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258

순간 그 순간 외엔 아무 의미 없다. 내 생각이 그걸 놓지 못했을 뿐. 생각 없이 아무 말이나 행동을 반복한다고 표현하지만, 그들은 얇은 생각, 들키지만 않으면 규칙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다. 상상만 해도 소화불량 10대는 무슨 짓을 해도 되는….. 그냥 지나가는 것조차 속이 부대낀다. 눈을 감아도 보이고, 귀를 닫아도 들리는 이 세계의 불협화음과 균열을 20대에도 느꼈다. 그것도 이 지역에서. 30년 전에도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체념하고 돌아섰던 그 자리에서 비슷한 통증을 경험한다. 해결하지 못할 일에 매달리지 않겠다. 이 일로 생긴 내 몸과 마음에 쌓인 독소나 빼내자. 잘하려고 애쓰지 말 것!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그들은 허상이다.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다. 유령처럼 이 시공간을 통.. 2023. 12. 12.
월요병 나는 아직 멀었다. 피곤하면 화를 다스리지 못한다. 피로감이 엄습할 땐 입 다물고 자야 해. 실망스럽다. 조금 나아졌는가 싶었는데, 어떤 조건에 노출되면 분노한다. 이사하고 나면 좀 나아질까...... 이곳에서 멀어지면 좀 나아질까...... 다른 환경에선 이렇게 실망스러운 나와 마주한 월요일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찾아봐야겠다. 조건과 상황의 조합이 반복되는 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원하는 만큼의 변화와 성장을 이루지 못한 까닭이겠지.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이 조급하고 좁은 생각의 틀을 깨야한다. 생각이 아니라, 감정이 오작동한 실패작.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할지 자고 나서 다시 생각하자. 힘들 땐 그냥 자야지. 2023-12-11 2023. 12. 11.
12.11 2023-12-11 월요일. 어제 김장했다고 김치를 가져가라던 친구집에 오늘 퇴근길에 들르기로 했었다. 그런데..... 오후에 생긴 머리 아픈 일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얼마 남지 않은 이 동네 일은 또 나를 끔찍한 월요일의 수렁으로 안내했다. 내일 여행을 떠나게 된 친구네 막내딸을 만나서 잘 다녀오라고 용돈이라도 주고 인사했어야 했는데...... 힘들어서 집으로 와서야 생각이 났다. 통화하고 해야 할 일은 했지만, 오랜만에 그 집 막내딸 얼굴을 보고 왔더라면..... 그 집 막내가 건네주는 김치를 받아왔더라면...... 오늘 내 삶이 다르게 마무리 됐을 텐데...... 지하로 꺼져들어가는 듯 눈앞이 흐려진 빗길에서 주저하다가 집 근처까지 와버렸다. 뒷좌석에 던져놓은 우산을 꺼내기도 싫고, 자리에서 일어나.. 2023. 12. 11.
안경 바꾸러 나갔다가..... 2023-12-10 일상을 기록하는 일은 이쯤에서 접어야겠다. 올해 남은 기간에 책임져야 할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이삿짐을 꾸리는 것까지 순조롭게 해내려면 자는 시간도 아껴야 할 지경이다. 며칠 쉬었다고 기분은 한결 나아졌다. 책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눈을 혹사하면서 눈 관리를 하지 않았더니 책 몇 장 읽지도 않고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아픈 일이 자주 생긴다. 최근에 이게 노안인가 싶은 경험을 하고 문서를 읽는 게 두려워졌다. 한동안 딸과 통화할 때마다 징징거렸다. 앞이 깜깜하다고..... 그 하소연 덕분에 오늘 딸을 만났다. 안경 벗으면 잘 안 보이니까 네가 와서 꼭 봐줘야 한다고 엉겨 붙었더니 딸이 오늘 시간 내서 와줬다. 안경원에 같이 가기 전에 맛있는 점심부터. 이 동네는 장어구이 기본.. 2023. 12. 10.
