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2255

수목원에서…. 작약꽃을 보고 길 들었다가해당화꽃 향기에 코를 묻고 한참 서있었네.메타쉐퀘이아가 양옆으로 서서 낸 황톳길을 걷다가 벤치에 앉아 하늘 한 번 본다. 넉넉하게 가지 친 참나무에 반해서 한참 바라본다.그냥 서있기만 해도, 존재하기만 해도 저토록 웅장하고 위대해 보이는 감사한 생명체에 관해 생각한다. 나도 저 근사한 나무 근처에 자잘한 가지라도 내밀고 서서 살아있는 흉내라도 내보고 싶다.  날도 침침하고 눈도 침침한 날 가고 싶은 대로 거닐었다. 6시 마감인 줄 알고 나오면서 보니 저녁 7시 반까지 마감 시간이 연장되었다고 써놨다. 아직 마땅히 길 튼 숲길 없으니 여기라도 종종 와서 놀다 가야겠다. 오래 잘 견딘 나무들에게 잘 살아내는 비법이라도 전수받을 수 있기를..... 2024. 5. 11.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자유 2024-05-06 이틀 동안 비 오고 날도 흐려서 꼼짝 않고 집에 있었다. 어차피 내일부터 다시 출근하면 혼이 빠질 정도로 많은 일과 상황을 해결해야 할 텐데 굳이 오늘 나서서 뭔가 하고 싶지 않았다.  주방에서 꼼지락거리며 꽤 오랫동안 딸에게 챙겨주지 못한 음식을 몇 가지 만들고, 기름 냄새 많이 난다고 구박받고 끝났다. 나른하고 움츠러드는 몸을 억지로 끌고 뭔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구름 같은 안도감 위에 앉아있었다.  이틀 안에 읽으려고 마음먹었던 책은 한 장도 넘기지 않았고, 표도 나지 않는 집안일에 붙들려 있다가 어느새 가무룩 하게 졸리는 저녁. 생각하는 스위치를 끄고 멍하게 있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는 이 없고, 눈치 볼 데 없으니 살 것 같다. 그만큼 늘 뭔가를 충족하기 위해 자신을 긴장시키며.. 2024. 5. 6.
베어트리 파크 2024-05-04 내 체력의 한계를 넘지 않게 짧은 여행을 설계하기로 했다. 차로 한 시간 반경 안에 있는 곳 중에 큰 나무가 많은 곳.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일찍 들른 맛집에서 든든하게 한 끼 먹고 왔다. 갑자기 뜨거워진 볕 아래 걷기만 하면 힘들 것 같아서 카페에 앉아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여유롭게 즐겼다.  기분 좋아진 딸이 자꾸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수도 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이 자리에 불곰 몇 마리가 있고, 관람객이 자른 당근을 사서 던져주면 곰이 당근을 먹는다. 어린이날 전날이어서 그런지 가족 여행을 많이 왔다.     잘 다듬어진 정원을 한껏 즐기고 청보리 심어놓은 곳에서 열심히 사진 찍고 있던 우리에게 가족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우리가 사진 찍기 놀이를 멈출 때까지 곁에 서서 .. 2024. 5. 5.
오대산 국립공원 2024-04-27 꽃가루가 황사 수준으로 날리던 강릉 바닷가는 호흡기 예민한 내겐 대참사였다. 눈 뜨고 바닷가를 거닐며 한동안 못 본 바다를 실컷 보겠다는 결심을 단숨에 꺾어버렸다.  강릉에서 가장 가까운 오대산 국립공원 숲길을 걷고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월정사 전나무숲길 이름만 보고 갔다가, 꽤 긴 비포장도로를 타고 올라가서 오대산 상원사에 도착했다. 늦은 봄 벚꽃이 핀 강원도 깊은 숲과 불사를 크게 한 산중 사찰에서 즐긴 늦은 초봄. 타이어를 새로 갈아야 할 정도로 작은 차 타이어 홈을 다 닳게 했던 비포장길을 걸어 올라갔더라면 체력이 달려서 그렇게 머무르진 못했을 테니 천천히 걸으며 다 즐기고 싶었던 욕심은 아쉽지만 접어야 했다.     늦은 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비포장길을 달려서 4월.. 2024. 5. 5.
어차피 2024-05-05혼자 살 인생이라면, 너무 애쓰지 말고, 두리번거리지도 말고 묵묵히 오래 잘 버틸 수 있는 나만의 인생 프로그램이나 잘 짜야겠다. 숲에 생기가 돌 즈음부터 풍성해졌다가 스러지기 전까지 최대한 자주 찾아서 생기를 얻는 일, 머리가 더 나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꾸준히 뭔가 찾아서 읽는 일, 정신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사람과 교류하는 일. 더 건강해지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노력.  어제 베어트리 파크에 오가는 길에 이 동네를 끼고 처음 가보는 길을 달리면서 딸과 나눈 대화"어차피 이 몸은 우리가 이 세상을 뜰 때 쓰임이 다하면 사라지는 거잖아. 뭔가 연속되거나 이어지는 것이 있다는 가정하에 그게 이 몸에서 떠날 때 이 몸은 스위치 꺼지는 부품 같은 거지?"딸이 확인 삼아 내.. 2024. 5. 5.
