 없을 집안일을 최대한 적게 하려고 못 본 척하던 것을 결국 한 가지씩 하고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머릿속이 멍해지면 나가서 움직이고, 좀 귀찮아지면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또 멍하니 앞에 한 일이 잊히면 움직이기를 반복한다. 뭔가 많이 한 것 같지 않은데 한 가지씩 일거리가 사라지는 것을 보니 가끔 집안일 하기 귀찮아서.. 2020. 9. 3. 태풍 마이삭이 지나가는 시간에 바람 소리가 심상치 않다. 집중할 것이 필요해서 지난 사진 중에 음식 만들어 먹은 것 골라서 포스팅하다가 냉장고에 든 생새우 생각이 났다. 딸내미가 좋아하는 해물 된장 끓여주려고 샀는데 어제 아침 일찍 가버려서 만들어 먹일 시간이 없었다. 그냥 두면 신선도가 떨어질 것 같으니 오늘 밤에 꼭 먹어야겠다. 새우를 까다 보니 알이 굵고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새우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딸내미에게 만들어주지 못한 게 미안할 정도로 굵고 크다. 새우 손질한 것에 대파, 양파, 당근, 감자 있는 대로 냉장고에서 나오는 채소는 빠짐없이 넣고 새우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매운 고추를 듬뿍 갈아 넣었다. 청양고추씨는 좀 빼고 갈아야 할 것 같아서 손질하다가 손에 매운 것이 묻어서 따끔거리는데 아무 생각 없이 콧방울을 만졌.. 2020. 9. 3. 유부김밥 시금치 무친 김에 유부 달달 볶아서 김밥 싸기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물기 꼭 짜고, 간장, 설탕, 맛술 넣어서 고슬고슬하게 수분 마를 때까지 바짝 볶은 유부 밥은 최대한 얇게 깔고 달걀은 말이로 만들어서 두툼하게! 혼자 몇 줄을 먹었는지 모를 만큼 맛있어서 자주 만들면 곤란함.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맛있게 만들어서 살찐다고 딸이 화를 냈다. 그리고 맛있으면 꼭 하는 한마디 "장사 해도 되겠다~~" 2020. 9. 2. 감자전과 새우전 감자 갈변 방지용으로 양파 반 개 갈고, 감자 껍질 벗긴 뒤 갈아서 고운 체에 걸러서 건더기만 준비, 체에 받친 물도 가만히 뒀다가 감자 앙금이 가라앉으면 윗부분 물만 얌전하게 따라버리고 앙금도 섞어준다. 전분 서너 숟가락 넣고 소금 두 꼬집 굽기 무섭게 딸이 하나씩 먹어 치워서 사진 찍을 것도 없다. 딸이 가장 좋아하는 부침개는 이렇게 감자 갈아서 부친 감자전 감자는 채칼에 밀어서 준비하고 손질한 새우와 청양고추 간 것을 함께 섞는다. 부침가루 넣고 소금 간 약간. 청양고추 간 것을 넣어서 푸르스름하고, 느끼한 맛을 완전히 잡아줘서 깔끔하다. 좀 바삭한 맛을 낼 때는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반 정도 섞기 2020. 9. 2. 키토 김밥 밥 없이 달걀만 잔뜩 넣은 김밥을 싸놓고 키토 김밥이란다. 3월에 심심할 때 따라해봤다. (3월 12일) 한 줄 만드는데 달걀 5개 분량이상의 지단이 들어간다. 은근히 맛있다. 입안에서 달걀 냄새가 엄청 나는 것이 흠이다. 칼로리를 줄인 김밥을 키토 김밥이라 한다는데 채소만 잔뜩 넣은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만들면 이름이 추구하는 목적과는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낼 것 같다. 심심한데 또 내일 해 먹을까? 혼자 먹으려고 김밥 재료를 사려니 아깝고 있는 것만 가지고 저거라도...... 2020. 9. 2. 딸이 독립한 첫날 화가 나거나 우울하면 음식을 먹지 않는 성격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완전히 달라져서 그런 상황이 되면 과하게 음식을 먹는다. 오늘은 어쩐지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이렇게 과식하고 속이 불편해지도록 먹고도 가짜 허기에 시달리게 될 줄은 몰랐다. 