풀빵 커피 한 잔 마시고, 다음 주부터 집에서 지내게 될 딸의 끼니를 손쉽게 해결할 방법으로 아보카도 몇 개를 사러 먼 길을 떠날 참이었다. 이상하게 동네 마트에서 산 아보카도는 제대로 익기도 전에 썩거나 갈라 보면 이상한 게 많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물건을 넣는지 알 수 없지만, 아보카도 상태가 가장 좋았던 매장까지 다녀올 계획이었다. 생각은 할 수 있지. 커피 한 잔 사러 나왔다가 변수가 생겨서 동네 공원에서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다 보니 배가 살살 아프다. 직장에서 온풍기 바람과 먼지 섞인 공기 때문에 부어오르고 간지러운 피부 상태가 좋지 않아서 처방받은 약을 먹은 뒤에 속이 좀 쓰리더니 배가 아프다. 찍어 바르고 나왔는데 집에 그냥 들어가기 섭섭해서 시내로 방향을 돌렸다가 쑥 붕어빵 리어카 있는 곳으로.. 2023. 12. 9.
오늘 최고 기온 18도 12월인데 이래도 되나? 어제도 봄날 같았고, 엊그제도 봄날 같았고 오늘도 봄날 같다. 날씨가 너무 이상해. 따뜻한 방에서 밀린 일이나 할까 했더니만, 봄바람 부니까 봄나들이 가야 하나? 2023. 12. 9.
네 번째 2023-12-08 근무 상황을 확인해 보니 오늘은 죄다 조퇴한다. 점심 급식도 없는 날, 혼자 남아서 일하는 것도 우습겠다. 어쩔 수 없이 나도 덩달아서 연가 쓰고 나왔다. 같이 놀 사람도 없고 밥을 같이 먹을 사람도 없는 애매한 시각이다. 사무실에서 나가지 않고 남은 나이 어린 동료에게 점심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컵라면을 드신단다. 앗싸~ 밥 같이 먹을 사람 생겼다. 내가 점심 사기로 하고 모시고 나갔다. 예쁜 사람과 함께 갔더니 주인아저씨께서 엄청 친절하게 해물을 국물에 직접 넣어주신다. 사진을 정리하다가 나보다 스무 살 이상 어린 동료 손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보고 살짝 울컥 했다. 난 한 번도 저런 약속의 상징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때 나는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참 어린 나이였구나 싶다... 2023. 12. 8.
12.7 2023-12-7 점심땐 힘들어서 밥이 안 넘어가더니..... 저녁은 맛있게 잘 먹었다. 차린 건 한 접시, 먹은 건 두 접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버리던 반건시 세 개까지 많이 먹어서 오늘 저녁에 에너지가 넘쳐서 글이 많다. 반만 말린 감은 곶감보다 말랑한데 달다. 천연 단맛은 괜찮은데 다른 종류의 감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단맛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강하게 느껴진다. 혹여 나를 굶길까 싶어서 재료를 잘도 사놓는다. 냉장고에서 시들어가는 마늘과 풋고추를 살리려고 만든 저녁. 참 부지런하네. 내가 나를 굶길까 봐..... 2023. 12. 7.
이름을 부른다는 것 그러고 싶었다. 어떤 영화에 "이거 마시면 사귀는 거다!" 대략 그런 대사가 있다. 올여름에 470대 1의 경쟁을 뚫고(?) SNL 정우성 편 방청에 당첨되어서 일산 Jtbc 스튜디오에 다녀왔다. 그때 정우성을 앞에 두고 여성 출연자들이 "이거 마시면 사귀는 거다~!"라고 하면서 자꾸만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폭소했다. 나도 그거 마시고 싶었다고! ㅎㅎㅎ 지난 금요일에 딸과 함께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난 뒤에 딸이 흥분하여 또 정우성 씨 실물이 얼마나 잘생겼는지 말해서 나도 맞장구쳤다. 배역이 그래서 그랬는지, 잘생겨서 더 그 역이 좋아 보였는지 헛갈릴 정도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삼천포가 맡은 배역도 그러해서 삼천포(김성균)까지 잘생겨 보였다. 우리는 그만큼 감정적인 동물이다. 시각적인.. 2023. 12. 7.