돈스 2024-05-041인분 12,000~13,000원 정도인 가격대에 꽤 푸짐하게 차려주는 오래된 경양식집에 찾아갔다.  맛도 양도 가격도 괜찮다. 요즘 물가에 저 정도 푸짐하게 음식 차려주는 집이 그리 흔하진 않은 모양이다. 우리가 도착한 게 11시 20분이었는데 앞에 한 팀이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 뒤에 줄줄이 웨이팅이 이어졌다. 위치를 보면 우연히 찾을 수 있는 가게는 아니다. 칼국수 맛집 외에 처음 도전해 본 주변 맛집 찾기 1탄. 오래 기다려서 먹을 맛집은 아니고, 시간이 맞고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면 한 번쯤 가 볼만한 집.  맛있는 것 먹는 재미로 산다는 딸을 위해 또 열심히 맛집을 찾아야..... 배를 채우고 베어트리 파크로 출발~ 2024. 5. 5.
금강수목원 2024-04-28같이 밥 먹으러 나왔다가 집에 그냥 돌아가간 아쉬워서 처음으로 호수공원에 가보겠다는 딸 데리고 호수공원에 갔다. 유난히 날이 더워져서 걷기 힘든 시각이었다. 더위를 피해서 카페로.....  좀 걷고 싶었는데 집에 그냥 돌아가자니 살짝 억울하다. 그래서 매표 마감 시간 1시간 남기고 도착한 '금강수목원'입장료 1,500원  이 나무에 꽃이 층층이 핀 게 신기해서 딸이 관심을 보였다. 나뭇잎이 일곱 장씩 붙어 있어서 칠엽수라고 가르쳐줬다. 그걸 잘 새겨듣고 어제 베어트리 파크에서 칠엽수를 용케 잘 알아본다. 혼자 걷고 싶을 때, 종종 금강수목원에 가야겠다. 세종국립수목원은 아름드리 큰 나무가 적어서 아직은 아쉬운 곳이다. 지난번에 갔을 때 비 오는 날이어서 실내 식물원만 돌아보고 와서 충분.. 2024. 5. 5.
5월 1일 2024-05-01이제 내비게이션에 의존하지 않고도 출근했다가 집에 돌아올 수 있게 됐다. 가끔 나가는 산책길 끝에 주변 건물 상호도 쳐다보고 우연히 발견한 동네 맛집에서 수제비 한 그릇 맛있게 먹고 돌아온 날도 있었고, 며칠 묵혔다가 딸 데리고 가서 그 집에서 한 끼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자연스럽지 않게 정돈된 길에 이제 익숙해져서 다른 동네에 들렀다가 오면 오히려 이곳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 서서 지나가는 차 눈치 보며 서 있으면 이 동네에선 차가 멈춰서 보행자가 다 건너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곳에서 자기 방어를 위해 어떤 경우라도 차부터 보내주고 길을 건너야 하는 게 당연한 것 같았던 분위기를 혼자 힘으로는 바꿀 수 없었다. 여긴 다르다.. 2024. 5. 1.
동네 산책길 2024-04-21 꿩이 있다. 이런 동네 산책길에도 꿩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걷기 좋게 잘 다듬어놓은 산책길이라도 맘껏 누리련다. 2024. 4. 21.
세종 국립수목원 비 내려도 괜찮은 실내 전시실만 다녔다. 비 오니까 갈 데가 없다며 아웃렛만 다녀오자고 했지만, 비 안 맞고 좀 걸을 수 있으니 가자고 우겨서 처음 다녀왔다. 2024-04-20 산책, 늦은 점심, 아울렛. 생일 치레로 함께 나선 짧은 여행은 비 와서 그렇게 마무리 가격표만 열심히 보고 구경하고 그냥 나왔다. 딸 생일 핑계로 작은 것 하나 사기에도 너무 비싸~~ 2024. 4. 21.
성심당 2024-04-19 퇴근하고, 미리 생일 케이크 사러 대전 성심당에 다녀왔다. 주말엔 가면 줄 서야 하니까.....빵만 사고 돌아와서 동네 밥집 검색해서 밥 한그릇 먹고 들어왔다. 딸이 말하기를"우리가 식당하는 게 낫겠다. 이 동네 사람들은 음식 맛도 모르나, 어떻게 이렇게 해서 장사를 하지?" 다신 안 간다. 검증된 우리만의 맛집이 이 동네엔 없다. 그나마 딸이 아주 어릴 때부터 종종 가서 빵 사 먹던 가게인데 여전히 빵맛은 괜찮다. 2024. 4. 21.
저녁 풍경 2024-04-11 혼자 저녁 산책 나가면 보게 되는 일상의 풍경. 여전히 어색하지만, 익숙해지겠지........ 딸은 나와 일상의 동선이 달라서 함께 산책할 일이 없다. 그것에도 익숙해져서 괜찮다. 집에 가면 딸이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기로 했다. 2024. 4. 11.