며칠만 혼자 지내면 어차피 나도 움직이게 될 것인데..... 딸이 없으면 온전히 혼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싫은 거다. 자기만의 일상을 살게 된 딸과 분리된 생활이 시작되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이렇게 지내다가 다시 이곳에서 함께 살 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딘가에서 각자의 삶을 살 게 되겠지. 함께 살던 때나 가족이었다. 부모형제도 모두 함께 사는 시기가 지난 뒤에 각자의 삶으로 좌표를 찾아갔고, 나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 1학기 시작하기 .. 2020. 9. 1. 나의 식탐에 대해 지금처럼 식탐 많은 내가 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토록 본능에 충실한 내가 된 이유를 한 가지씩 생각해 본다. 모유를 먹어야 할 시기에 두 살 터울인 오빠가 있었다. 걸핏하면 젖먹이인 나를 밀치고 오빠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모유를 먹고 있었다고 한다. 나는 얼마 먹지도 못하고 칭얼거리고 울었고, 설탕 잔뜩 든 분유까지 먹였다고 들었다. 성장기에 4남매가 먹을 것으로 서로 경쟁하듯 살 때, 나는 해마다 영양실조 판정을 받았다. 얼굴이 노랗게 질린 말라깽이여서 신체 등급은 정상보다 하위의 등급을 받았다. 키보다 항상 체중 미달이었다. 그때는 상황에 맞춰 대충 먹고 배를 채우는 것 이상의 식탐은 없었거나, 동생 둘과 먹거리를 놓고 경쟁하기엔 마음이 약했던 모양이다. 딸을 임신했을 때 쌀이 떨어지기 일쑤.. 2020. 9. 1. 자가격리 후유증 자가격리 후 지금 모습에 격하게 공감한다. ㅋㅋㅋ 허리 부분이 잠가지는 바지가 하나도 없다. ㅠ.ㅠ 옛날 이야기처럼 말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하도 살이 많이 쪄서 입고 나갈 수 있는 만만한 옷이 한두 가지뿐이어서 계속 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 매주 그럴 수가 없어서 입을만한 옷을 고르느라 쇼핑 창을 열어놓고 있으니 딸이 한 마디 한다. "살 빼기 전에 싸다고 산 아줌마 같은 옷은 입지도 않으면서 왜 사는 거야? 그런 건 사지도 말고 입지도 마!" "아줌마가 아줌마 옷 입는 게 어때서?" "난, 엄마가 아줌마 같아 보이는 거 싫어~~~" 그럼 아직 제 눈에 내가 아줌마 같아보이지 않는다는 말인가? 남이 나를 그렇게 보는 게 싫다는 말인가? 내가 늙는 게 싫다는 말이겠지... 2020. 8. 31. 8월 31일 닭 한 마리 삶아서 다리 하나씩 먹고 닭가슴살은 먹기 좋게 찢어서 닭 육수 넣고 닭개장 끓인 것. 전복과 황기, 대파, 양파, 마늘을 듬뿍 넣고 닭과 함께 삶아낸 국물을 반은 닭개장, 반은 전복죽으로 만든다. 딸이 이렇게 끓여낸 닭개장을 좋아해서 내일이나 모레쯤 끓일까 했는데 어제까지 아무 말 없더니 오늘 갑자기 내일부터 학교 가서 지낸다 한다. 학교에 스마트 근로 신청한 것이 소득분위와 성적순으로 뽑아서 떨어진 것 같더니 누군가 한 명 빠져서 자기 차례가 돌아왔다는 거다. 구워주려고 사놓은 고기와 해물에 순두부 넣고 끓인 탕을 좋아해서 준비한 재료는 아직 냉장고에 있는데...... 난감하다. 오늘 저녁에 가려는 걸 붙들어둬서 내일 아침에 서둘러 나가려면 같이 밥 먹기도 어렵겠다. 대면 강의를 하지 않아.. 2020. 8. 31. 지코바 양념치킨 따라잡기 2020년 5월 14일 다양한 치킨 브랜드 중에 딸이 단연코 좋아하는 숯불구이 치킨 지코바 양은 적은 것이 비싸도 너무 비싸~ 그래서 닭봉 사다가 만들었다. 양념장 - 간장, 고춧가루, 케첩, 굴소스, 맛술, 후추, 마늘 간 것, 청양고추, 물엿 닭봉은 우유에 담가서 냄새를 뺀 뒤 살짝 데쳐서 구워줌. 오븐에 구우면 쉬운데 어제 뼈등심 구워먹고 오븐 청소를 안 해서 팬에 겉만 지져서 구워냄. 항상 떡사리 추가할 정도로 이 양념 묻은 떡을 좋아해서 떡은 많이~~ 떡이 살짝 말랑해지면 물 조금 넣고 양념장 넣고 살짝 섞어주면 끝~. 