우리 이제 사귀는 거야? 2023-12-07 시험 감독 중에 산소 부족으로 머리가 핑 돌고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코 안이 마르고 금세 귀도 막혀서 먹먹해졌다. 사흘 내리 그 교실은 청소도 환기도 거의 하지 않고 온풍기만 돌린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도무지 견딜 수 없을 지경이어서 잠시 교실 밖에 나가서 바깥공기를 마시고 들어왔다. 부감독이어서 교실 뒷자리에 있었더니 뒷문은 열지 않으니 그쪽 공기는 더 탁한 것 같았다. 시험 끝나고 우리 반에 가서 양방향으로 창을 다 열었다. 다른 교실의 청소나 환기 문제까지 말하면 쓸데없는 참견이 된다. 해야 할 일 천지인데 그 시간에 갇힌 공간, 탁한 공기에 한 시간 묶였다가 나오면서 마른 코 안에서 코피가 터졌다. 머리도 터질 것 같더니 바깥공기를 쐬니까 한결 낫다. 큰일이다. .. 2023. 12. 7.
12월의 봄바람 오늘 하루 낮에 업무상 조퇴 가능한 날이어서 점심때 조퇴하고 밖으로 나왔다. 급식 메뉴가 시원찮아서 동료와 밖에서 점심을 먹고, 식물 카페에서 산책하고 놀다가 오후 퇴근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각에 헤어졌다. 온풍기 바람에 묵은 먼지가 눈에 보일 정도로 섞여서 나오는 그곳에선 서류 좀 잡고 앉으면 그대로 눈이 빠지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피부가 간지럽고 부어오른다. 오늘 피부과에 가서 부어오른 부위를 진정시킬 약을 처방받았다. 이렇게 잃을 게 많은 직장에 다녀보긴 처음이다. 최악의 경험이 삶의 근거지를 확실히 바꿀 결심도 하게 했다. 병원에 들렀다가 곧 장거리 운행을 자주 할 것을 감안하여 미리 엔진오일을 교환했다. 마트에 들러서 생소한 과일 한 가지를 사서 집에 들어가려니 그래도 어쩐지 마음이 허전.. 2023. 12. 6.
크리스마스와 행복한 기억 최근에 딸을 만나서 어딘가로 함께 갈 때마다 캐럴을 들었다. 이 시기가 아니면 흥겹게 들을 수 없는 곡이라며 딸이 내 휴대전화 플레이리스트를 만지작거린다. 올해는 이 곡이 대세라며 장거리 여행에서 돌아가는 길에 크리스마스 노래 한 곡을 꺼낸다. 내 딸에겐 크리스마스쯤엔 늘 겨울방학이었고, 크리스마스 전날쯤 제 친구들과 어울려서 남해 원예 예술촌에 크리스마스 장식한 집구경을 하며 사진 찍고 놀았던 기억이 해마다 반복되어서 어쩐지 신나고 행복한 기분이 먼저 든다고 했다. 올해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거기 가서 행복한 기억을 더듬으며 추억 여행을 하면 좋겠다. 내게도 크리스마스에 얽힌 행복한 기억이 있다. 산타클로스가 진짜 있는지 없는지 헛갈릴 정도로 순진하던 어린 시절엔 크리스마스엔 눈이 오기를 손꼽.. 2023. 12. 6.
꽃사슴 공주와 함께 보낸 오후 2023-12-06 올해 새 직장에서 가장 가까워진 동료와 조퇴하고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식물 카페에 갔다. 동료가 잠시 자리를 비킨 사이에 타이머 셀카를 찍어본다. 엊그제 긴 머리카락을 꽤 잘라냈는데 여전히 내 머리카락은 길구나..... 딸이 내 뒷모습 찍어주던 생각나서 이런 셀카도 찍어본다. 삼각대나 셀카봉을 가져왔어야 했다. 꽃사슴 공주마마는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붕어빵 굽는 기계로 전체 직원이 나눠먹을 양의 붕어빵을 구워오셨다. 부군께서 반죽하고 손을 거드셨다지만, 덕분에 아침부터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맛봤다. 아이 넷 키운 사람 손이 이렇게 고울 수가..... 지난 일요일에 친구와 여기 함께 와서 기념사진 한 장 찍었다고 말했더니 우리도 사진을 남기자고 하신다. 나의 꽃사슴 공주마마와 역.. 2023. 12. 6.