영화 보러 갔다가…. 2024-04-10 사전투표했으니 오늘은 한동안 가지 못했던 극장에 가기로 했다. 작년 12월 1일에 영화본 것이 마지막이었다. 다들 봤다는 '파묘'가 어떤 영화인지 딸이 궁금하다고 해서 나선 길. 영화 보기 전에 영화관이 있는 아웃렛 한 바퀴 하면서 사진 찍기 놀이도 좀 하고, 영화 잘 보고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왔다. 월요일 아침에 갑자기 복통이 심해졌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서 맥을 못 추다가 토하고,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힘들어서 결근했다.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와서도 몸에 힘이 붙지 않아서 걸을 수도 없었다. 종일 침대에 누워서 하루를 보내고 어제 출근해서는 이대로는 힘들어서 일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만큼 아플 때는 견디기 힘들 만큼 힘에 부친다. 괜찮아지면 언제 그랬냐.. 2024. 4. 10.
4월 6일 2024-04-06 토요일 낮에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밖에 함께 나가기로 약속했다. 덕분에 밖에서 점심도 함께 먹고 마트에도 함께 다녀왔다. 딸과 함께 살아도 함께 뭔가 하는 게 쉽지 않은 각자의 일상을 산다. 어제보단 조금 맛이 느껴지는지 알 수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딸과 합의한 점심 메뉴는 조개칼국수 마트에서 산 물건을 집에 갖다놓고 동네 사전 투표장소에 가서 투표했다. 집 앞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좀 같이 하자니까 어제 산책했으니 오늘은 안 하겠단다. 한 번 거절하면 두 번 권하지 않는다. 그냥 혼자 걷기로 했다. 동그랗게 만든 보행교를 한 바퀴 돌고 개나리와 벚꽃이 나란히 핀 강변길을 한참 걸었다. 고향에선 섬 사이로 지던 해가 빌딩 사이로 지는 풍경. 이런 풍경에서 떠오르는 느낌은..... .. 2024. 4. 6.
4월 '다녀온다 하더니 아직 못 돌아온 4월' 퇴근길에 들른 김밥집 4월 달력에 저 글귀가 있었다. 아…. 4월이구나. 마늘쫑 김밥, 생연어 김밥 밥은 잘 먹었으나, 생각이 많아지니 잠을 놓쳤다. 혼자 벌서는 것처럼 이렇게 깨어있으니, 내일이 올 것이 두렵다. 체력 미달이면 봄도 타지 말고, 생각도 꼬리를 반드시 잘라야 해. 2024. 4. 3.
봄기운 완연한 날 2024-30-31 봄이 조금 늦게 오는 동네 볕 좋은 길목에 벚꽃이 피었다. 개나리 핀 길 따라 걸어본다. 이 동네도 꽃이 피는구나..... 고향 바다, 집 주변에 지천으로 피는 산벚까지 아름다운 그곳으로 갑자기 확 달려가고 싶은 감정이 일었다. 오랜만에 푸른 하늘을 보니 감정이 일렁인다. 꾹 눌렀던 감정이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어디로든 달리고 싶다. 차례로 이어진 일만 쫓던 눈이 다른 곳으로 자꾸만 돌아간다. 다정한 사람들 사이로 혼자 가벼이 걸어도 어깨가 축 늘어지지 않았다. 밖엔 함께 나서진 않아도 집에 돌아가면 딸이 있으니까. 그보다 난.....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누군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쉬엄쉬엄 걷고 싶다. 이런 욕망이 순간 자라서 정신을 흩어놓는다.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책.. 2024. 3. 31.
가끔 하늘을 본다 2024-03-26 빡빡한 하루 일과에 지쳐서 집에 돌아오면 거의 식물인간 같아진다. 머리를 쓸 여력이 없다. 손발도 까딱하기 싫어진다. 점심시간에 마주 앉아서 밥을 같이 먹은 스무 살 아래 동료도 내 상태와 별 다를 바 없었다. 생존을 위한 숟가락질 이상은 할 수 없는 상태. 과로사하기 딱 좋은 봄날이다. 오늘 처음 목련 핀 것을 봤다. 어제도 피어 있었을 테고, 그전에도 분명 피어 있었을 텐데..... 이곳에서 내 일과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상황이니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지난주부터 근처에 수채화 물감 번진 듯 아른거리는 노란빛 산수유 꽃은 더러 보았어도 고개를 살짝 돌이면 보이는 자리에 있는 목련은 처음 발견했다. 사람 많은 곳에서 시선을 낮은 곳으로 돌리고 걷는다. 아직 충분히 .. 2024. 3. 26.
3월 16일 기쁜데 슬프고, 행복한데 눈물이 난다. 봄꽃은 피었으나, 대기는 뿌옇고 흐려서 맑은 하늘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일체화하지 않은 감정에 눈시울 적신다. 처음으로 이 동네 공원에 나가서 혼자 거닐었다. 물가 난간에 우두커니 기대어 서서, 얕은 물에서 노니는 잉어만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2024. 3. 16.