숯불향만 빼고는 거의 비슷한 맛! 사악한 가격에 양 적은 지코바 치킨이 먹고 싶을 땐 앞으론 이렇게 만들어 먹어야겠다. 2020. 8. 30. 전복죽과 전복 파스타 닭봉으로 지코바 양념치킨 만드려고 재료 사러 마트에 갔다가 전복 싱싱한 것 10 마리 만 원이어서 사온 것 계획없이 사 온 전복 깨끗이 씻고 손질해서 버터 넣고 마늘 썬 것이랑 같이 달달 볶아서 볶아서 갈아놓은 전복 내장도 섞어주고 생크림을 넣어야 하지만 대신 우유 넣고 끓여줌. 스파게티 9분 정도 삶아서 준비한 소스에 넣고 한 번 저어주면 끝. 입맛대로 파마산 치즈를 적당량 뿌려줌. 색깔은 슈렉같지만 맛은 비리지도 않고 고소해서 먹고나서 가끔 생각나는 은근히 고급진 맛 전복 10 마리 다 파스타에 넣기엔 양이 많아서 남은 밥 넣고 전복죽까지 끓여서 열심히 먹었더니 살이 안 찔 수 있나....... 2020. 8. 30. 코로나 확찐자가 되는 비법 2020년 5월 13일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 집안에만 있으면서 많이 먹는 게 비결! 딸이 새롭게 맛들인 이베리코 립핑거 부위를 꽤 여러 번 구워먹었다. 이제 돼지고기는 이것만 먹는다는 말까지 한다. 온라인몰에서 장을 보다보니 눈에 띄면 자꾸 사다 먹는다. 뼈등심을 처음 사봤다. 후추, 소금 뿌려서 오븐에 초벌구이 앞뒤로 잘 뒤집어서 구워주고 팬에 파기름 낸 다음, 구운 고기 올리고 양파와 파인애플 갈아서 만든 소스를 끼얹어서 졸인다. 2020. 8. 30. 숙소에서 본 풍경 혼자 체크인 해서 숙소는 아주 저렴하게 얻었고 전망도 좋았지만, 에어컨에 문제가 있어서 밤새 에어컨을 켜놔도 27도 정도 밖에 안 돼서 더워서 아침 일찍 깼다. 첫날 저녁에 바닷가에서 성게 미역국 한 그릇 먹은 것 외엔 편의점에서 2+1으로 산 컵면 하루에 한 개씩 먹고 식당에 한 번도 못 갔다. 혼자 와서 그냥 바람만 좀 쐬고 싶었다. 그날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전혀 비가 올 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일찍 깨서 어딘가 또 가고 싶은 곳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오전 비행기로 바꿨다. 숙소 앞 편의점에서 시원한 커피 한 잔 바다 보며 마시고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어릴 때 태어나서 살던 집에 저런 도로 하나 끼고 바로 앞에 바다가 있었다. 동네 아이들이 집 앞에 얕은 물에서 하나같이 헤엄치며 놀았.. 2020. 8. 30. 애월, 한담해변, 새별오름 2020. 8. 30. 오!설록 딸내미 어릴 때 함께 와서 녹차 아이스크림이나 사 먹고 사진 한 장 찍고 가버린 그곳과는 다른 곳인듯 느껴졌다. 넓은 녹차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달려보니 녹차 새잎 돋는 봄에 여길 다시 와야겠다. 집에 갇혀있다 나와서 끝없이 펼쳐진 푸른 녹차밭에서 하늘에 뜬 구름만 봐도 그저 좋았던 시간. 2020. 8. 30. 산청 카페 아모르 저녁에 산책길에 발견한 카페, 촌(?)에 이렇게 눈에 띄는 큰 카페가 있다니.......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니 옆에 근사한 기와집도 있다. 숙소에 인터넷이 안 돼서 와이파이 없이 휴대폰을 좀 썼더니 데이터 리필을 해도 며칠 사이 데이터를 다 쓰게 된다. 저녁에 혼자 있는 공간에서 인터넷이 안 된다는 건 정말 독방에 갇힌 기분이다. 강변 따라 걷다가 시원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조용히 앉아있다가 오니까 그것도 기분 전환이 된다. 가사 있는 노래가 아니라 클래식 피아노곡만 틀어줘서 마음에 든다. 평일 저녁에 손님이 거의 없으니 자주 가게 될 것 같다. 2020. 8. 30. 이전 1 ··· 68 69 70 71 72 73 74 ··· 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