곰치 국 이 동네에선 물메기 철에는 무를 숭덩숭덩 비스듬하게 썰어 넣고 깔끔하게 끓인 물메기탕을 먹는다. 입에 넣으면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부드럽다 못해 희미한 물메기탕 맛을 한 번 보고 나면 찬바람 날 때 물메기탕 한 그릇 먹는 게 간절해진다. 초봄에 새 쑥 넣고 끓인 도다리 쑥국처럼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자연스럽게 입에 길든 한철 음식이다. 어제 낮에 들른 바닷가에서 제때 팔려나가지 못한 물메기를 손질해서 말리는 풍경을 보고 그 맛이 떠올랐다. 시장에 가면 커다란 대야에서 큰 눈을 꿈벅거리며 입으로 뻐끔뻐끔 숨 쉬는 물메기를 흔하게 본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물메기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으면 금세 값이 내려간다. 이른 어둠에 추위까지 더해지는 저녁 장에 팔려 가지 못한 물메기는 신선도가 떨어지기.. 2023. 12. 6.
웃을 일 웃을 일이 없어서 양말 신은 내 작은 발 사진을 찍었다. 민망해서 발가락을 살짝 오그린 것이 포인트! 어느 해에 딸이 신겠다고 사달래서 사줬던 양말인데 이제 취향이 바뀌었는지 양말통에 두고 갔다. 그래서 수면 양말 대용으로 신었다. 출근할 때 신고 가기는 민망하니 그건 차마 못하겠고 집에선 신으니 귀엽다. 오랜만에 꿈을 꿨다. 꿈은 매일 꾸겠지만, 기억나는 꿈이 흔하지 않아서 이런 표현을 쓴다. 오늘 새벽꿈은 낮에도 그대로 떠올랐다. 아직도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야한 꿈을 꿨다. 웃기는 양말 신고 꿈꾼 내용을 떠올리니까 진짜 웃음이 터진다. 내가 몽정 꿀 나이구나...... ㅎㅎㅎㅎ 2023-12-05 열흘 남짓 지나면 딸이 기숙사 생활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 사이에 .. 2023. 12. 5.
악몽 새벽에 일찍 깨서 계속 잠들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출근해서 그런지 오늘은 더 힘든 월요일이었다. 말과 글에 민감한 나는 무심하게 누군가 복도에서 큰소리로 내뱉는 욕설만으로도 온몸이 아프다. 친구들끼리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칠고 저급한 욕설이 난무한 곳. 학교는 공공장소인데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은 눈곱만큼도 없다. 너한테 욕 한 거 아니니까 신경 끄란다. 눈을 부릅뜨고 대든다. 내 자식보다 어린 녀석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교무실 앞에서 'C.8ㄴ'이라고 큰 소리로 욕한다. 남학생이 남학생에게 그렇게 욕한다. 놈도 아니고 꼭 년이라고 붙여서 큰소리로 욕하며 떠든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아무리 큰소리로 욕해도 아무도 한마디 하는 이가 없다. 그게 잘못된 말과 행동이라고 가르쳐야 마땅할 학교에서, 교.. 2023. 12. 4.
집에 가고 싶다 2023-12-04 진정한 휴식이 필요하다. 지구는 유배지.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 이곳은 지옥의 현현이다. 운다고 해결된다면 퍼질러 앉아서 펑펑 울겠다. 무식하고 앙칼진 소리가 내장까지 흔들어놓는다. 짖지 말아야지. 나는 짐승처럼 짖지는 말아야지. 여기는 지옥이다. 이제 다시는 돌아오지 말아야지. 2023. 12. 4.
4년 만에 목욕탕에 다녀왔다 2023-12-03 2019년 겨울, 그 이후로 한 번도 목욕탕에 가지 못했다. 2020년 초에 시작된 코로나19로 목욕탕에 가는 것이 큰 죄악이나 되는 듯한 사회 분위기에 코로나 감염의 온상인 듯 인식하게 되었다. 같은 사무실 옆자리에 앉아서 근무하던 젊은 동료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도 문상도 못하게 했다. 해 지나면 스물넷이 되는 딸이 다섯 살 되던 해 가을에 이사 와서 여태 이 집에서 살았다. 벽은 바람이 막히는지 구분도 안 되는 오래된 낡은 건물에 한 번도 손 봐주는 일 없이 월세만 받아 챙긴 이 집에선 겨울에 온풍기 틀지 않고는 샤워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기가 차다. 작년에 아파트에 잠시 살아보니 난방을 거의 하지 않아도 추위를 거의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로 찬바람이 들지 않아서 좋았다. 상대적.. 2023. 1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